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시끄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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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시끄럽구나!”
  • 강석찬 목사
  • 승인 2020.07.2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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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찬 목사/예따람공동체

법의학자 문국진 교수가 ‘주검이 말해주는 죽음’ 책에서, ‘시활사(屍活師)’라는 옛말을 설명했다. “시활사(屍活師)는 죽음에 대해서는 주검(시체)이 모든 것을 가르쳐주는 산 스승이라는 뜻이다. 주검은 나뭇잎의 주검인 낙엽을 비유하여 설명하면 이해가 빠르다. 나뭇잎은 자기의 사명과 책임을 다할 때까지 결코 나뭇가지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가을이 되어 자기의 사명을 다하였다 싶으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몸을 던져 낙엽이 된다. 떨어진 낙엽은 이듬해 봄에 돋아날 새싹을 위해 자기의 몸을 녹여 거름이 되어 없어진다. 낙엽은 우리에게 때를 알리고, 사명의 한계를 알리며, 때가 되면 기꺼이 희생하는 지혜와 섭리를 가르쳐주는 위대한 자연의 스승이다. 이런 낙엽의 현상은 우리 몸속에서도 일어나는데, 보이지 않는 세포들은 의학에서 세포사멸(appoptosis) 또는 세포자살이라고 하는 현상으로 우리에게 자연의 섭리를 가르친다. 이와 같은 세포자살 현상은 우리 몸에서 매일 일어나는데, 자살을 선택하는 이유가 ‘희생정신’ 때문이라고 했다. 문 교수는 “주검을 보면 그의 생을 알 수 있다”라고 하였다.

한때 다음 대통령 후보 중 하나였던 사람이 죽었다. 그의 주검에 대한 세상 돌아가는 모양을 보며 어떤 단어들이 떠오를까? 시론자에게는 설왕설래(說往說來), 갑론을박(甲論乙駁), 옥신각신, 시끌벅적, 이판사판, 죽기 살기인데 너 죽이고 나 살기,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등에 ‘내로남불’도 한 자리 차지한다. 분명히 하나의 사실(fact)인데, 이렇게 다르게 볼 수 있는지 신기하기까지 하다. 분명한 하나의 사건인데 상반된 주장을 하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편을 갈라 상대편을 욕하고 비난한다. 자기들이 보고 싶은 그것만 보면서, 자기들이 본 것이 옳다고 우긴다. 정치인들이 의사결정을 하는 것을 보면, 일사불란(一絲不亂)한 조폭 세계를 닮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국민도 두 편으로 분리되어 덩달아 춤추는 것 같다. 이처럼 나눠진 때가 있었던가? 사실 국민은 혼란스럽다. 입만 열면 국민을 들먹인다. 국민의 이름으로 국민의 뜻이요 주장이라고, 국민을 대변한다고 하는데, 속셈은 당리당략(黨利黨略)에 따라서 임을 국민이 모르는 줄 아는 모양이다. 사사건건(事事件件) 국민은 전혀 다른 두 소리를 듣는다. 들어야 하는 국민은 혼돈에 빠진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끊었다. 시론자는 주님은 어떤 판단을 하시는지 질문했다. 주님의 응답 첫 말씀은 “왜 이렇게 시끄러우냐?”이었다. 한 사람의 주검을 앞에 두고, 편 갈라 목소리 높이는데, 주님은 “네가 잣대냐? 무슨 자격으로! 네가 선(善)이냐? 누가 널 선하다 했느냐? 네 판단이 옳다고? 누가 인정하냐? 내가? 언제? 정말 못 봐주겠구나. 그만해. 듣고 싶지 않다. 말로는 평화, 정의, 평등을 위한다던데, 정말 그러냐? 입만 열면 거짓말을 뱉으면서, 부끄러움도 없구나. 내 마음이 영 불편해. 코로나로 죽은 사람이 너무 많아 힘들어. 자연재해로, 홍수로 죽은 자들도 적지 않지. 모두 내게 억울하다고 하소연하며 원망하는데, 기가 막힐 지경이지. 내 탓이냐? 너희들이 환경을 훼손하며 파괴하고, 지구를 뜨겁게 하여 생기는 일이니, 자업자득이야. 그래도 내 본성이 ‘사랑’이니, 그들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해. 그러나 자살한 자들은 다르지. 생명은 내게 속한 것인데, 제 것처럼 여겼잖아? 내 영역을 침범한 것이야. 너희 세상의 법에 따라 자기의 잘못을 용서받을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지. 나도 왜 그랬는지 물어봐야겠다. 그런데 너희가 뭔데, 죽은 자가 잘 살았는지, 잘못 살았는지로 난리냐? 국민의 이름으로 내게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게냐? 죽은 자의 판단은 내 몫이야! 내가 잘 알아서 할 텐데, 왜 너희들이 죽은 자를 놓고 시끄러우냐? 그만해!”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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