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적 교회가 되는 길? 경계로 가서 모험을 감수하라”
상태바
“선교적 교회가 되는 길? 경계로 가서 모험을 감수하라”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0.04.29 15: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교적 교회 운동의 교과서, 앨런 허쉬 ‘잊혀진 교회의 길’ 간담회
교회 친근한 40% 아닌 교회 부정적인 60% 향해 시선 돌려야

코로나 바이러스의 습격엔 교회도 예외가 없었다. 전 국민의 일상을 바꿔놓은 코로나19는 주일 예배마저 멈춰 세웠다. 주일 성수가 교회의 가장 중요한 의무라 가르쳤던 교회들은 당황했다. 더 이상 기존의 가치관이 통하지 않았다. 교회란 어떤 공동체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다시금 필요했다.

여기 교회란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고 외치는 새로운 움직임이 있다. 아니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선교적이었던 초대교회의 모습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 정확하다. 그래서 선교적 교회 운동의 선구자로 꼽히는 앨런 허쉬는 선교적 교회 운동을 일컬어 잊혀진 교회의 길이라고 정의한다.

지난 24일 서초구 생각의정원에서 앨런 허쉬의 저서 잊혀진 교회의 길을 소개하는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김종일 목사(동네작은교회)의 사회로 김선일 교수(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와 염종렬 목사(함께가는교회)가 패널로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앨런 허쉬의 책과 함께 코로나 사태 이후 한국교회가 어떻게 선교적 교회로 변모할 수 있을지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선교적 교회? 사도적 교회!

선교적 교회는 한국교회에서도 더 이상 낯선 주제가 아니다. 2000년대 들어 선교적 교회 담론이 한국에 소개되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꽤나 익숙한 단어로 자리매김했다. 선교적교회네트워크도 출범했고 선교 관련 포럼과 세미나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오르내린다. 하지만 아직도 선교적 교회가 정확히 어떤 교회를 말하는 가에 대한 정의는 아직도 헷갈리는 이들이 많다.

앨런 허쉬는 선교적 교회 운동을 선도한 인물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선교적이라는 단어를 즐겨 쓰지 않는다. ‘선교적이라는 말 대신 그가 택한 단어는 사도적이다. 사실 선교의 원어인 ‘missio’는 라틴어로 성경에 등장하지 않고 사도적을 의미하는 ‘apostello’가 성경에 기록돼있기 때문이다.

염종렬 목사는 사도라는 말은 보냄 받은 자라는 말이다. 앨런 허쉬가 말하는 사도적이라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선교적이라는 말과 사실상 동일하다. 앨런 허쉬는 성경의 원어가 말하는 더 정확한 의미의 단어로 사도적이란 단어를 선택한 것이라면서 신사도운동의 영향으로 사도라는 말에 거부감이 있다. 하지만 단어의 원래 의미를 회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도성은 선교적 교회의 기초이자 동력이다. 세상에 보냄 받은 자로서의 정체성은 지금 교회의 모습이 이대로 괜찮은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김선일 교수는 서구교회가 위기라고 하지만 모두 쇠퇴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성장하는 교회도 존재한다. 하지만 문제는 성장이 기독교에 친화적인 40% 정도의 사람에 한해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나머지 교회에 대해 낯설고 비판적인 60%에게 전혀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기독교에 부정적인 비율이 60%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면서 교회에 친근한 일부만 붙잡고 내부단속만 하지 말고 교회에 낯선 대부분을 향해 다가가는 전략과 시도를 할 때 사도성이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사회의 경계로 나아가라

잊혀진 교회의 길에는 낯선 표현이 하나 더 등장한다. 그것은 경계성커뮤니타스. 영국의 사회학자 빅터 터너가 창안한 이 용어는 영어사전에조차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앨런 허쉬는 경계성과 커뮤니타스를 선교적 교회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는다.

김선일 교수는 경계성으로 번역되는 ‘Liminality’는 익숙했던 삶에서 생의 가장자리로 가는 것을 말한다. 안전하고 보장받던 삶에서 벗어나 관습에 도전하는 삶이다. 그에 반해 커뮤니타스(Communitas)는 번역하기도 어려운 단어다. 굳이 번역을 하자면 공생체라고 하고 싶다. 쉽게 말해 삶의 경계로 나아가 그곳에서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가 바로 커뮤니타스라고 설명했다.

종교를 소비하며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가는 신앙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신 길이 무엇인가를 함께 경험하는 것, 공동으로 경계성을 경험하는 것이 바로 커뮤니타스다. 앨런 허쉬는 이런 공동체의 예로 중국의 가정교회를 꼽는다.

중국교회에는 현대 교회가 있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많은 것들이 결여돼 있었다. 성직자도 없었고 건물도 없었고 돈도 없었으며 제도조차 없었다.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 믿는 것들이 없던 상황에서 그들은 오히려 예수 그리스도에게만 집중했다. 그런데 중국교회에선 모든 성도들이 제자로 헌신했고 세상의 문화에 대항해갔다.

사실 중국교회 이전에 커뮤니타스의 전형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었다. 다름 아닌 성경 속의 초대교회다. 초대교회는 언제나 경계에 서 있었고 커뮤니타스로 존재했다. 하지만 기독교가 로마의 공인을 받고 국가의 종교로 떠오르며 점점 사도적 특성을 잃어갔다.

염종렬 목사는 커뮤니타스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제도화되고 커뮤니티가 되어가기 마련이다. 교회가 커뮤니타스로 남아있으려면 끊임없이 경계로 가야 한다. 위험을 감수하고 모험에 뛰어들어야 한다면서 그런데 지금의 교회들이 그런 부분을 잊었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중국교회와 같은 맹렬한 핍박이 없는 한국교회는 선교적 교회가 될 수 없는 것일까. 김선일 교수는 우리 주변에도 경계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믿지 않는 이웃에게 복음을 전한다고 생각해보라. 용기를 내고 모험을 감수해야 한다. 어쩌면 부정적인 시선을 마주하는 것도 각오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경계성이라면서 주변의 경계로 끊임없이 복음을 들고 나아간다면 한국교회도 선교적 교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자 앨런 허쉬는 자신이 말하는 선교적 교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목회자이자 운동가다. 그는 호주 슬럼가에 위치한 사우스 멜번 회복 공동체에서 목회하며 사회에서 밑바닥 인생이라 조롱하는 사람들과 선교적 공동체를 이뤄갔다. 교회가 성장하며 중산층이 주류를 이루고 안정을 찾자 그는 세상이 말하는 성공을 버려두고 미주로 떠나 선교적 교회 운동을 주도했다.

 

코로나 사태는 교회 변화 분수령

최근 많은 교회들이 선교적 교회의 길로 시선을 돌리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하지만 앨런 허쉬는 선교적 교회를 단순히 교회 성장을 위해 등장한 목회적 방법 중 하나로 생각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염종렬 목사는 선교적이라는 것은 사실 태도를 말한다. 때문에 선교적 교회란 많은 목회 방법 중 하나가 아니라 교회가 취해야 할 본질 그 자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배당에서 모임을 막아버린 코로나 사태가 어쩌면 선교적 교회로의 전환에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염 목사는 코로나 대책의 핵심은 모이지 말고 흩어지라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성도들로 하여금 흩어져 제자로 살 수 있도록 훈련했는가 질문한다면 물음표가 찍힌다면서 예배 안 드리면 큰일 난다고 애기했던 기존 교회의 모습에서 달라져야 한다. 예배 중심이 아니라 선교 중심으로 변화돼야 하고, 예배당이 아닌 보냄 받은 그곳에서 하나님이 하고 계신 그 일에 동참하라고 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염 목사는 또 한국에서 선교적 교회가 되기 위한 의미 있는 시도들이 있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지역사회 속으로 들어가려고 노력은 많이 했지만 제자도가 부족하다는 것이라면서 선교적 교회의 길을 이어갈 제자를 길러내지 못한다면 선교적 교회는 더 이상 재현되지 못하고 한 세대에서 끝나고 만다. 선교적 교회의 오늘과 함께 내일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로나 사태는 한국교회와 기독교계가 가지고 있던 틀을 흔들었다. 몇몇 기독교인들은 기독교 왕국론을 내세우며 종교행위를 밀어붙였지만 따가운 비판의 시선을 마주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선교적 교회가 되기 위해선 교회에 부정적인 사람들과도 접촉점을 형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선일 교수는 코로나 사태가 확산되면서 신뢰와 안전, 투명성이 중요한 사회가 됐다. 더 이상 지위와 나이로 밀어붙이는 것이 안 통하는 시대다. 사람들은 신뢰가 있는 공동체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은혜와 복음을 개인주의적이고 소비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넘어 경계로 나아가 은혜를 나누고 기쁨을 나누는 교회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