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타적 시선보다 공감하는 눈동자로 다가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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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타적 시선보다 공감하는 눈동자로 다가와 주세요”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0.06.3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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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중 기획 - 오해와 이해 : 나는 □ 입니다 ⑰ 미리 온 통일 ‘탈북민’

탈북단체 대북전단 살포…“탈북민 생각마다 달라”
“조선족보다 못한 취급, 북한 출신이라 말 안해”
우월의식 깔린 탈북민 사역, 동등하단 인식 필요

북한이 최근 남북관계 악화의 명분으로 지목했던 대북전단 살포. 대개는 탈북민 단체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독재 체제를 고발하고, 주민들을 돕는 물품을 보낸다는 긍정적 취지에도 불구하고,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된 탈북민 단체의 일련의 모습은 매우 자극적이었다. 

대북전단 내용도 과도하게 외설적인 데다 북한 접경지역 주민들을 아랑곳 않는 태도는, 탈북민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게 만들기도 했다. 북한의 위협에 갑자기 자국민에게 실정법을 들이미는 정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차치하고서라도 말이다.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탈북민 약 3만5천 명도 다소 극단적이기까지 한 대북전단 살포에 과연 동의할까? 어쩌면 상당히 많은 사람들은 북한 정권에 대한 적개심이 누구보다 강한 탈북민이기 때문에 사고와 행동이 유사할 것이라는 생각할 수 있다. 과연 그럴까?

국내 정착한 탈북민이 3만5천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여전히 탈북민을 향한 남한 사회의 배타적 시선은 생활과 적응을 어렵게 하고 있다. 차별과 편견없는 동행이 요청되고 있다. 사진=남북하나재단(2019 북한이탈주민 정착 사례 발표회)
국내 정착한 탈북민이 3만5천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여전히 탈북민을 향한 남한 사회의 배타적 시선은 생활과 적응을 어렵게 하고 있다. 차별과 편견없는 동행이 요청되고 있다. 사진=남북하나재단(2019 북한이탈주민 정착 사례 발표회)

남한처럼 당연히 탈북자 생각도 다양
국회에서 근무하고 있는 30대 탈북민 조경일 씨는 탈북민을 강경하게 인식하는 것에 대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명백한 편견이라는 것이다. 
조 씨는 “극단적인 활동에 대해 동의하는 탈북민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특히 젊은 탈북자들은 매우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명분에는 동의하지만 방법이나 행동 절차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북전단과 관련해 모든 탈북민들이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은 확실한 오해”라고 설명했다. 

남한 사회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은 이미 3만5천 명을 넘어섰다. 이 많은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갖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당연히 대북전단을 북한으로 보내는 것에 찬성하는 탈북민들도 있다. 탈북민 출신 A 목사는 “북한 정권의 반응을 보면 북한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대북전단에 대한 거부감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다. 오히려 정부가 이것을 법으로 막겠다고 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반박했다.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다. 

“차라리 조선족이라 소개 합니다”
사실 남한 사회는 외부에서 온 사람들에 대해 배타적인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 외국인 근로자와 다문화 가정 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탈북민들을 바라볼 때도 반영되고 있다는 지적을 한다. 특히 학연과 지연 등으로 얽혀진 남한 사회에서 매우 낯선 북한 땅에서 온 사람들에 존재는 어색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런 어색함이 단순한 낯섦이 아니라 부정적으로 인식된다는 점이다. 적지 않은 탈북민들이 처음 자신을 소개할 때 북한 출신인 것을 숨기는 경우가 많다. 

상당히 많은 탈북민들은 남한 사람들이 자신들을 향해 우월의식을 갖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다. 남한보다 못한 북한 사회에서 왔기 때문에, 북향민 한 개인을 한 수 아래로 접어보는 사고가 밑바닥에 깔려 있다. 이런 오만한 사고는 탈북민들이 우리 사회에 잘 녹아드는 데 방해가 된다. 

또 다른 탈북민 B 씨는 “북한에서 왔다고 하면 같은 동포라고 하면서도, 탈북자들을 하위 단위에 두고 행동하고 말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오히려 조선족보다 더 낮은 존재로 인식하는 것을 보면서, 아예 중국 동포라고 하거나 말투가 비슷한 강원도 출신이라고 말하기도 한다”고 이야기했다. 

함경북도 김책 출신의 통일코리아협동조합 박예영 이사장은 “남한 사람들은 북향민뿐 아니라 후진국에서 오는 사람들도 경제적인 잣대를 들이대며 자신들보다 뒤쳐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당연히 배우지 못하고 기술이 부족하겠지만, 북한 출신들이 못난 것은 아니다”며 “북향민에 대한 이분법적 시선은 무척이나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우월의식을 바탕에 둔 모습을 교회의 탈북자 사역에서도 느낄 수 있다며 문제의식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현재 교회에 출석 중인 탈북민 C 씨는 “탈북민에 대한 인식과 태도에서 세상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때가 있다. 그 좋은 복음을 우리가 전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무작정 일러주는 대로 따라오라고 하는 듯한 인상을 탈북민들이 자주 느끼고 있다고 한다”면서 동등한 인격체로서 공감대를 갖는 사역이 요청된다고 전했다. 

“국가를 위해 당당히 기여할 겁니다”
정부가 탈북민들에게 지원하는 정책에 대해 거부감을 나타내는 의견들도 종종 마주하게 된다. 당장 우리도 먹고 살기 힘든데 세금을 들여 탈북민들의 집도 사주고 돈도 주면서, 오히려 남한 사람들이 역차별을 당하는 것 아니냐는 토로이다. 

탈북민들은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등에 근거해 주택과 취업, 학업 등에 있어서 다양한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넘쳐나는 규모는 분명 아니다. 

지난해 여름 서울 한복판에서 탈북자 모자가 굶어죽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제적 빈곤 때문에 오히려 해외로 가거나 심지어 재입북 하는 사례도 있다. 그만큼 정부의 지원만으로 남한 사회에 정착하는 것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탈북민 D 씨는 “한 국가의 복지정책은 시스템에 의해 전략적으로 배분하는 것으로, 사회적 병폐를 예방하는 차원”이라며 “정착 지원을 받기 때문에 탈북자들이 위축되는 것은 대한민국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과도한 혜택이라는 인식은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경일 씨는 “남한에 정착하면서 받은 혜택들에 대해 제 주변의 거의 모든 북한 출신들은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받은 기회를 대한민국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갚고자 하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고 이야기했다. 

흔히 탈북민들을 ‘미리 온 통일’이라고 한다. 그 만큼 탈북민들이 한반도에서 갖는 의미가 남다르고, 평화를 위한 시대적 사명과 역할 중요하기 때문이다. 탈북민들이 남한 사회에 편견 없이 자리 잡는 것은 대한민국, 나아가 한반도의 자산인 것을 우리 모두는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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