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반성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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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반성문
  • 김종생 목사
  • 승인 2020.09.0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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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생 목사/글로벌디아코니아센터 상임이사

사랑제일교회발 코로나 감염의 파장이 나날이 커지면서 정부와 관계부처는 물론이고 많은 국민들은 재확산의 염려로 불안해 하는 가운데 한 단체가 지난 8월 20일 서울 중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절멸-질병X 시대, 동물들의 시국선언’ 퍼포먼스를 열었다.

이들은 선언에서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새로 창궐하는 모든 전염병의 75%, 이미 알려진 전염병의 60%가 동물에서 유래했다”며 “앞으로 도래할 미지의 ‘질병X’도 인수 공통 감염병일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30여 명의 동물권 운동가·예술가 등이 동물의 모습으로 분장하고 한 사람씩 동물의 포효를 전하고 죽는 ‘절멸 선언’ 퍼포먼스였다. 인간과 자연(동물)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탈성장, 탈육식이 이뤄지지 않으면 인간과 동물 모두 공멸한다는 위기감을 온몸으로 표현한 행사였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박쥐에서 기인해 중간 숙주 동물을 거쳐 인간에게 ‘스필오버’했다는 설명이 어느 정도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가운데 인간을 향한 경고와 분노가 이어졌다. 
전쟁과 보릿고개를 넘어 잘살아보기를 염원했던 우리는 경제개발과 경제성장이 우리 모두의 희망이요 염원이었다. 그래서 난개발도 서슴치 않으며 마천루와 같은 아파트를 건축해 왔다.

사통팔달의 도로를 닦았고, 자동차를 생산해 냈다. 그리고 지난날의 눈물과 땀을 닦으며 세계 10위 경제대국의 여유를 즐기기도 전에 난데없는 전염병의 공격을 받아 휘청거리고 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자기최면을 걸어보며 기도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다. 혹자는 ‘포스트 코로나’에서 ‘위드 코로나’로 단어를 아니 시각을 바꾸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어두운 전망을 하기도 한다.

‘코로나19’ 감염의 재확산으로 뒤숭숭한 분위기 가운데 한 기독교인이 지난 8월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 청원`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청원인은 ‘국민들께 죄송합니다. 저는 기독교인입니다’라는 청원 글을 통해 “행정 당국이 애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벌어진 모든 일에 대해 한 사람의 기독교인으로 사과드린다”며 “물론 누군가는 사이비 집단, 정치에 물든 광신도이지 그들은 기독교가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저 괴물을 만들고 탄생시킨 모체는 다름 아닌 기독교라고 생각한다”면서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 모든 국민들께 죄송하다”며 그 책임을 통감하는 청원인은 “구차한 변명은 하고 싶지 않다“며 ”죄송하고 또 죄송합니다”로 미안함을 에둘러 표현하는 방식으로 글은 마무리된다. 청원인이 누군지 몰라도 같은 교회 구성원으로 공감하면서 많이 부끄러웠다.

지난 2월 신천지발 감염으로 대구와 경북에서 연일 확진자가 늘어날 때 신천지는 사이비 집단으로 반기독교적, 반사회적이라는 낙인과 함께 하나님의 이른 심판으로 해석하며 위안을 삼기도 했다. 이번에도 그랬다. 정치계와 연대한 권력 지향적인 돌출형 지도자가 한국 기독교의 대표라며 뉴스의 전면에 부각될 때 이들과 거리두기를 시도하였다. 관련된 연합단체는 유효기간이 끝났다고, 그는 우리 교단도 아니라며 자위해 왔다. 나 또는 우리와는 거리가 있는 잘못된 사람들의 행태에 지나지 않는다며 애써 선을 그었다. 그러나 신천지와 정치 광신도라는 괴물을 탄생시킨 모체로서의 기독교와 교회의 한 일원이었음을 반성하진 못했다.

창조세계를 보전하는 생태적 회심의 삶을 살지 못했고, 이 지난하고도 불안한 코로나와의 동거속에 ‘사회적 책무’임을 자각하지 못한 ‘직무유기 교인’으로 지내왔음을 부끄럽게 고백하며 우리 교회와 우리 사회에 반성문을 제출하는 바이다. 그저 죄송하고 죄송한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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