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그래봤자 토끼일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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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그래봤자 토끼일 뿐이야”
  • 정석준 목사
  • 승인 2020.08.11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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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은 세속적이야, 좋은 노래를 불러야지.” 흥이 나서 어깨를 들썩이며 ‘강남 스타일’을 부르던 필리핀 현지 드라이버에게 거의 핀잔에 가깝도록 책망했던 말이다. 새로운 것에 유난히 낯설음을 갖고, 특히 음악 장르에 있어서는 더 했던 시절이었다. 그럴 때마다 딸아이들은 “그래서 아빠가 시대에 뒤떨어지는 거야!”라고 놀려댔다. 발 빠른 어느 교회에선 이미 그 노래를 개사하여 대표곡을 만들고 청년들은 거기에 맞춰 열정적인 율동을 하고 있었다. 이런 음악이 다시는 나오지 않을 만큼 유행했었다.   

“제갈량의 재주 아니어든 한번 놓아 보낸 토끼를 어찌 다시 구하리까. 별주부가 울며 여짜오되…” 전통적인 판소리를 만담 형식으로 편작곡하여 현대 랩같이 부른다. 꼭 K팝이어야만 한다는 시장의 고정관념을 깨고 ‘이날치밴드’가 그냥 클럽에서 ‘떼창’하던 노래다. 여기에 맞춰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가 춤을 춘다. 좀처럼 접할 수 없었던 기묘한 공연이다. 옛 판소리에 현대의 랩을 접목하여 록밴드에 맞춰진 절묘함이다.  

희한한 팀명은 ‘새타령‘을 부를 땐 진짜 새가 날아들었다는 일화가 있는 조선의 명창 ‘이날치(Lee Nalchi)’에서 따왔다. ‘서편제’의 거장이다. 원래는 줄을 타는 줄광대(rowing clown)였으나 ‘날쌔게 줄을 잘 탄다(good comic performer on the line)’ 하여 ‘날치’란 이름을 얻은 사람이다. 댄스 팀의 이름도 특이하다. 양쪽이란 ‘ambi’와 이끌다 ‘guous’의 합성어로, 두 가지 이상의 해석이 가능하다는 뜻이 된다. 그래서 이해하기 애매하고 모호하다는 본래의 의미를 따라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Ambiguous Dance Company)’란 이름이 만들어졌다. 듣고 보다보면 사람으로 그 무엇을 생각하게 하고 들여다보게 하는 힘이 저절로 생긴다.

쉼 없는 가사, 현란하면서도 질서정연한 춤사위를 통해 어디서도 위로 받을 수 없었던 존재가 평안을 갈구하는 비상이 보여진다. 누가 무엇이라 하든 말든 몸을 흔들면서 가사를 읊조리며 자유를 만끽한다. 모쪼록 하나님을 만나지 않고는 결코 얻어내거나, 성취하여 소유할 수 없는 것들이었음을 깨닫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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