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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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라
  • 김학중 목사
  • 승인 2020.06.0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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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중 목사/꿈의교회

끝날 것 같던 사태가 끝나지 않는다. 일상으로 돌아가려나 기대했는데, 또다시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여기저기서 확진자가 다시 터지다 보니, 이제 경로추적을 사실상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른 것 같다. 언론에서는 클럽, 배송업체, 교회 등을 언급하며 이곳들을 조심하게 하자고 말하지만, 우리 주변만 봐도 우려할 만한 곳은 널리고 널려 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알아서 조심하고 알아서 배려하면서, 서로가 신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장벽이 높다. 특별히 어떤 사람은 조심과 배려보다는 이기주의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학원가를 둘러보니, 편의점 테이블 하나에 대여섯 명 아이들이 마스크를 벗고 앉아있었다. 얼마나 생기발랄한지 침이 튀기는 것이 보일 정도였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학교를 매일 열어서 일정 시간 넣어두었다가 하교할 때 한 명씩 손소독제를 바르게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만 그런 게 아니다. 어른은 더 큰 문제다. 최근에 클럽이 문제가 된 것도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이기주의의 산물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소위 ‘교회발 집단 감염’도 마찬가지이다. 비둘기처럼 순결한 마음은 있었겠지만, 뱀처럼 지혜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이들은 의도와는 반대로 전도의 문을 막아버렸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우리는 두려워한다. 서로를 향한 신뢰는 아직 요원하다. 그 결과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해한다. 사업장을 운영하는 교인들의 막막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가족들이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등으로 계속 집에 머물면서, 하루 세끼 밥을 먹여야 하는 주부들의 막막함도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나 필자의 가장 큰 관심은 교회이다. 큰 교회나 작은 교회나 막막하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도 없지만, 이제는 나서지 않으면 그냥 죽을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얼마 전 한 개척교회 목사님이 깊이 고민하면서 전화를 했을 때, 필자는 한마디만 했다.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그 전화가 있기 며칠 전, 어떤 분이 가정의 문제로 고민을 들고 왔다.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가족들에게 큰소리를 치고, 서로 얼굴을 붉히는 경우도 많은데,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마음이 예민해지다 보니 더 심해진 것이었다. 그 고민을 들은 필자는 딱 한 가지를 권면했다.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자. 5분만 먼저 일찍 일어나라’는 것이었다.

물론 그분도 처음에는 이 말을 다 믿지 못하는 표정이었습니다. “5분 더 일찍 준비한다고 뭐가 다르겠어?”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출근 시간이 늦어 교통체증에 걸리면 어쩌나 노심초사하며, 서로의 얼굴을 바라볼 여유가 없는 일상이 달라진 것이다. 그 5분 동안, 서로의 얼굴을 한참이나 볼 수 있었고, 여유 있게 사랑스럽게 볼 수 있었다. 아주 잠깐이었고 거창하지도 않았지만, 온 가족이 한 상에 앉아 준비된 빵과 커피를 마실 때는, ‘행복이 이런 거구나’ 느끼게 해준 마법 같은 시간이 되었다. 그때부터 가족의 대화가 달라졌다고 말한다. 그 비결은 거창하지 않았다. 5분 일찍 일어났을 뿐이었다. 그저 할 수 있는 것을 했을 뿐이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 먼저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된다. 단계를 보면 내가 할 수 있는 배려를 하면서, 해야 할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교회는 우선 방역을 잘해야 한다. 마스크와 손소독제만 잘해도, 절반의 신뢰는 쌓을 수 있다. 그와 동시에 영혼 구원의 사명을 감당해야 하니, 일단 말씀이면 말씀, 찬양이면 찬양 등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온 세상 사람에게 한번 뿌려보자. 이런 움직임으로, 곧 새로운 일상이 열리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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