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 VS 자율성, 사립학교 건학이념은 어디로?
상태바
공공성 VS 자율성, 사립학교 건학이념은 어디로?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0.09.21 16: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1대 국회 사립학교법 개정안 다수 상정돼
투명성 제고 공감, 그러나 자율성 훼손 우려

지원 내용 전무, “잠재적 범죄자 취급 안돼”
기정추, “한국교회와 연대해 대응체계 구축”

개방형이사제도 도입 등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며 사립학교법 개정을 추진했던 2005년과 2007, 당시 기독교 신앙을 건학이념으로 설립한 다수 학교들은 법 개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사학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법 개정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했지만, 사립학교의 자율성이 지나치게 훼손되고 신앙교육이 위협받을 수 있는 부작용 때문에 제고와 철회를 강하게 요구했다.

학교를 세우고 운영하는 데 열정을 다한 사학 운영 주체들을 마치 비리의 온상처럼 비춰지도록 한 문제도 있었다. 실제 사학법 개정을 반대한다는 만으로도 기득권 내지는 억압세력으로 보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공교육을 보완해온 건강한 사학들을 위축시키고 만 것이다.

그런데 최근 21대 국회가 들어서면서 사학법 개정안이 여러 건 추진되면서, 다시 사학 자율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염려가 나오고 있다. 사립학교, 특히 종립학교들이 우려할 만한 내용들이 적지 않다.

사립학교 신앙교육 갈수록 어려워져

1969년 중학교 무시험 제도와 1974년 고등학교 평준화 제도가 시행되면서, 조금씩 종립학교에서 종교교육을 하기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2000년대에 들어선 후 대광고 강의석 군 사건과 사립학교법 개정이 추진되면서, 기독교 가치관에 따른 신앙교육의 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2005년과 2007년 정부와 여당이 사립학교법 개정을 강하게 밀어붙이자 사립학교는 강하게 반대했다. 기독교계를 비롯해 다른 여타 종교들도 연대해 반대활동을 벌였다. 주로 보수 기독교계가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당시 진보를 대표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도 반대 의견을 발표할 정도로 염려는 컸다.

선교 초기 한국교회는 우선 교육기관을 세우며 근대화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당연히 기독교 가치관에 따라 교육이 이뤄졌고, 복음을 전하기 위한 신앙교육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데 국가 교육제도에 의무 편입되면서 기독교 신앙과 가치관을 전수하는 종교교육은 갈수록 더 힘들어졌다.

물론 정부의 교육재정 지원을 받는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에, 분명 종립학교라고 해도 공공성을 담보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은 균형의 문제이다. 사학을 무조건 개혁의 대상으로만 보는 편협한 시각이 아니라 협력과 대화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장로회신학대학교 박상진 교수는 사학 주체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사학의 자율성을 인정하면서 학교 구성원 의견을 수렴하고, 정보 공개를 통해 투명성과 공공성을 높이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전체 사학법 중 30% 개정안 제출

이번 21대 국회가 시작된 이후 사학법 개정 추진 동향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개원 약 두 달 사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7명이 각각 사학법 개정안을 발의해 입법 절차를 진행 중이다. 작년 12월 교육부가 발표한 교육신뢰회복을 위한 사학혁신 추진방안에서 사학 공영화와 관련된 내용들이 담긴 것과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기독교학교정상화위원회(위원장:김운성 목사)가 최근 주최한 한 온라인 토론회에서 서울교대 허종렬 교수는 “21대 국회에 들어 추진 중인 개정안의 내용은 사립학교법 전체 74개 조항 중 23개 조문에 달한다. 전체 30%나 된다개정안에서는 사학 지원에 대한 내용은 전무하며 모두 사학 규제에 관한 내용들이라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임원 관련 5개 조문, 재정 관련 6개 조문, 재정 관련 6개 조문, 교직원 임용 관련 5개 조문, 징계 관련 3개 조문, 벌칙과 과태료 및 기타 5개 조문이다.

파트너 아닌 규제대상 관점 아쉬워

사립학교들은 박용진 의원이 추진 중인 개정안에 대해 특히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616일 상정한 개정안으로, 개방이사의 정원을 확대하고 친인척의 참여를 배제하는 내용이다. 개방이사 정원을 현행 4분의 1에서 2분의 1로 크게 확대하고, 학교법인 설립자 또는 이사장과 친족관계에 있는 자는 배제하자는 것이 골자이다.

박용진 의원은 사학 비리는 교육계 고질적인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개인 문제로 치부되어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공공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된 개방이사도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현행법 미비를 법 개정으로 바로잡아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 설명을 하고 있다.

하지만 박상진 교수는 사립학교는 자율성만 아니라 공공성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친인척으로 구성되거나 운영되는 형태는 지양되어야 하고, 법인이 투명하게 운영하도록 견제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된다면서도 건학이념과 설립정신이 훼손될 수 있는 의결이 가능한 법인 구성은 학교의 존립을 무너뜨릴 수 있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사실상 과잉 입법이라고 지적했다.

사학법인연합회도 개방이사 제도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인원을 확대할 경우 이사회 정체성과 자주성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며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또 박 의원의 개정안에서는 법인의 학교장 임용 권한을 제한하고 있다. “대학평의원회 또는 학교운영위원회에서 2배수 추천한 인사 중 임용해야 한다는 단서조항을 추가한 것이다. 하지만 평의원회나 운영위에 전폭적으로 부여한다면, 학교 인사를 통한 설립이념 구현이 어려워질 수 있다.

또 개정안에는 학교 수익사업 결정을 의무적으로 관할청에 신고하도록 하는 등 의무 행정사항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임원의 자격 요건도 강화되어 있는데, 일반 공무원의 경우 파면 5, 해임 3년이면 복귀가 가능하지만 사립학교에 대해서는 5년에서 10년으로 더 강력하게 처분하고자 하고 있다.

사학비리를 척결하기 위한 취지는 맞지만, 법과 규정이 반드시 지녀야 할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행정업무가 과도하게 도입되는 측면도 있다

허종렬 교수는 추진 중인 개정안은 사학을 협력의 파트너로 보기보다 척결해야 한 비리집단으로 간주하고, 규제 위주로 접근하고 있으며, 특수성과 자주성에 대한 보장보다 지나치게 공공성 확보에 치중하는 한계가 있다창의성과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상진 교수는 진정한 의미에서 사립학교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이미 준공립화 되어 있는 사립학교를 더 공영화 하려는 일련의 움직임이 이번 국회에서 나타나고 있다. 사학의 무용론 입장까지 아닌지 의구심마저 든다기독교 사학은 건학이념을 계승해야 할 사명이 있는데, 이런 정체성 자체가 위협받게 되었다고 염려했다.

아직 입법 초기단계 논의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큰 논란으로 확대되진 않고 있지만 앞으로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기독교학교 정상화 추진위원회(위원장:김운성 목사)는 각 교단과 연합단체와 연대해 대응하기 위한 기본 논의를 진행 중이다.

기정추 사무국장 함승수 교수(숭실대)사립학교법 개정안에 대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국회 안팎에서 대화를 진행하고 있고, 법무자문팀도 구성했다면서 한국교회 교단과 단체와 협력하면서 다각도의 방법으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계획을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