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추구하다보면 ‘탐심’과 ‘악행’에 빠지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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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추구하다보면 ‘탐심’과 ‘악행’에 빠지기 쉽다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0.08.25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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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잠언이야기 (27) - “네가 어찌 허무한 것에 주목하겠느냐”(잠 23:5)

언젠가 한국인들이 가장 자주 하고 제일 지키지 않는 약속이 “우리 밥 한 번 같이 먹어야지. 연락할게”라는 신문기사를 보고 ‘웃프다’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저 역시 지인들과 똑같은 말을 하며 몇 년째 지키지 못하고 있어서였습니다. 우리가 밥 먹자는 약속을 주고받으며 사는 이유는 밥을 같이 먹는 것이 친분을 만들고 쌓기 때문일 것입니다. 국가 간의 외교도, 사업상의 거래도, 남녀 간의 밀당도 식탁에서 이뤄질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밥상 이야기는 단지 식탁 매너 이야기가 아닌 것이지요.


잠언 23장 1~8절에 여러 번 언급되는 밥 이야기는 이집트 지혜와 비슷한 내용을 담았다 해서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주제들 중 하나입니다. 높은 분과 함께 식사하게 되면 정신을 바짝 차려라. 마주앉은 상대방이 누구인지 잊지 말아라(1절). 평소에 식탐이 있다면 목에 칼을 댄 셈 쳐라(2절). 높은 분이 사는 밥 욕심내지 마라. 그것은 속이는 음식이다(3절). 인상 쓰며 사주는 밥은 먹지 마라. 그 밥 욕심일랑 버려라. 마음껏 먹으라고 말은 하지만 네게 호감이 없다면 나중에 먹은 것 다 토해내고 네가 좋은 말 한 건 다 헛일이 된다(6~8절). 개역(개정)성경에 ‘관원’(1절)이라 번역한 단어는 통치자나 임금, 높은 사람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악한 눈이 있는 자’(6절)는 인색한 사람이나 흑심을 품은 사람을 묘사하는 표현입니다. 살면서 남에게 얻어먹은 밥, 내가 사준 밥 할 것 없이 다 돌아보게 만드는 말씀입니다. 생각해볼수록 역시 하나님 말씀은 칼처럼 예리합니다. 음식과 분위기에 취해 본분을 잊으면 낭패하게 됩니다. 상대가 호의를 베푸는 의도를 분별하지 못하면 나중에 비싼 대가를 치릅니다.


흥미롭게도 식탁예절에 관한 이 격언들 한 가운데에 부의 문제를 다룬 말씀이 있습니다. “부자 되기에 애쓰지 말고 네 [사사로운] 지혜를 버릴지어다. 네가 어찌 허무한 것에 주목하겠느냐 정녕히 [재물은] 스스로 날개를 내어 하늘을 나는 독수리처럼 날아가리라”(4~5절). 재물을 탐하는 마음이 음식을 탐하는 마음과 본질상 같다는 것을 암시해줍니다. 부를 쌓는 것은 어렵습니다. 더 나은 미래에 희망을 갖고 열심과 성실로 살아도 사람에게 환경에게 배신을 당하곤 하는 우리들입니다. 잠언서의 독자들 역시 재물을 추구하다보면 탐심과 악행의 위험에 노출되기 마련이었습니다.


“재산이 있다면 더 많이 움켜쥐려 애쓰지 말라. 남의 소유를 빼앗아 쌓은 재물은 하룻밤 새 날아가 버린다. 동틀 녘이면 네 집에 남은 것이 없으리라”(아메노모페 9:14~15). 이 이집트 현자의 경구는 (공무원의) 부정축재를 콕 집어 경고하지만 잠언서는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는 자기충족성과 재물에 마음을 빼앗기는 집착의 문제로 의미를 확장합니다. 부 자체가 악한 것이 아니라 부를 탐하고 추구하는 마음이 악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것을 탐내는 자들은 미혹을 받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써 자기를 찔렀도다”(딤전 6:10)는 말씀 그대로입니다. “부자 되세요”를 노골적으로 인사말 삼아 살아 본 우리 사회에서 그리스도인의 향기를 느끼게 해주는 한 가지가 있다면, 열심히 일하고 부를 일구면서도 돈 앞에 부자 앞에 탐욕스럽거나 비굴해지지 않는 자긍심일 것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어”라고 핑계대지 않고 말입니다. 우리는 자본주의가 아닌 하나님나라 신앙에 자신을 드린 사람들입니다.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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