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경제, 교회로 들어오다 ‘예배 처소 공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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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경제, 교회로 들어오다 ‘예배 처소 공유제’ 
  • 공종은 기자
  • 승인 2020.06.30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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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당 공유’ 공론화되나

예장 통합 서울북노회 9월 총회에 헌의
재정적 부담-위험 요소 제거 이유로 환영


사회가 ‘공유(共有) 경제’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공유 경제는, 한 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사용하면서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키는 데 의의를 두는 경제 개념. 이것이 최근 플랫폼 경제로 변화되면서 우버(Uber. 스마트폰 앱으로 택시가 아닌 일반 차량을 배정받을 수 있는 교통 중개 서비스)와 에어비앤비(Airbnb / Airbed and Breakfast. 숙박 시설과 숙박객을 온라인으로 연결해주는 서비스 모델), 위워크(WeWork. 사무실 공유 서비스업체)가 활성화됐다. 이 중에서 ‘위워크’는 부동산을 소유하지 않고, 공실의 대여로 활성화시킨 기업. 임대료 상승과 실업률의 증가, 임금의 감소와 맞물리면서 접근성 좋은 지역을 중심으로 사무실 공유가 활성화된 상태다. 교회 또한 개척 상황 악화와 치솟는 임대료라는 악재가 맞물리면서 목회자들 사이에 예배당 공유 개념이 확산됐다. 그리고 9월 교단 총회를 앞두고 ‘예배 처소 공유제’가 헌의되면서 이슈로 떠올랐다. 

# 목회자들 사이에서 급격히 확산

그렇다고 다른 교회와 예배 장소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가능할까? 하지만, 예배 장소 공유는 목회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공개된 비밀. 오래전부터 알게 모르게 확산됐고, 오히려 목회자들의 생각은 적극적인 데다 자리 잡아 가는 추세이기도 하다. 형태는 크게 두 가지. 중형 규모 이상의 교회가 예배 공간을 내어주는 경우와 작은 교회들이 공간을 공유하는 경우다. 특히 작은 교회의 경우 하나의 건물을 공동으로 임대해 사용하기도 한다.

경기도 김포한강신도시의 르호봇코워십스테이션이 대표적인 사례. 김포명성교회 김학범 목사의 제안으로 시작된 예배당 공유 시스템은, 현재 교파가 다른 여덟 교회가 1시간 30분 간격으로 예배한다. 예배가 끝난 교회는 아래층으로 이동해 교제를 이어가는 시스템이다. 

서울 광진구 벧엘성서침례교회(담임:현상웅 목사)와 요한서울교회(담임:백상욱 목사)도 이미 4년 전 2년 정도 예배 공간을 공유했다. 상가 건물을 허물고 교회를 건축하게 된 요한서울교회를 벧엘성서침례교회가 품은 것. 교회 1층 공간에서 오전 9시 30분에 벧엘성서침례교회가 청소년부 예배를 드리면 11시에 요한서울교회 교회학교가 예배를 드리고, 2층 본당에서의 벧엘교회 11시 주일 예배가 끝나면, 오후 2시와 4시에 요한교회가 사용하는 식이었다. 벧엘교회는 공간을 양보했고, 요한교회는 주일 예배 시간을 오후로 미루어 장소를 공유했다. 그리고 대안학교를 운영했던 요한서울교회는 주중 교회 공간 전체를 사용하면서, 모든 사무공간을 리모델링해 기증했다.

서울 수서교회(담임:황명환 목사)도 2015년 새 성전을 건축한 후 구 예배당 건물을 그대로 두고 개척 교회나 작은 교회들이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임대 비용 없이 3년 동안 사용할 수 있게 했고, 5만 원 정도의 관리비용만 부담하게 했다.

벧엘성서침례교회와 요한서울교회는 4년 전, 2년 동안 예배 공간을 공유하면서 함께 예배했다. 사진 왼쪽이 벧엘성서침례교회 현상웅 목사, 오른쪽이 요한서울교회 백상욱 목사.
벧엘성서침례교회와 요한서울교회는 4년 전, 2년 동안 예배 공간을 공유하면서 함께 예배했다. 사진 왼쪽이 벧엘성서침례교회 현상웅 목사, 오른쪽이 요한서울교회 백상욱 목사.

# ‘제도적 지원 필요하다’ 지적

이번 9월 총회를 앞두고 예장 통합총회 서울북노회(노회장:한봉희 목사)가 ‘예배 처소 공유제’ 신설을 총회에 헌의하기로 한 것은 이런 현실이 반영된 것. 개척 교회와 미자립교회의 재정적 부담을 해소하고, 그동안 물밑에서 논의되고 진행됐던 예배 공간 공유 개념을 이제 양지에서, 그리고 제도화시키자는 것이다. 필요에 의한 교회들만의 논의를 넘어 공론화의 때가 됐고, 교단과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예배 공간 공유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 재정적 부담을 더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지만, 작은 교회들의 자립을 위한 인큐베이팅 역할 또한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 벧엘성서침례교회 현상웅 목사 또한 “개척 교회와 작은 교회들이 성장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품고 지원하는 인큐베이팅 역할을 공간을 공유하는 교회가 할 필요가 있다”며 적극 찬성했다. 인큐베이팅 개념의 경우 일정 규모 이상의 교회가 특정 교회의 자립을 위해 상당 기간 지원하면서 장소를 사용하게 하는 것. 기간을 정하기도 하지만, 대상 교회의 자립 시기가 될 때까지 장소 공유가 계속되기도 한다.

# 총회 법-신학적 과제

예배 장소를 공유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많은 교단들이 ‘교회 설립 기준 거리 5백 미터’ 조항을 두고 있기 때문. ‘반경 5백 미터 안에 같은 교단의 교회를 개척할 수 없다’는 조항으로, 교회를 설립해야 할 경우 이웃 교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 조항이 살아있는 한 예배당 공유는 발목이 잡힐 수밖에 없는 상황. 아파트와 상가 밀집으로 이미 무의미해진 조항이기는 하지만, 예배당 공유 활성화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교파도 문제. 같은 교단의 교회들이 예배당을 공유하기도 하지만, 지역의 교회들이 공간을 공유하는 속성상 교파가 다른 교회와 예배당을 공유할 수도 있기 때문. 이런 경우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에 대해서도 짚어야 하고, 예배당 공유제에 대한 신학적 이해, 동일 주소지에 대한 법적 문제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런 문제점들에 대해 건강한작은교회동역센터 이진오 목사(세나무교회)는 신중한 접근을 권고하면서, “재정적인 이유 외에 목회적으로, 신앙적으로 어떤 장점이 있는지를 꼼꼼히 짚어야 한다”고 당부한다. 공간의 문제 해결에만 몰입할 경우 결국 딜레마에 빠질 수 있고, 교회가 예배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과 교제를 위한 공간과 시간이 필요한데, 인원이 조금만 늘어도 시간과 공간의 문제가 생긴다. 그리고 한국 교회가 오전 11시로 예배를 정한 것 또한 수많은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자리잡은 것으로, 오전에 예배하고 오후에 교육과 교제로 이어지는 시스템을 가장 선호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대두되는 현실적인 사안도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목회자들이 모르는 사이에 목회 스타일과 교육 시스템, 고유한 분위기와 문화, 교인들의 정서 차이가 비교되면서 자연스레 교인들의 이동이 생기게 된다는 것. 이 목사는 “이렇게 되면 목회자들의 관계가 어색해지고 공동체 사이에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것을 교인들의 인식 문제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충고하면서, “교인들의 인식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로 봐야 한다. 재정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간을 나누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작은 교회들이 합치는 경우가 오히려 더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공교회를 책임지려는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두 교회에서 장소를 공유했던 좋은우리교회 장상태 목사도 “재정적인 부분과 경영에서는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 불편함이 있더라도 확대돼야 할 부분이지만, 교인 간의 비교가 존재하고, 예배 후 교제와 성경공부, 상담 등 후속 프로그램이 진행될 경우 잡음이 생기기도 한다. 그리고 장소 사용 후 관리 부분에 대한 세세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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