“목회자 혼자 앓지 말고 속마음 털어 놓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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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 혼자 앓지 말고 속마음 털어 놓으세요”
  • 이인창
  • 승인 2020.10.07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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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블루’ 안전지대는 없다

‘코로나 블루’ 현상 고조, 막연한 ‘분노’로까지 확대
체크리스트 활용 진단, 상담 등 예방 주저 말아야

# 개척 5년차 A 목사는 코로나19 때문에 비대면 예배가 계속되면서 목회에 대한 무기력감을 느끼고 있다. 교인들을 만나지 못해 답답하고, 새벽마다 기도 줄을 잡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우울 증세가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생겼지만 누구에게 이야기하기 어렵다.

# 초신자가 많은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B 목사는 현재 교인들 상당수가 교회를 나오지 않고 있다. 열심히 사역하면 하나님께서 부흥의 역사를 일으키실 것을 확신하지만,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유 없이 화가 나려고 할 때는 스스로 놀라기까지 한다. 

정부는 최근 ‘코로나 블루’를 질병으로 간주하고, 질병코드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 만큼 심각한 사회 병리현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와 우울증을 상징하는 ‘블루’를 합성한 표현이다.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심리적 불안과 사회적 고립감 등으로 우울감이 증폭되고 있다. 때론 우울과 무기력증에 빠지기도 하고, 고의적인 자해나 자살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증상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에 지친 사람이라면 누구나 ‘코로나 블루’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 국가트라우마센터 등이 참여하는 통합심리지원단이 지금까지 코로나 블루 관련해 상담한 건수가 48만9천건에 달할 정도로 상당하다. 서울시가 서울시민 3,98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조사에서도 “코로나19 때문에 정신적인 건강 상태가 나빠졌다”는 답변이 40%나 됐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정도에 차이가 생기고,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생기면서 정서적 혼란까지 발생한다. 

‘코로나 블루’ 넘어 ‘코로나 레드’
‘코로나 블루’ 증상 중 주목되는 감정이 있다면 분노다. 방역대책을 무시한 확진자 또는 집단 때문에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는 데 대한 공분이 우선 크다. 막연한 분노, 과도한 혐오도 있다. 분노 조절이 어려운 ‘코로나 레드’ 표현까지 등장했다. 가정불화나 아동학대, 이혼율이 증가했다는 각종 사회적 통계가 현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이 실시한 ‘코로나19와 사회적 건강’ 설문조사를 보면, 8월 초보다 월말 조사에서 ‘분노’ 응답률이 크게 늘어났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대폭 강화된 시기와 맞물려 있다. 

1위 ‘불안’ 비율은 종전에 비해 15.2%로 줄어들었지만, 2위 ‘분노’는 11.5%에서 25.3%로 2배 이상 커졌다. ‘분노’의 증가 상황을 가볍게 여기거나 방치해서는 더 큰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분노는 또 교회를 향하기도 한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일부 교회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교회를 향한 세상의 적개심이 날로 더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교인들이 심리적 상처를 입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분노’ 감정이 주로 가까운 사람들에게 향하는 특징을 볼 때, 사소한 일로 교회 내부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한재희 교수(백석대 상담대학원장)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위축되기보다 교회 안에서 생산성 있는 활동을 찾아서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로나라는 특수 상황에 안주하기보다 지금부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코로나 블루’를 이겨낼 사역이 교회 안에서 필요하다. 

목회자도 ‘코로나 블루’ 염려된다
‘코로나 블루’는 교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도 중요하다. 목회자 역시 얼마든지 우울감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속사정을 마음껏 펼쳐 보이기 어려운 목회자들이 오히려 고위험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교회 전체를 향해 비난하며 낙인을 찍는 사회적 분위기를 생각하면, 방역에 적극 대응하고 있는 대다수 목회자들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크다. 대면 예배가 어려워지면서 교인들의 신앙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게 되는 답답함 내지 불안함도 있다. 이 과정에서 속앓이를 하는 목회자들이 많다. 

우선은 ‘코로나 블루’가 의심된다면, 인터넷 등을 통해 제공되고 있는 체크리스트로 스스로 진단해볼 수 있다. 우울한 기분이나 무기력증이 비교적 장기간 지속되거나 의욕이 줄어들고 수면장애가 생기는 경우가 주된 증상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블루는 누구나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기 때문에, 오히려 안으로 파고들지 말고 밖으로 내비치면서 소통으로 완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조현섭 교수(총신대 중독재활상담학과)는 “타인과 관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거나 증상을 완화시키고, 나아가 자기성장의 길을 가도록 하는 방법을 심리학에서는 ‘집단상담’이라고 한다”며 “목회자들이 혼자서만 코로나 블루를 끙끙 앓고 있을 게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서라도 속마음을 털어놓고, 목회자들끼리도 고민을 나눠야 우울 증상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커진다”고 조언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긍정적인 마인드다. 코로나 위기를 교회가 변화될 수 있는 회복의 기회로 생각하는 것이다.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성도들의 영적 성숙을 도모할 수 있는 사역의 전환을 이루어가는 목회자들이 많아지는 것도 이런 관점에서 이해해 볼 수 있다. 

상담을 받는 적극적인 해결책도 있다. 주로 상담을 하는 위치에 익숙한 목회자들도 얼마든지 상담을 받을 자격이 있다. 각 지자체에서는 코로나 블루를 극복할 수 있도록 상담지원과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혹여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자격조건에 따라 치료비도 지원받을 수 있다. 

목회자들이 직접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얻는 경험과 치유는 목회의 동기부여가 된다. 교인들과 관계 발전, 새로운 사역 아이디어 등으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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