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할 수 없는 변화의 시대, 두려워 말고 창의적 접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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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할 수 없는 변화의 시대, 두려워 말고 창의적 접근해야”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0.05.20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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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선교를 말하다 - KWMA 사무총장 조용중 선교사 인터뷰

이제 세계는 BC(Before Corona)AC(After Corona)로 구분될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육안으로 확인할 수도 없는 작은 바이러스 하나가 우리 생활 전반을 뒤바꿔놓았다는 얘기다. 사람과 사람 사이 물리적 거리는 멀어졌고 비대면 커뮤니케이션과 온라인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나의 지구를 꿈꿨던 세계는 이제 나라마다 문을 걸어 잠그고 지역화의 길로 회귀하는 모양새다.

코로나19의 영향은 세계 복음화를 위한 발걸음도 주춤하게 만들었다. 선교지와 우리나라 사이 교류가 차단됐고 선교사 신규 파송조차 길이 막혔다. 암담하게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사무총장 조용중 선교사의 시선은 다르다. 바이러스가 멈춰놓은 지금 상황을 재정비와 도약의 시기라고 말하는 그를 만나 코로나 이후 선교 동향을 물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 일상을 통째로 바꿔놓고 있다. 선교계에 미친 영향도 적지 않으리라 본다. 코로나 이후 선교계가 겪고 있는 변화들에 대해 소개해 달라.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 세계를 락다운(Lockdown) 상태로 만들었다. 그 영향은 선교계 역시도 빗겨가지 않았다. 처음엔 중국과 인도에서 비자 문제로 시작된 선교사 비자발적 철수 문제가 코로나로 인해 가속화됐다. 특히 중국에서 사역하시던 선교사님들은 코로나 효과를 피부로 체감해야 했다. 상당수 선교사님들이 현장 사역을 중지하고 있는 실정이고 일부는 선교지에서 벌써 철수해서 귀국하신 분들도 계신다.

코로나 사태 초기 KWMA는 되도록 사역 현장을 지켜달라는 공문을 회원단체에 발송했다. 지금도 현지 동역자들이 철수를 권고하기 전까지 가능하면 선교지에 남아있는 게 낫다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기저질환이 있거나 연로하신 선교사님들이 위험을 느낄 경우 선교단체별로 파악해 철수하도록 권고했다.

사역지에서 잠깐 철수한 선교사님들도 바이러스가 두려워 선교를 포기한 것이 아니다. 선교지로부터 도망쳤다는 시선으로는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KWMA는 철수한 선교사들이 한국에 왔을 때 불편을 겪지 않도록 격리장소와 이후 머물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전 세계 국가들이 모임과 이동을 통제하면서 선교 사역에도 제동이 걸린 실정이다. 특히 지속성이 필요했던 사역들은 코로나로 인해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의도치 않은 휴식기를 맞은 선교사들이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숨을 돌리는 시기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선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 기본이 무엇인가 돌이켜보는 것이라고 본다. 우리가 선교를 정말 잘해왔는지부터, 하나님이 하시는 일에 어쩌면 우리가 너무 앞장서 그 일을 주도하려고 하지는 않았나 돌이켜보는 성찰의 시간으로 삼아야 한다.

두 번째는 휴식의 시간이다. 앞만 보고 달려온 선교사들은 그동안 제대로 쉴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선교사들이 언제 다시 돌아갈까, 언제 일을 시작하나 걱정하며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지금은 하나님께서 주시는 휴식과 회복의 시간이다.

세 번째로는 포스트 코로나(코로나 이후) 시대의 선교를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하는 준비의 시간이다. 지금의 공백기를 선교사들의 역량강화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KWMA도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선교사 트레이닝과 미디어 활용 교육, 온라인 사역 준비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역량들을 갖출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다.

또 코로나 이후에는 텐트 메이커, 즉 비즈니스 애즈 미션(Business As Mission) 사역이 좀 더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점점 전문인 선교, 평신도 선교, 자비량 선교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BAM 사역을 위한 준비도 필요하다.

 

전 세계 정지되며 선교도 제동성찰·휴식·준비의 시기로

교회 재정 감소로 선교 타격? 영적인 자세가 더 중요

초연결사회 속 소외된 사람들, 교회 공동체 중요성 커질 것

 

-한국교회 역시 코로나로 한동안 예배가 중단돼야 했다. 그로 인한 재정 타격도 상당하리란 분석이 많다. 교회 재정이 줄면 선교비를 가장 먼저 줄인다는 말도 있는데 어떤 영향이 있으리라 보나.

경제가 어려워지니 성도들의 수입은 감소하고 교회도 재정의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많은 분들의 우려와 달리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보진 않는다. 선교를 교회의 사명으로 알고 제대로 해오던 교회들은 지속적으로 선교를 해나가리라 믿는다. 알곡 신앙을 가진 성도들은 오히려 하나님이 원하시는 선교에 더 전념하게 될 것이다. 선교비의 절대적 양은 줄어들 수 있지만 수입 대비 비율로 보면 코로나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 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교를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이다. 그동안 우리는 은연중에 한국교회가 성장해서 선교를 하게 됐고, 우리가 가진 게 많아서 선교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그것은 대단한 착각이다. 선교는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이고 하나님께서 이뤄 가시며 우리는 그 과정에 도구로 쓰임 받을 뿐이다.

애초에 선교는 재정이 많아서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코로나 이후 한국교회가 선교를 못하게 된다면 그것은 재정이 줄어서가 아니라 쓰임 받을 준비가 되지 않아서다. 물질이 부족해 선교를 못하게 되리라는 염려보다, 우리가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할 영적 준비가 되어 있느냐를 염려해야 한다. 그 자세만 준비된다면 혹여나 재정이 줄어들더라도 한국교회의 선교는 계속 되리라 믿는다.

 

-전문가들은 세계가 코로나 이전과 코로나 이후로 구분될 것이라 전망한다. 사회 전반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선교 전략과 도구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4차 산업혁명의 특징 중 하나는 초연결사회. 그래서 우린 모든 것이 연결돼 있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코로나라는 재난을 통해 아무것도 연결돼있지 않고 아무것도 제대로 알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이제 사회에선 콘택트(Contact)가 아닌 언택트(Untact)를 얘기한다. 콘택트와 언택트의 시대를 살며 어떤 선교 전략이 필요한지를 고민해야 한다.

달라지는 시대에 필요한 선교 전략을 세 가지로 정의하고 싶다. 첫 번째는 창의적 확장성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모든 분야에서 자원을 개발하고 다양한 선교 방법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창의적인 선교를 해야 한다.

두 번째는 의도적 개방성이다. 그동안 전 세계는 세계화를 한참 외쳤지만 이제 코로나로 지역성을 더 강조하는 분위기가 됐다. 우리도 그럴 수 있다. 가만히만 있으면 자연스레 문을 닫고 폐쇄성을 갖게 된다. 하지만 복음을 전하기 위해선 우리 안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의도적으로 문을 열고 찾아가야 하고 우리 자신을 내어놓고 만나야 한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관계적 공동체성이다. 코로나로 인해 집에만 있다 보면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과 연락을 하고 관계를 맺고 있는가 돌아보게 된다. 대부분 자신의 가족, 아주 가까운 친구를 제외하면 의외로 공동체라 할 만한 것이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로 모든 사람들이 연결돼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너무도 많은 이들이 소외되어 있다.

성경에서 말하는 초대교회는 코이노니아가 살아있는 교회였다. 그 공동체성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더 절실하게 요구될 것이라 본다. 교회가 관계적 공동체성을 보여주는 곳이 되고, 크리스천들이 그런 교제를 삶으로 보여줄 때 앞으로 세계선교 역시 가능할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사람들이 지쳐가고 있다. 오랜 기간 현장 예배를 드리지 못한 교회도, 사역에 제동이 걸린 선교사들도 피로감이 더해가는 듯하다. 이들을 위한 격려의 한마디를 부탁드린다.

선교 사역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도적으로 이뤄 가시는 것이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하나님께서 그 소명을 이뤄 가시고 일용한 양식을 채우실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 필요를 채우시고 가장 선한 길로 인도하시는 분이다. 선교사 모두가 그런 믿음을 갖고 더 담대하게 선교 사역을 감당해나갔으면 한다.

한국교회에도 좋은 기회가 됐다고 본다. 이렇게 교회에서 마음 놓고 예배하고 찬양하고 기도하는 것이 얼마나 큰 은혜였는지 깨닫는 시간이 되고 있다. 또 우리가 잘해서 성장했다고 생각했던 교만에서 돌이켜 하나님의 은혜가 얼마나 컸는지 깨닫고 감사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다시 모이는 예배는 진정한 감격과 은혜가 있는 예배가 될 것이라 믿는다.

코로나 때문에 한국교회가 힘들어지고 선교의 길이 막히리라고 하는 것은 하나님의 능력을 우리가 무시하고 깎아내리는 실수다. 너무나 쉽게 교회는 안 될 것이라고, 교인들이 빠져나갈 것이라고 얘기해선 안 된다. 순수한 하나님의 사람들이 모여 예배드리고 선교에 헌신하는 교회라면 수가 조금 작다고 해도 결코 약하지 않다. 그런 교회가 많아진다면 자연스레 부흥은 다시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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