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에 달한 교회 비판…기독교 정신 ‘사랑’ 회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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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에 달한 교회 비판…기독교 정신 ‘사랑’ 회복해야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0.09.02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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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로 나갈 생각에 들떠있던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다음날부터 출근하기로 되어있던 회사에서 취업 취소 통보를 받은 것이다.

지난달 25일 면접을 마치고 합격통보까지 받은 A.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가던 길 A씨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전화의 주인공은 몇 시간 전 마주했던 회사의 인사담당자였다. 무언가 불편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넨 그는 조심스레 혹시 교회에 다니는지물었다. A씨가 그렇다고 답하자 인사담당자는 곤란한 기색을 내비치며 그럼 출근은 어렵겠다고 통보했다.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 오면 회사가 코로나 감염으로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광화문 집회와 사랑제일교회를 도화선으로 교회에 대한 사회와 대중의 비판 수위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린 여의도순복음교회 교인 한 명은 자신의 딸이 친구들 단체 톡방에 ㅇㅇ는 여의도순복음교회 다니니까 같이 놀지 말라고 해서 딸이 엄청 상처를 받아 울었다고 호소했다. 교회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는 포털 기사 댓글에는 교회의 자만 들어도 치가 떨린다는 반응이 줄을 잇는다.

 

교회 타깃 삼은 자극적 언론보도

어쩌다 교회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이렇게까지 날카로워진 걸까. 먼저는 코로나 사태를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가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언론이 지나치게 교회를 감염 확산의 원인으로 몰아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청원까지 쓰게 만든 여의도순복음교회 교인의 사례도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교인 중 확진자가 나온 것은 사실이지만, 교회가 감염의 전파 경로가 된 것은 아니었다. 이는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지난달 26일 브리핑에서 여의도순복음교회의 경우 교회 내 예배 등을 통해서는 확산이 이뤄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공식 확인한 사항이기도 하다. 단지 어떤 한 사람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그 사람이 여의도순복음교회에 출석하고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언론은 마치 여의도순복음교회가 감염의 온상인양 기사를 쏟아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도 뚫렸다’, ‘여의도순복음교회서 확진자 발생등의 기사 제목을 보면 영락없이 교회에서 감염이 발생한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이런 언론보도는 교인들을 향한 따가운 시선으로 돌아왔다.

피해자는 비단 여의도순복음교회뿐만이 아니다. 경남 김해에서 지역교회에 출석하는 모 성도는 출석 교인 중 한 분이 확진판정을 받았다. 교회는 방역을 철저히 하고 있고 교회에서 감염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교인 중 추가 확진자는 없었다. 그런데도 지역 언론에는 우리 교회 이름이 대서특필됐고 저를 바라보는 이웃들의 시선도 달라졌다고 토로했다.

 

일부 교회 태도가 원인 제공

하지만 단순히 자극적인 언론보도만이 교회를 향한 따가운 시선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교회 혐오라고까지 할 수 있는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사실 교회가 제공했다는 성찰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실제로 교회가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집단감염의 통로가 된 사례도 있었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 이후에도 대면 예배를 고수하겠다고 고집한 몇몇 교회들의 태도는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실천신대 조성돈 교수는 교회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자세를 낮추고 사회를 섬겨야 하는데 몇몇 이들은 오히려 독립투사가 된 양 투쟁한다면서 사회에서 바라보면 황당하고 합리적이지 않다. 마치 지하철에서 다들 마스크를 써달라고 부탁하는데 쓰지 않고 행패를 부리는 몰상식한 사람을 보는 기분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동안 축적돼왔던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코로나를 도화선으로 터져 나온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 코로나가 본격 확산되기 전인 올해 1월 실시된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한국교회 신뢰도 조사에서 그런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기윤실의 조사에서 가장 신뢰하는 종교를 묻는 질문에 개신교는 가톨릭(30%)과 불교(26%)에 한참 밀린 3(18%)를 기록했다.

조 교수는 그동안 교회에 대한 이미지를 묻는 사회적 조사에서 이기적이라거나 배타적이라는 반응들이 많았다. 올해 초 기윤실 조사에서는 한국교회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64%로 집계되기도 했다면서 어느 날 갑자기 코로나 사태로 인해 교회의 이미지가 나빠졌다기보다는, 수 년 동안 이어져온 신뢰도 하락에 코로나 사태를 대하는 교회의 태도가 방점을 찍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독교 정신 사랑회복해야

지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개신교 인구는 967만 명으로 집계돼 불교를 제치고 제1종교의 자리를 차지했다. 교인 수에서 보듯 사회 각계 영역에서도 개신교가 끼치는 영향력도 상당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 속 교회는 동네북신세로 전락했고, 그것을 넘어 교인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차별까지 받게 됐다.

차별을 맞닥뜨린 교회를 향해 조성돈 교수는 기독교 정신의 본질로 돌아갈 것을 주문했다. 그는 사실 한국교회가 주류 세력이 된 것은 정말 얼마 되지 않았다. 기독교 신앙의 역사에서도 크리스천은 마이너의 위치에 있을 때가 많았다. 그런데 최근엔 마치 우리가 주류가 된 것처럼 다른 이들을 배제하고 정치적 입장을 관철시키려 했다. 교회가 교만해진 것이라며 생각을 바꿔 다시 겸손한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가 어떻게 힘을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기독교 정신인 사랑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사역연구소 이상갑 목사는 지혜로운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만약 대면 예배를 강행하다 코로나가 더 확산되면 전도의 문이 막히고 학교에서 기독교인들이 조롱과 비웃음을 받게 된다. 벌써 청년들이 교회에 대한 자부심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교회에 대한 사회의 비판을 마냥 핍박이고 차별이라며 투사처럼 반응하기보다는, 그들의 불안에 공감하면서 인내하고 섬길 때 교회가 하나님 나라의 모습을 세상에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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