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염교회가 교회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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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염교회가 교회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법
  • 공종은 기자
  • 승인 2020.07.13 2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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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떠나는 음악 여행’으로 매주 화-목요일 교인들과 소통
‘소비 구제’ 통해 교회 근처 시장과 작은 가게 지속적으로 도와

7월 9일 오후 2시 30분. 서울 노원구 서울광염교회 3층. 총괄 이상민 목사의 큐 사인이 떨어지자 권충한 목사의 노래가 시작됐다.
 
“내 삶의 소망 내가 바라는 한 분 예수 닮기를 내가 원하네 한없는 사랑 풍성하신 긍휼 예수 닮기를 내가 원하네.....”

코로나19로 문을 닫은 3층 카페에 임시로 만들어진 간이 스튜디오가 노래로 가득 채워진다. 노래가 끝나자 가수 김진호의 ‘가족사진’이 바로 이어진다. 이번에는 모진찬 목사다.

“내 젊음 어느새 기울어 갈 때쯤 이제야 보이는 당신의 날들이 가족사진 속에 미소 띤 젊은 아가씨의 꽃 피던 시절은 나에게 다시 돌아와서 나를 꽃피우기 위해 거름이 되어 버렸던 그을린 그 시간들을 내가 깨끗이 모아서 당신의 웃음꽃 피우길.....”

“반갑습니다. 오후에 떠나는 음악 여행 권충한, 모진찬 목사입니다. 여름이면 교회가 여름성경학교와 수련회로 북적북적했었는데,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아쉽게도.....”

서울광염교회는 ‘오후에 떠나는 음악 여행’으로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교인들과 소통하고 노래한다. 목요일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권충한 목사(가운데)와 모진찬 목사(오른쪽). 
서울광염교회는 ‘오후에 떠나는 음악 여행’으로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교인들과 소통하고 노래한다. 목요일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권충한 목사(가운데)와 모진찬 목사(오른쪽). 

# 3월부터 교인들과 음악-사연으로 만나

크고 작은 재난에,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느 교회, 어느 기관보다 먼저 움직여 보듬었던 서울광염교회(담임:조현삼 목사)가 코로나19로 활기와 교제를 잃은 교인들을 위로하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오후에 떠나는 음악 여행.’

통기타 두 대에 건반 하나. 단출하지만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2시가 되면 어김없이 교인들과 온라인으로 만난다. 멈춘 시간을 움직이고, 끊어진 만남과 소통의 끈을 잇기 위해서다. 이런 모습으로 교인들을 처음 만난 날이 지난 3월 19일. 그동안 서른세 번 방송을 했고, 벌써 네 달이 돼 간다. 

“코로나로 인해 지난 2월부터 온라인 예배를 드리면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만남, 소통의 단절이 점점 길어지면서 이 간극을 어떻게 메우고 교인들과 소통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었죠. ‘만나지 못하는 이 순간에도 우리 교회가 교인들을 사랑하고, 늘 생각하고 있고, 섬기기를 원한다’는 걸 알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만들어진 게 ‘오후에 떠나는 음악 여행’이에요.”
 
오후에 떠나는 음악 여행을 총괄 담당하면서 화요일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상민 목사의 말이다. 음악 여행은 진행자 1명, 건반 연주자 1명, 영상 1명, 음향 1명 등 모두 4명이 함께하면서 손님을 초청해서 진행하는데, 화요일에는 이상민 목사가, 목요일에는 권충한 목사가 초대 손님과 함께 음악 여행을 이끌어간다. 방송 중에 문자 메시지나 카카오톡으로 사연을 보내고, 또 듣고 싶은 노래를 신청하면 사연을 전하고 함께 노래한다. 이렇게 교인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다 보면 한 시간이 금세 가버린다.

기자가 서울광염교회를 찾았던 지난 9일, 두 번째 곡으로 불렀던 ‘가족사진’이라는 노래는 교회에 출석하는 청년이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신청한 곡이었다. 

“오늘 아침, 한 청년이 문자를 보냈습니다. ‘업무 때문에 생방송으로 들을 수 없어서 미리 문자로 보낸다’는 내용이었는데, ‘오늘 꼭 이 곡을 들려달라’는 부탁이었죠.”

# 비신앙인-해외 교인들도 시청 

처음에는 몇 번 하면 끝날 줄 알았다. 담임 조현삼 목사가 직접 진행하면서 찬양도 하고 교인들과 이야기도 나누었는데, 코로나 상황이 길어지면서 이걸 정례화하지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면서 장비가 하나둘 추가되면서 규모가 커졌고, 교회 내 찬양 인도자들이 주축이 돼 월별로 팀을 구성해 프로그램을 꾸려간다. 찬양을 듣고 또 부르면서 위로를 받는다’는 교인들의 이야기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그래서 교역자들이 교인들과 소통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노래도 직접 부른다.

“많은 교인들이 이 프로그램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놀랐습니다. 길에서 교인들을 만나면 음악 여행 이야기를 할 때가 있는데, ‘방송을 보고 좋았다,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신이 나죠.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방송을 계속하게 되는데, 미국이나 홍콩, 뉴질랜드 등 외국에 나가 있는 교인들도 ‘오후에 떠나는 음악 여행’을 보고 있다는 연락을 해오기도 합니다.”

오후에 떠나는 음악 여행은 비신앙인들도 많이 본다. 한번은 시골에 산다는 어떤 사람이 ‘밭일 나갔다가 와서 보겠다’는 메시지가 오기도 했고, 지난 9일에도 교인이 아닌 사람이 노래를 신청하기도 했다. 생방송 이후 유튜브에 업로드된 방송을 보거나, 찬양사역자들이 초청되는 날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본다. 그리고 찬양사역자들을 위한 자리로 확장되기도 한다. 온라인 예배가 시작된 2월부터 주일에 드리는 네 번의 예배에 찬양사역자들을 초청했고, 교인들이 예배당에 오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이들의 찬양은 이어졌다.

“계획됐던 사역이 취소되고 끊기면서 막막해하는 찬양사역자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죠. ‘찬양사역자들이 한국 교회를 위해 했던 선한 일들이 많다. 교회 성장과 찬양 보급에 기여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어떤 모습으로든 교회가 이들을 선대해야 한다’는 것이 조현삼 목사님과 우리 교회의 생각입니다.”

이렇게 해 온 것이 5~6년이 넘었고, 찬양사역자들에게 필요한 장비를 지원하고 공연 장소를 열어 사역의 자리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헤리티지, 송솔나무, 시와 그림 김정석, 낙헌제 김명선, 서울화요모임 등의 찬양사역자들이 이런 모습으로 교인들을 만났고, 지난 7일에는 염평안, 조찬미, 임성규 씨가 오후에 떠나는 음악 여행을 찾았다. 교회를 방문했던 찬양사역자연합회 구성원들은 3층 카페에서 온라인으로 저녁 찬양 예배를 드린 적도 있었다.

지역 주민들을 위한 섬김도 다르지 않다. 코로나19로 소비 활동이 축소되고 왕래가 잦아들면서 교회 근처 시장들도 활기를 잃었지만, 서울광염교회는 그동안 네 번의 ‘소비 구제’로 작은 가게와 시장 상인들을 알게 모르게 도왔다. 

# 올여름은 온라인 사역으로 진행

보고 싶은 사람을 부를 수도, 찾아갈 수도 없는 지금. 다른 방법이지만 교인들을 찾아갈 수 있는 자리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서울광염교회의 여름 사역도 다른 교회들처럼 대부분 취소됐지만, 올여름은 교회학교 아이들을 온라인으로 찾아가 만날 예정이다. 이것 때문에 많은 사역자들이 콘텐츠를 개발하면서 분장을 하고 율동을 만들면서 아이들에게 다가갈 준비를 하고, 성인들을 위한 성경공부도 온라인 라이브로 한 학기를 진행했다. 그리고 교인들이 힘을 내는 이야기와 노래를 많이 들려주려고 한다. 

“방송을 통해 하나님이 주신 메시지가 있습니다. ‘결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를 이런 상황 가운데서도 여전히 찬양하게 하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며, 이런 상황에서도 하나님을 찬양하는 성도들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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