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통합은 ‘결혼’… 한쪽의 희생만 요구하면 불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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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통합은 ‘결혼’… 한쪽의 희생만 요구하면 불균형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0.05.27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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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단 통합의 역사를 통해 본 백석의 미래 - (7) 성령이 하나 되게 하신 ‘통합’, 누가 갈랐나? (상)

유지재단 가입 요청은 ‘상징적’ 의미
교단 갈등 틈타 이탈의 명분 앞세웠나

교단과 교단이 통합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역사와 전통, 문화가 다른 두 교단이 만나 하나가 되는 것은 많은 희생과 양보, 서로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교단 통합은 세상적 관점에서 ‘결혼’에 비유된다. 

지난 2015년 9월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라비돌리조트 신텍스 컨벤션센터에서 드려진 ‘대신-백석 통합총회’에서 설교를 전한 대신 증경총회장 최복규 목사는 “100% 완전한 결합은 없다”며 자신의 결혼생활에 대한 비유로 “처음 둘이 만나 하나가 되었을 때는 50~60% 밖에 맞지 않았지만 살면서 맞추며 살아왔다”고 잘사는 방법을 일러주었다. 최 목사는 “대신과 백석도 통합 후에 하나씩 맞추어 살아가면서 하나님의 큰 뜻을 이루는 교단이 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2018년 9월 총회에서 당시 정영근 증경총회장이 정책자문단 합의사항으로 ‘백석대신’ 명칭 사용을 위해 20개 교회의 유지재단 가입을 공표했다.
2018년 9월 총회에서 당시 정영근 증경총회장이 정책자문단 합의사항으로 ‘백석대신’ 명칭 사용을 위해 20개 교회의 유지재단 가입을 공표했다.

명칭 변경은 외부 압력 아닌
내부 총회 결의 불이행 

통합총회 당일 총대들은 만장일치 기립박수로 통합을 축하했지만 그 마음속에 인간적인 서운함이 없었다면 그것도 거짓일 것이다. 증경총회장 홍태희 목사는 “공증 합의가 지켜지지 않았다”며 이의를 제기했고, 당시 통합총회 현수막은 ‘대신-백석 통합총회(대신)’이라고 아예 교단 명칭이 명시되어 있었다. “90%가 합류하면 교단 명칭을 ‘대신’으로 한다”는 합의에는 훨씬 못미치는 상황이었지만 백석 총대들은 숫자를 따지지 않고 대신을 받아들였다. 

그뿐인가. 노회단위 통합을 이룰 때는 항상 대신 측에 먼저 임원을 양보했고, 임원수도 동수로 배정했다. 상비부장도 대신과 백석이 50%씩 맡았고, 주요 부서에 먼저 배려하는 섬김의 본을 보였다. 이러한 일선 목회자들의 노력으로 백석과 대신 두 교단은 통합 후에 지역 단위에서 하나가 되고자 했고, 상호존중과 배려로 통합정신을 지켜왔다. 이런 노력은 모두 ‘같이 살기’ 위해서였다. 하나님 앞에 약속하고 기도하며 은혜를 고백한 통합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통합에 균열이 생긴 것은 통합에 합류하지 않고 남았던 수호측과의 소송, 법적 정통성 시비로 촉발된 명칭 사용의 문제, 총회 결의사항이었던 ‘유지재단 가입의 불이행’ 등이 배경이 됐다. (1532호 16면 기사-대신에서 백석으로, 교단 명칭 바뀌게 된 ‘3가지 결정적 장면’ 참조)

그런데 여기서 원초적인 질문이 하나 남는다. 수호측과의 소송이나 명칭 사용에 대한 법적인 문제는 외적 요인이다. 내적인 요인은 총회 결의 불이행에 해당하는 ‘유지재단 가입’이다. 

백석유지재단 가입 요청
법보다 ‘상징적’ 의미 

2015년 9월 통합총회 당일, 당시 대신 총회장이었던 전광훈 목사는 “90%에서 3%가 모자란다고 했다. 3%만 채우면 대신에서 90%가 합류하는 것이니, 조금만 시간을 달라”고 했다. 90%는 ‘대신’이라는 명칭 사용의 전제였다. 법적 합의를 기준으로 하면 90%가 안 될 경우에는 ‘백석대신’이라는 명칭을 써야 했다. 하지만 총대들은 3%를 채우겠다는 약속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통합을 거부한 반대 그룹은 생각보다 많았다. 전통적으로 대신을 지키자는 수호 그룹이었다. 신학교 문제가 생긴 후 교단 통합으로 지속적인 활로를 모색할 때, 대신 한 편에서는 힘들어도 우리끼리 살아보자는 통합 반대 그룹이 항상 존재했다. 이들을 설득하지 못한 통합은 대신을 2개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법적 송사에 휘말리게 만들었다. 

‘예장 대신 제49회 총회결의무효소송’이 1심에서 패소하자 명칭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항소심에서 패소한 후에는 3년째 쓰던 ‘대신 명칭’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됐다. 항소심 패소 후 “정통성과 역사성은 수호측에 있다”는 합의는 사실상 명칭을 포기한 결정이었다. 

2018년 6월 항소심 패소가 확정되고, 2018년 9월 총회에서 교단 명칭을 ‘백석’으로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그때 나온 중재안이 바로 대신측 교회의 유지재단 가입이다. 유지재단 가입은 백석측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한 진동은 목사가 제안한 내용이었다. 명칭보다 중요한 것은 같이 살겠다는 의지. 그래서 유지재단 가입으로 의지를 보여달라는 요청이었다. 

유지재단 가입은 ‘상징성’에 불과했다. 유지재단에 가입했다고 해서 총회 탈퇴가 어려운 것도 아니고, 법적 강제성도 없다. 

유지재단은 신탁기관으로 개별 교회 공동의회에서 2/3이상이 결의하면 재산을 다시 돌려주어야 한다. 재산이 넘어가는 것도 아니다. 행정적인 절차를 거쳐 가입하면 그뿐이다. 오히려 개척 목회자 은퇴 후에 교회 재산이 공중분해 되거나 교회 분쟁으로 이어지는 사례들이 있어 교회 갈등에서 공적 재산을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유지재단에 가입을 하는 교회들이 늘고 있다. “유지재단에 가입하라”는 총회 결의는 자존심을 걸만한 대단한 요청이 아니었던 것이다 .

유지재단 가입으로 교회 재산을 지켜온 몇몇 교회들은 총회 결의를 이행하기 위해 공동의회를 열고 백석유지재단 가입을 결의했다. 대신유지재단에서 재산을 찾아올 때도 백석유지재단 가입을 사유로 든 교회도 있다. 개별 교회들은 백석유지재단 가입 의지가 분명했다. 그러나 ‘조직’의 입장은 달랐다. 대신인모임 실무자는 대신유지재단에서 탈퇴한 교회들을 개별등기시켰고, 백석유지재단 이사회에 지속적으로 무리한 요구를 하며 시간을 끌었다. 사실상 교단 탈퇴를 염두에 둔 행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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