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근본 원인은 ‘환경파괴’…예방이 최선의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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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근본 원인은 ‘환경파괴’…예방이 최선의 치료”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0.04.29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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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본 한국교회 과제(6) 환경파괴의 역습

가히 코로나19의 역설이라 할 만하다. 바이러스의 세계적 확산으로 확진자가 300만 명에 육박하고 이동이 제한되면서 인류의 고통은 날로 더해지고 있지만, 지구는 오히려 숨을 돌리는 모습이다.

미국의 대도시권에서는 이산화질소 배출량이 50% 이상 감소했고 유럽 산업단지의 이산화질소 농도 역시 최근 6주간 크게 감소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는 올해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6% 감소할 것이라 내다봤다. 누런 먼지가 뒤덮고 있던 중국 동부 해안지역의 위성사진은 티 없이 맑아졌고 우리나라 역시 미세먼지 농도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7%나 감소했다.

사람들이 자리를 비운 거리에는 동물들이 돌아오고 있다. 지난달 말 영국 북웨일즈 휴양지 란두드노에는 야생 염소떼가 나타나 주택가 정원의 풀을 뜯고 칠레 산티아고에는 퓨마가 거리를 활보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는 야생 칠면조 떼가, 스페인 북부 아스투리아스에는 곰들이 유유히 도심을 산책하는가하면,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리들리 바다거북은 인도 오디샤 주 해안에 10년 만에 다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가져다준 뜻밖의 시사점이다.

 

환경파괴가 최악의 바이러스 불러

전염병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과정을 다룬 영화 컨테이젼은 영화의 종반부에 이르러서야 바이러스의 원인을 밝힌다. 인간의 산림훼손으로 서식지를 잃은 야생박쥐가 축사에서 키우던 돼지에게 바이러스를 옮기고 이 돼지가 식탁위에 오른다. 도살한 돼지를 맨손으로 손질하던 요리사는 그 손 그대로 손님과 악수하고 사진을 찍는다. 그렇게 그 손님은 자신도 모르게 슈퍼 전파자가 되어 바이러스를 옮긴다.

마치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과정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영화는 올해 펜데믹 사태를 예견했다는 평을 받는다. 전염병 확산에 대한 자세한 묘사도 놀랍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 하나 더 있다. 바이러스 확산의 원인으로 인간의 환경파괴를 지목한 점이다.

코로나19의 발생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사스(SARS)와 메르스(MERS)가 박쥐에서 발원했던 것처럼 코로나19 역시 박쥐에서 발원해 중간 단계를 거쳐 인간에게 전해졌으리라 예측하고 있다.

일부러 애를 써 찾지 않는 한 보기조차 쉽지 않은 동굴 속 박쥐의 바이러스가 어쩌다 인간에게 오게 된 걸까.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표한 환경파괴로 늘어나는 전염병 현황 및 대응방안에서 인간이 동굴 속 박쥐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은 무분별한 환경파괴의 결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영화에서처럼 공장식 축산과 산림훼손으로 인한 환경파괴가 야생동물과 인간 사이의 거리를 좁혔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사라지는 생물다양성이 코로나19 발생의 한 원인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세계적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기후변화로 인해 산불·가뭄·홍수 등 극단적 기상 현상이 자주 발생하면서 생태계 파괴가 일어났고 야생동물이 사람들이 거주하는 지역이나 목축지로 이동해 바이러스를 퍼뜨렸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보전이 최선의 예방

잠깐이나마 맑아진 하늘과는 반대로 대지와 바다는 코로나19로 인해 신음하고 있다. 감염 확산 방지를 이유로 급속하게 늘어난 일회용품 사용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오랜 기간 시행되면서 안 그래도 택배 강국이던 우리나라는 택배 없이는 못사는 나라가 됐다. 모 온라인 쇼핑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 생수·냉장 및 냉동식품 등의 주문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이상 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코로나 경계 상황이 심각 단계에 이르자 감염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단 이유로 카페의 머그컵이 일회용품으로 대체됐다. 지난 15일 치러졌던 총선은 그 화룡점정이었다. 선거를 위해 준비된 일회용 비닐장갑은 약 8천만 장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63빌딩 7개를 쌓을 수 있는 양이다.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유미호 센터장은 카페 매장 이용 시 머그컵이나 유리잔을 사용하도록 하는 법이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느낌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환경파괴로 늘어난 전염병 대응방안 보고서기후정책과 생물다양성 확보, 친환경 축산의 확대, 야생동물 밀수 규제 및 관리 강화 등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변화가 일어날 때 또 다른 코로나19를 막을 수 있다면서 전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사후 대응책을 찾는 데는 한계가 있다. 환경을 보호하는 사전 예방이 최선의 치료라고 강조했다.

유미호 센터장은 결국 우리 일상의 습관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 센터장은 만약 카페에서 개인 텀블러를 이용하는 문화가 확산됐다면 감염 우려도 없을 뿐더러 일회용품 사용이 늘어날 일도 없었다. 코로나19 사태는 안타깝지만 시민들이 환경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삶의 변화를 시도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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