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다음세대? 아이들에겐 예배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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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다음세대? 아이들에겐 예배가 필요합니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0.07.06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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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인사이더(16)//전국 학교에 예배 세우는 최새롬 목사

학원복음화선교사. 최새롬 목사를 만나고 기사를 쓴 것이 벌써 2년 전이지만 학원복음화선교사라는 이름은 여전히 성도들에게 낯설다. 사역을 소개하려 교회에 갔을 때 마주하는 시큰둥한 반응도 여전하다. 그래도 변하지 않은 것은 하나 더 있다. 다음세대 복음화를 향해 빛나는 최 목사의 열정적인 눈빛이다.

그동안 달라진 점도 있다. 2년 전엔 할렐루야교회에서 부목사로 재직하며 학원복음화에 힘썼지만 지금은 협력선교사로 학원 사역에만 전력을 다한다. 사역 현장도 크게 확대됐다. 2년 전 20여 개 학교에서 31개 학교가 더 늘어 50여 개 학교에서 예배가 세워졌다.

백석대학교회에서 협력 선교사로 파송받은 최새롬 목사(오른쪽)
백석대학교회에서 협력 선교사로 파송받은 최새롬 목사(오른쪽)

학원선교 사역에 올인

최새롬 목사가 아직 할렐루야교회 부목사로 사역하던 시점이었다. 청소년 담당 목회자로 사역하고 있는데 고등학교 교사인 집사님 한 분이 새벽기도 후 찾아왔다. 기도 중 강한 성령의 임재를 경험했는데 학교에서 예배를 드렸다면 좋겠다는 것. 그때부터 학생들이 학교 내 기독교동아리를 조직하고 특별활동시간을 이용해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한 학교 예배는 어느새 20곳을 훌쩍 넘어섰다. 최 목사 혼자 감당하기엔 벅찬 숫자였다. 하나의 육신으로 교회 부목사 전임사역과 학원사역 모두를 병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교회와 학교, 둘 중 어느 하나만을 선택해야만 했다.

아버지가 백석 측 개척교회 목사님이셨어요. 아들도 목사가 되자 어머니는 대형교회 목사가 되어 생계 걱정 없이 살길 바라셨죠. 당시 어머니가 투병 중이셨는데 부목사 자리를 내려놓고 학원 선교사로 투신하겠다고 말씀드리는 것이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안정적인 자리를 내려놓고 광야의 길로 향해야 했기에 아내의 동의도 필요했다. 마음을 먹고 아내에게 기도해보고 결정을 내려달라고 부탁했다. 함께 기도하며 마음을 졸이고 있는데 단 하루 만에 아내에게 답이 왔다. 선교사의 길을 걷자는 결단이었다.

사명만 바라보고 온 길에 현실의 파도는 생각보다 거셌다. 부목사 신분을 내려놓으니 분당 사택에서 나와야했고 당장 몸 눕힐 집부터 알아봐야 했다.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던 부목사 월급은 협력선교사 후원금 30만원으로 바뀌어있었다.

제 사정도 달라졌지만 사역 현장에서 저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더군요. 그 전까진 학교에 예배를 세우고 지역교회와 동역하기 위해 교회를 찾으면 할렐루야교회 부목사라는 직함을 갖고 방문했었죠. 그런데 그 타이틀이 사라지자 사역에 대해 나눌 기회조차 갖기 어려웠습니다. 사역 소개 자료를 들고 교회를 방문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두고 가세요였어요. 여태까지 두고 가라고 한 교회에서 다시 연락이 온 일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교회의 시선이 차가워졌다고 해서 예배가 세워지길 기다리는 아이들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냉대와 거절을 거칠수록 최새롬 목사의 마음은 오히려 단단해졌다. 학원복음화 전임 선교사로 헌신한 만큼 두 배, 아니 세 배로 열심히 뛰었고 교회의 문을 두드렸다. 그가 흘린 땀방울은 학교 예배의 확산으로 나타났다. 전임 선교사로 헌신한 이후 31개 학교에 예배가 추가로 세워진 것이다.

최 목사가 교회에 가서 호소하는 것은 다음 세대를 위해 예배만 인도해달라는 것. 사람을 모으려 전도할 필요도 없고 공간 문제로 고민할 필요도 없다. 예배드리길 원하는 아이들이 기독교 동아리를 조직해 인도자만을 찾고 있다. 지역 교회에서 각자 지역에 있는 학교와 결연해 예배를 섬긴다면 전국 모든 학교에 예배가 세워지는 것도 꿈은 아니라는 것이 최목사의 생각이다.

교회를 찾아가면 다들 후원요청을 하는 줄 알고 오해하세요. 저는 교회에 가서 후원은 괜찮으니 학원 사역에 대해 공유할 수만 있게 해달라고 간청하죠. 죽어가는 다음 세대를 살릴 수 있고 역량 있는 지역 교회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사역이니까요. 다행히 사역에 대해 말씀을 드리기만 하면 대부분 교회들이 동참해주셨어요. 지금은 개 교회에서 각자 지역에 있는 학교 예배를 섬기며 인도하고 있고 저는 교회에서 가기 힘든 학교 12곳을 맡아 예배를 이끌고 있습니다.”

 

앞으로 10년이 한국교회 골든타임

전국적으로 예배가 드려지는 학교는 약 150여 곳. 전국 1만 곳이 넘는 중고등학교를 생각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교계의 현실도 마찬가지다. 일부 교단은 학원복음화선교사라는 직책을 공식 인정하고 다음 세대 사역을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 많은 교단에선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고 최 목사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교회 안에서만 바라보면 시각이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출산율의 급감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아이들이 줄어들고 있어요. 2005년에 400만 명이던 초등학생 인구가 2055년이면 179만 명이 될 것이라 추측하고 있는 상황이죠. 어쩌면 아이들이 없어 교육부서 담당 목회자 한 명을 뽑아놓고 유아부부터 초··고등부까지 모두 맡기는 상황이 올지도 모릅니다.”

교회의 느린 발걸음에 비해 타 종단과 이단들은 지금도 발 빠르게 움직인다. MOU, 동아리 등 다양한 형태로 학교에 침투해 아이들에게 접근한다. 불교의 템플스테이는 문화 체험 프로그램처럼 자리 잡았고, 이단들은 인성교육이나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학교 문을 두드리고 있다.

앞으로 10년은 한국교회의 골든타임입니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학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예배가 이어지고 있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예배의 자리에 스스로 나아오고 있어요. 한국교회가 아이들에게 예배할 수 있는 장을 열어준다면, 이 아이들을 통해 부흥이 일어나리라 확신합니다. 앞길이 막막해 보이지만 여전히 우리의 소망은 예배에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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