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배치 핵심은 ‘사역 연속성’…충분한 휴식도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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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배치 핵심은 ‘사역 연속성’…충분한 휴식도 필수”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0.06.16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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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발적 철수 선교사, 다음 사역 준비는 어떻게?

남은 평생을 선교지에 바치리라 다짐한 선교사들에게도 예기치 못한 상황이 찾아온다. 현지 정부의 핍박, 비자 문제 등을 이유로 추방과 입국거절을 당한 비자발적 철수 선교사들이 그들이다. 특히 최근 중국과 인도에서 갑작스럽게, 그리고 대규모로 선교사들이 추방된 사건은 선교계에 큰 충격을 줬다.

비록 선교지에서는 거부당했지만 이들의 선교사로서의 사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선교사의 비전과 정체성을 품고 다음 발걸음을 준비하는 이들을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국위기관리재단은 지난 11다음사역 준비 세미나를 열어 비자발적 철수 상황에 놓였던 선교사들의 경험을 듣고 다음사역을 시작하는데 필요한 준비 사항들을 논의했다.

충분한 휴식이 다음 사역 원동력

안드레 선교사는 1994년 합동 총회세계선교회(GMS)와 성경번역선교회(GBT)의 파송을 받고 북아프리카의 이슬람 국가 튀니지로 떠났다. 성경 번역 선교사의 사명을 맡아 베르베르족의 언어로 성경을 옮기는데 힘썼고 한글학교 선생으로도 활약했다. 사역이 10년을 넘어서자 성경번역 작업에도 점점 속도가 붙었다.

하지만 사역이 한창 궤도에 올랐던 201012, 그는 정든 튀니지 땅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튀니지에서는 아무런 결격 사유가 없어도 외국인에게 15년 이상 비자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국으로 돌아온 안드레 선교사는 GMSGBT 본부에서 일하며 아랍권역에서 온 이슬람 난민 사역을 전개하고 있다.

원하지 않았던 선교지 철수를 먼저 경험한 안드레 선교사는 비자발적 철수로 혼란스러워하는 동료 선교사들에게 가장 먼저 충분한 휴식을 권했다. 그는 강제 추방당한 선교사에게 쉴 시간을 주지 않고 곧바로 다른 선교지로 내보내는 것은 선교사와 선교사 가족을 더욱 지치게 한다면서 휴식을 취하며 쌓은 에너지와 마음의 여유는 다음 사역을 시작하게 할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음 사역의 방향을 놓고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안 선교사는 한국에 돌아와서 쉬는 시간 동안 하나님, 제가 내년부터는 어디서 무슨 일을 해야 할까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요?’하고 기도를 드렸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결정은 내가 한다는 응답을 주셨다면서 우리의 길은 하나님께서 결정하고 인도하신다. 어떤 길로 가야할지 조급해하기 보다는 기도하며 그분의 뜻을 살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다양한 경험을 통해 견문을 넓히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는 만약 제가 북아프리카에만 계속 머물렀다면 제 시야 역시 그곳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라며 한국에 와서 본부사역으로 섬기며 한국교회의 일반적 관심사와 세계 선교의 동향을 비교하고 상세히 경험할 수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선교 이슈를 파악하고 배울 수 있었던 점은 큰 유익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무엇보다 다음 사역을 준비하는 일꾼의 자세를 강조했다. 안 선교사는 처음엔 성경번역 사역이 한창 활발하게 이뤄지던 때 왜 우리 가정을 내보내셨는지 의문이 컸다. 하지만 하나님이 내게 맡겨주신 일이라고 해서 반드시 나를 통해 끝맺음을 하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땅을 가는 자와 씨를 뿌리는 자, 물을 주는 자, 열매를 거두는 자는 따로 있지만 오직 자라게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심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튀니지를 떠나는 날 아침 현지 청년에게 세례를 줄 수 있느냐는 부탁을 받았다. 공항으로 가기 전 짬을 내 청년의 집을 들렀다. 알고 보니 한국어교실에서 내가 가르치던 학생이었다. 나는 갑작스럽게 떠나느라 미처 복음을 전하지 못했지만 다른 한국인 선교사를 만나 복음을 듣고 세례를 받기로 결심한 것이라며 사역자가 떠난다고 해도 그 땅을 향한 하나님의 역사가 멈추는 것은 아니다. 여러분이 뿌린 복음의 씨앗은 반드시 열매를 거둔다. 그저 하나님께서 주신 소명에 순종하며 기쁨으로 인도하심을 따라가는 선교사들이 됐으면 한다고 격려했다.

 

재배치는 임시적? 항구적?

김한성 교수(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는 어쩔 수 없이 선교지를 떠나게 된 선교사들을 비자발적 철수 선교사라고 부르지 않는다. 대신 김 교수는 그들을 하재선이라고 부른다. ‘하나님께서 재배치하신 선교사라는 뜻이다. 뜻하지 않았던 선교사들의 추방과 입국거절조차 하나님의 섭리와 계획 안에 있다는 믿음에서다.

그는 선교사의 재배치는 철수한 선교사가 어떻게 사역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또 선교사가 그간 축적한 지식과 경험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고민에서 출발해야 한다면서 재배치는 전략적이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바라보며 자기관리와 동시에 회복력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다음 사역 준비를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11가지 항목을 제시했다. 먼저 재배치가 임시적인지 항구적인지 확실히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지 않은 선교사들이 3년 혹은 5년 후 이전 사역지로 복귀하기를 희망하기 때문. 재배치 사역지를 임시로 머물 곳으로 여기느냐, 혹은 새로운 길로 여기느냐에 따라 사역지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언어와 문화도 중요한 고려 요소다. 실제 중국에서 추방된 선교사들이 동남아권 화교 사회에서 사역을 이어가고 있는 사례도 종종 보고되곤 한다. 하지만 언어가 같다고 하더라도 문화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이밖에도 사역 대상과 사역 내용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 동료 선교사와의 관계 자녀 교육 선교사 본인의 건강과 체력 비자 획득 방법과 유지 선교 재정의 수입과 지출 예상 은퇴 준비 현지의 필요 파송 교회와 소속 선교단체의 재배치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김 교수는 비자발적 철수가 당황스러운 일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다른 직종에서도 권고사직, 명예퇴직, 혹은 원치 않는 폐업과 부상으로 인한 은퇴를 경험하기도 한다. 철수와 재배치를 너무 두려운 마음으로만 보지 않았으면 한다면서 선하신 하나님께서 선교사들을 위한 계획이 있으시고 언제나 선하게 이끄실 것이다. 11가지 고려 사항들을 점검하며 하나님을 신뢰하는 선교사들이 되길 기도한다고 전했다.

 

철수 이후 후원감소후원처 다양화 필요해

선교사들이 선교지를 떠나게 되면 한국으로 돌아온 후 종종 후원중단과 후원감소를 경험하기도 한다. 본인의 의사에 의한 철수가 아니었지만 후원교회의 시선엔 단순히 선교지를 떠나 선교사역을 멈춘 것으로 비춰지기 쉽기 때문이다. 한 선교사는 비자발적 철수를 한 경우 파송교회 목회자 중 20~30%만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후원하고 지지하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한성 교수는 모금도 사역의 일부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교사는 현장 사역자이지 모금하는 사람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몇몇 선교사는 품고 있는 것 같다면서 하나님이 하나님의 방법으로 공급하신다는 믿음, 혹은 갑을관계에 놓이는 것 같은 부정적 느낌, 재정 모금 관련 교육과 경험의 부족 등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죠지 뮬러와 허드슨 테일러는 엄청나게 적극적으로 후원자들, 성도들과 의사소통했다. 설교로, 편지로, 입소문으로 하나님의 선교를 전했다. 요즘 표현으로는 100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SNS 스타였다면서 모금과 선교를 분리하면 이분법적 사고가 아닌 총체적 사고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물리적 세계의 자원이 영적 사역에 때론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안드레 선교사도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 후원 감소를 겪었다. 안 선교사를 파송했던 교회는 해외에 있는 선교사만 선교사로 인정한다는 기준이 있었고 협력 선교사로 변경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후 다시 파송 선교사로 직책이 변경됐고 다른 곳에서 후원과 공급이 이어지면서 재정 상황은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안 선교사는 후원을 받는 교회나 단체가 한 곳에 집중되면 나중에 후원이 끊기는 일이 생겼을 때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면서 후원금을 다양한 곳에서 분산해서 받도록 교단과 기관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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