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물들이는 우리는 문화 선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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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물들이는 우리는 문화 선교사입니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0.09.08 1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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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 크리스천 감성디자인 문구기업 ‘그레이스벨’
그레이스벨은 현재 전국 180개 기독·비기독 매장에서 온오프라인으로 두루 입점 중이다. 사진은 영풍문고 의정부점에 진열된 그레이스벨의 제품들.
그레이스벨은 현재 전국 180개 기독·비기독 매장에서 온오프라인으로 두루 입점 중이다. 사진은 영풍문고 의정부점에 진열된 그레이스벨의 제품들.

대개 크리스천 용품이라고 하면 기독교백화점 한 켠에 신앙서적과 함께 진열된 십자가나 말씀카드, 액자 등을 떠올리기 쉽다. 디자인 또한 세련되지 못하고, 다소 촌스럽거나 무겁고 딱딱하게 여기는 게 일반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종교성을 띤 제품군은 비교적 수요가 적어 일반시장에서는 보기 힘들뿐더러 유통과 제작 시스템이 열악해 좋은 품질을 기대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한계를 딛고, 실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들에 하나님의 말씀을 감성적인 디자인으로 담아내 20~30대 젊은층에게 큰 호평을 얻는 곳이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크리스천 문구기업 그레이스벨’(Grace Bell)이 그 주인공이다. 성경적이면서도 트렌디한 디자인을 토대로 문구류는 물론 패션·잡화 및 리빙제품까지 영역을 넓힌 그레이스벨은 디자인 선교를 기치로 내걸고 비기독교인들에게까지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었다.

일상에 스며든 친근한 예수님
이름부터 하나님의 은총을 뜻하는 그레이스벨은 평범한 생활용품들에 성경 말씀을 녹여낸 아기자기한 그림을 입혀 판매하는 브랜드다. 임동규 대표를 필두로 16명의 직원이 속한 그레이스벨은 해외영업부서와 물류센터까지 둘 정도로 크리스천 문구업계에선 대기업에 속한다. 그만큼 취급 제품도 다양하다. 노트와 볼펜, 캘린더 등 문구류는 기본이고 손거울·파우치·휴대폰케이스··손수건·양말·에코백까지 무려 30여개 품목, 500여개 제품이 속해있다.

하지만 그레이스벨이 설립된 2008년도에는 기독교용품, 개중에서도 특히 문구업계는 전혀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었다. 당시 교회나 선교지에서 전도 목적으로 구입한 물품들은 대부분 서울 창신동 문구거리에서 저렴한 가격에 떼온 중국산이어서 퀄리티가 한참 떨어졌다. 뿐만 아니라 특별한 시즌에만 사용하는 절기 용품들이 많다보니 자연스레 기독교용품은 무겁고 보수적이고 실용적이지 못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임동규 대표가 강남에서 운영하던 광고회사를 내려놓고 그레이스벨을 세운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다. 크리스천 문화선교에 뜻을 둔 그는 일상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물품들에 예수님이나 성경구절을 디자인해 자연스레 복음을 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그레이스벨의 마스코트인 헬로제인헬로든든캐릭터들이다. 각각 예수님을 닮아가는 소녀, 친근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가오신 예수님을 상징한다.

이 밖에도 향기로운 꽃으로 찬양을 드리는 플라워까지 그레이스벨의 캐릭터들은 파스텔 톤에 아기자기함과 재미를 더해 따뜻하고 포근한 인상을 준다. 무엇보다 모든 제품을 기도로 기획한다는 그레이스벨은 노트나 컵 등 각 품목별로 국내 전문 공장들에 제작을 의뢰해 질 향상에 심혈을 기울인다. 아울러 포장과 발송, 오프라인 전시까지 모두 직원들의 정성어린 손을 거치는 덕분에 그레이스벨의 제품은 불신자에게 선물해도 거부감이 없다.

그레이스벨 김경은 상무는 먼저는 크리스천들의 신앙생활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데 의미를 두지만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비기독교인들과 가나안 성도들을 다시 주님의 품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것이라며 생활 곳곳에 흘러 들어간 그레이스벨 제품들을 통해 잠시 믿음을 떠난 이들이 한 번이라도 더 위로와 감사, 사랑의 메시지를 보고 하나님을 만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레이스벨 김은경 상무는 직원들이 ‘세상을 말씀으로 물들인다’는 비전 아래 문화 선교사로서의 사명을 갖고 임한다고 전했다.
그레이스벨 김경은 상무는 직원들이 ‘세상을 말씀으로 물들인다’는 비전 아래 문화 선교사로서의 사명을 갖고 임한다고 전했다.

선교 금지국가에선 복음의 가교
불신자와 가나안 성도들에게 복음의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그레이스벨의 비전은 지금 한창 실현 중이다. 크리스천 개개인들은 물론 예배와 전도, 행사를 위해 기독교용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전국 교회 및 단체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그레이스벨은 교보핫트랙스·반디앤루니스·영풍문고·펜피아·텐바이텐 등 일반시장에도 진출하며 무대를 넓힌 것이다. 현재 전국 180개 기독·비기독 매장에서 온오프라인으로 두루 입점 중이다.

그러나 그 과정은 외로운 싸움이었다. 모 업체는 디자인에서 말씀을 빼라며 3년씩이나 입점을 거부했다. 종교성을 띈 제품은 소비자들에게 반감을 줘 큰 소득을 얻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그렇지만 이윤 창출이 아닌 문화 선교에 사활을 건 그레이스벨에게 말씀은 곧 정체성이자 자존심이었기에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결국, 한 발 물러서 온라인 입점을 허락한 해당 업체는 막상 반응이 좋자 오프라인 입점까지 받아들였다.

사실, 그레이스벨은 그간 서울국제도서전·서울디자인페스티벌 등 우리나라 유수의 전시들에서 쾌거를 거두며 우수한 디자인과 품질을 충분히 입증 받았다. 대표적으로 ‘2013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선 약 1만 명이 참가한 디자이너&브랜드 인기투표 결과 성경 말씀에 디자이너의 감각을 더해 기독교 관련 문구 브랜드를 선보인 점이 특별했다는 평가를 얻으며 3위에 올랐다. 2017·2019하이서울어워드에선 100개 넘는 상품이 아이디어 제품으로 꼽혔다.

하나님을 디자인 전면에 내세운 그레이스벨은 해외로도 눈을 돌렸다. 코트라에서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그레이스벨은 2014년 필리핀 마닐라 페임전시를 시작으로 LA팝업스토어, 뉴욕 세계문구박람회, 홍콩 메가쇼 등 내로라하는 국외 전시들에 다수 초대받았다. 선교 금지국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오죽하면 2016년 중국에서 열린 코리아브랜드&한류상품박람회에 참가했을 때 한 학생이 와서 여기서 샬롬이란 액자를 걸어도 괜찮냐며 걱정했을 정도다.

이로써 그레이스벨은 중국을 비롯해 미국 대만 홍콩 러시아에서 판로를 개척, 복음을 실어 나르고 있다. 이 역시 하나님의 계획과 인도하심이었다는 김 상무는 영어와 한글로 된 말씀이 적힌 예쁜 펜 한 자루는 선교를 금지하는 나라에서 복음을 전하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전 세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성경적 메시지가 녹아든 제품을 보여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귀한 선교가 되리라 믿는다고 소신을 전했다.

디자인 선교가 거둔 열매
그렇다면 스스로를 문화 선교사로 여기는 그레이스벨 직원들이 가장 감사한 때는 과연 언제일까. 김 상무는 두 말할 것도 없이 단연 복음의 씨앗이 결실을 맺을 때라고 답했다. “실제로 몇 년 전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왔다가 우리 제품을 보고 예수님을 믿게 된 한 중국 청년이 있었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그 친구가 고국으로 돌아가서 위험한 줄 알면서도 그레이스벨을 벤치마킹해 문화선교를 펼치더라고요. 자신의 소명을 발견한 거죠. 그럴 때 제일 뿌듯해요.”

이처럼 성경 한 구절 읽어본 적 없음에도 그저 예뻐서구입한 비기독교인들부터 그레이스벨을 접하고 신앙을 되찾거나 회심한 이까지 그동안 수 없는 기적이 일었다. 2014년 결성돼 지금까지 100여명의 청년들이 거쳐간 팬클럽 그레이스벨 프렌즈는 바로 이런 사람들의 모임이다. 올해로 6기를 맞은 프렌즈는 그동안 선교의 일환으로 지역 벽화봉사와 밥퍼봉사를 진행하는 등 의미 있는 행보를 이어왔다.

프렌즈 활동으로 인해 크리스천 청년들이 세상에서 말씀을 갖고 살아갈 용기와 희망을 얻길 바란다는 김 상무는 그레이스벨에게 있어서도 프렌즈는 이제 누구보다도 든든한 기도의 동역자들이자 제품의 피드백은 물론 기획 단계에도 의견을 적극 개진할만큼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기업과 소비자가 서로 소통하고, 합력하여 함께 세워가는 기독교 문화선교의 좋은 롤모델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그레이스벨은 그간 월드비전·굿네이버스·컴패션 등 여러 NGO단체들과의 콜라보를 통해 사회공헌에도 힘써왔다. 김 상무는 디자인 선교로 하나님 보시기에 좋은 세상을 만들자는 소망을 갖고 달리다보니 NGO단체들이 보였다재능기부 형태로 협업에 참여하거나, 제품의 판매 수익 일부는 아동권리를 보호하고 빈곤과 질병, 학대로 고통 받는 아이들을 위한 사업에 후원했다고 부연했다.

2014년 결성돼 지금까지 100여명의 청년들이 거쳐간 팬클럽 ‘그레이스벨 프렌즈’는 그동안 선교의 일환으로 지역 벽화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2014년 결성돼 지금까지 100여명의 청년들이 거쳐간 팬클럽 ‘그레이스벨 프렌즈’는 그동안 선교의 일환으로 지역 벽화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직원들 모두가 문화선교사
그레이스벨은 척박한 기독교용품 업계에서 지금의 번듯한 브랜드로 자리잡기까지 속앓이도 컸다. 그중 하나가 그레이스벨의 매출에도 타격을 입힌 짝퉁의 등장이었다. “일부 기독업체들마저 아이템부터 디자인까지 고스란히 베끼는 상황에 처음에는 은혜로 묵인했어요. 하지만 점점 유통 질서가 무너지는 걸 보면서 건강한 기독교 디자인 문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는 모방 업체들에 권고함으로써 일단락 시켰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크리스천 문화계에선 특허나 지적재산권에 관한 인식이 약한 게 참 안타깝죠.”

한편, 디지털 시대 페이퍼리스’(paperless)가 도래하면서 문구업계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 이에 그레이스벨은 여전히 아날로그를 사랑하는 소비자들을 끌어 안으면서도 동시에 실생활에 유용한 리빙영역으로 제품군을 확장해 사업의 외연을 넓혔다. 가령 최근에는 코로나 극복을 기원하는 성경필사 챌린지가 유행함에 따라 성경필사 노트를 내놨고, 식당이나 카페에서 사용하는 마스크와 관련 액세서리 등을 개발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김 상무는 물론 수익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성경 말씀과 디자인이 다양한 제품을 통해 생활 곳곳에 흘러가는 만큼 그레이스벨의 제품은 전도 도구로서의 가치가 크다세상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물들이자는 비전 아래 우리 직원들은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문화 선교사라는 사명감으로 임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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