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의 길은 ‘지금 여기’가 그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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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의 길은 ‘지금 여기’가 그 출발점
  • 김종생 목사
  • 승인 2020.05.1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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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생 목사/글로벌디아코니아 상임이사

‘코로나19’로 우리는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새로운 일들을 경험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전과는 분명 다른 생활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이런저런 대안을 내고 있다. 일찌기 요한복음에서의 도마처럼 주님이 제안하는 새로운 길인 십자가를 우회적으로 언급할 때, “주여 주께서 어디로 가시는지 우리가 알지 못하거늘 그 길을 어찌 알겠습니까?”라며 길과 답을 다 알고 있는 것 같은 오만함을 버리고 겁 많은 사람처럼 주님께 길을 묻도록 하자.

그런데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이후에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묻는 것이다. 앞으로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가 그 앞인데 말이다. 징검다리를 건너듯 이 아픔과 지난한 삶의 여정을 건너 피하고 싶지만 건너뛸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고 역사인데 말이다. <지금이 중요하다> “과거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모든 일은 지금 이 순간 벌어지고 있다. 미래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모든 일은 지금 이 순간 벌어지고 있다.” -에크하르트콜레 [이 순간의 나] 중에서-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우리는 무엇인가를 하려고 준비하지만 그 잦아드는 시기와 모습은 우리가 염두에 두는 그러한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두부모처럼 반듯한 모양으로 나타나지 않고 시작인지 끝인지 도무지 모르게 다가오고 또한 변형되어 지나갈 것이다. 세상사가 다 그렇지 않던가? 몸이 아프다가 나아가는 것도, 도로에서 자동차가 정체되어 밀리다가 어느 순간 뚫리는 과정도, 말씀을 듣고 보다가 깨닫는 과정 또한 그러하다. 우리는 앞과 뒤, 시작과 끝, 문제와 대안이 뒤섞여 있는 현실을 살고 있다. 믿는 사람들이 천국을 사모하며 그리워하지만 정작 이곳에서 천국의 삶을 살지 못한다면 천국의 의미는 퇴색되고 말 것이다. 

<지금, 여기> “네가 꿈을 꾸지 않는 한, 꿈은 절대 시작되지 않는단다. 언제나 출발은 바로 ‘지금, 여기’야. 때가 무르익으면, 그럴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면, 하고 미루다 보면, 어느새 현실에 파묻혀 소망을 잃어버리지. 그러므로 무언가 ‘되기(be)’ 위해서는 반드시 지금 이 순간 무언가를 ‘해야(do)’만 해.” -스튜어트 에이버리 골드 [Ping] 중에서- 

미래학자인 최윤식 목사는 말한다. 지난 시간 교회 성장이 목표가 되었던 적이 있는데 이제는 “성공이 아니라 행복을 그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양적인 수치로 정한 성공의 기대치인 미래를 향하여 달려온 것이 지난날이었다면 이제는 구체적인 삶의 자리에서 오늘의 행복을 느끼며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번 ‘코로나19’가 터지자 <사피엔스>의 저자인 예루살렘 히브리대학의 유발 하라리 교수는 질문을 던진다. “분열의 길을 걸을 것인가, 글로벌 연대의 길을 택할 것인가?”, “코로나 사태 속에서 진정으로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선 외국과 협력해야 한다. 국가 간 정보를 공유하고, 상호 신뢰하는 국제적 연대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지금 인류에게 가장 큰 위협은 바이러스 자체라기보다는 욕심이나 무지, 미움 같은 내면의 적이다. 연대하고, 욕심 대신 너그럽게 노력하고, 음모론 대신 과학을 믿는다면 이 전염병을 쉽게 넘어설 수 있다.” 

우리 교회가 우리 사회와 더 높은 담을 쌓으며 각자도생의 길만을 고집하거나, 기존의 예배 회복과 교회 운영에만 천착해서도 안 된다. 나만 또는 우리만 살기 위해 연대와 협력을 버리고 고립과 배제를 선택하면 모두가 죽음의 길로 가게 된다. 지금 여기에 주어진 조건을 겸허히 받아들이자. 잠시 놓치고 있었던 일상의 작은 행복을 느끼면서 진정한 예배를 사모한 사마리아 여인을 찾으신 주님의 마음으로 새롭게 출발하자. 바로 그때 길은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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