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캐 신드롬의 원조는 예수님… 핵심은 ‘Why’와 ‘H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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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캐 신드롬의 원조는 예수님… 핵심은 ‘Why’와 ‘How’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0.09.08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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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캐’ 현상을 말하다(하)

심리학 용어 ‘멀티 페르소나’와 연관 “바울도”
소명·신학 정립 확실하면 자신 있게 도전 가능

한국의 선교적교회로 꼽히는 ‘웨이처치’의 개척자 송준기 목사. 송 목사는 인천에서 ‘검암동 커피방’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의 선교적교회로 꼽히는 ‘웨이처치’의 개척자 송준기 목사. 송 목사는 인천에서 ‘검암동 커피방’을 운영하고 있다.

성경에서 찾을 수 있는 ‘부캐’의 오리지널. 바로 예수님이다. 예수님은 “나와 아버지는 하나”라고 하셨다. 그 말처럼 예수님은 원래 가진 ‘하나님’이라는 캐릭터를 ‘인류 구원’이라는 목적에 따라 바꾸셨다. ‘성육신 사건’이다. 예수님은 완전한 하나님이자 완전한 인간으로 이전에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캐릭터를 세상에 남기셨다. 

제자라면 “우리도”
예수님의 제자들인 우리 모두도 ‘부캐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그분은 우리에게 “뜻이 하늘에서 이뤄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라고 기도할 것을 가르치셨다. 주기도문의 이 대목처럼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이뤄지기를 소망하는 천국시민의 2중 정체성을 갖는다. 이 땅에서 내 정체성이 무엇이든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는 가르침보다 우선할 수 없다. 

‘부캐 신드롬’ 자체는 신선할 수 있지만, 현상으로 볼 때 전에 없던 새로운 것만은 아니다. 심리학 용어 ‘멀티 페르소나’로도 ‘부캐 현상’을 분류할 수 있다. 기독교문화평론가인 윤영훈 교수(성결대 창의문화공작소)는 “부캐 현상은 디지털 시대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라며 “또 다른 나의 모습으로 새로운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개인의 스팩트럼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내 안에 억눌린 자아가 펼쳐지고 복음을 위해 멀티 페르소나가 넓게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성경 속에서도 ‘부캐’의 여러 모습들을 찾아볼 수 있다고 했다. 사도 바울이 천막을 만든 것도 ‘부캐’ 활동의 하나라는 것. 바울이 말했던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 곧 배부름과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처할 줄 아는 일체의 비결” 또한 일종의 멀티 페르소나와 관련된 개념이다. 


목적이 가장 중요해
한국을 대표하는 선교적교회로 꼽히는 ‘웨이처치’의 개척자 송준기 목사. 그의 사역 가운데에는 ‘부캐’를 연상시키는 활동들이 많다. 특히 자전거 타는 이들과 함께 수년째 이어오고 있는 ‘라이더스 처치’는 단순 ‘운동’이나 ‘취미’를 넘어 송 목사의 또 다른 ‘부캐’라 할 수 있다. 그가 라이더스 처치를 시작한 첫 번째 목적은 ‘제자화’다. 목양 대상들과 함께 한다는 목적으로 시작한 ‘자전거’가 사역의 형태로 변화하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크로스핏’(10여 가지 영역의 육체능력을 골고루 극대화 시키는 운동법)도 시작했다. 크로스핏 관련 공동체가 세계 곳곳에 형성돼 있다는 점을 착안, 제자화의 도구로 활용할 뿐 아니라 훗날 이를 통해 선교지에 빠르게 정착하겠다는 전략이다. 

송 목사는 온갖 예능 프로그램에서 주목 받은 부캐들이 상업적 목적에 따라 탄생했다면, 기독교인들의 목적은 오직 ‘복음 전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경을 현지의 언어와 문화에 맞게 번역하기 위해 현지인들의 모습을 입고 사역에 임하는 ‘성경번역 선교사’나 주일에는 교회학교 교사로 봉사하는 대학교수 등을 바람직한 예로 제시했다. 

송 목사는 21세기의 특수성을 생각할 때 목회 현장에서도 ‘부캐’는 주목해야 할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21세기는 개성만큼의 직업이 존재하는 시대이며 모두가 모두와 연결되는 시대”라고 말한 클레이 셔키(뉴욕대 교수)의 말을 인용하면서 “더 이상 공장형 사고방식과 행정교구적 사고방식으로는 효과적인 제자화가 어려운 시대”라고 말했다. 

송 목사는 “신학적 정립이나 소명이 확실하다면 어떤 형태든 자신만만하게 진행할 수 있다”며 로버트 그린이 쓴 ‘마스터리의 법칙’에서 ‘자신 안에서 최대치의 힘을 길어 올릴 수 있는 방법’으로 제시하는 △해오던 방식을 탈피할 것 △하나의 캐릭터를 죽을 때까지 주장하지 말고 하나에서 또 하나로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할 것 △시대에 맞게 변화하고 적응할 것 △남들이 시킨 것에 순응하지 말고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최선을 다할 것 등을 참고할만한 아이디어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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