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술 읽히는 글의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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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히는 글의 비법
  • 차성진 목사
  • 승인 2020.04.2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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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진 목사의 SNS 세대와 소통하는 글쓰기 ⑳

‘기름 바른 꿀떡이 목을 넘어가듯’ 술술 읽히는 글의 비법은 무엇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이 대답으로 ‘좋은 문장’이나 ‘좋은 단어 선택’ 등을 말씀하시곤 합니다. 틀린 답은 아니지만, 글의 가독성은 지금처럼 글의 작은 단위인 문장, 단어보단 좀 더 큰 단위인 ‘개요’에서 이미 결정될 때가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주장에 대한 설득력 있는 근거’가 가독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칩니다.

다음 예문을 보실까요?

‘신문 발행 부수가 줄어든 것을 보고 가을이 온 것을 알았다. 이런 시기일수록 교통사고가 나기 좋으므로 책을 꾸준히 읽어야 한다.’

불과 두 문장 밖에 안 되는 글이지만, 머릿속을 거품기로 휘젓는 듯 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짧은 글 안에 굉장히 여러 가지의 주장이 들어있는데 반해, 그 근거들이 너무 빈약합니다. 빈약한 근거는 우리의 머릿속에 자꾸 물음표를 만들죠. 

“신문이랑 가을이 뭔 상관이야? 가을이랑 교통사고는 또 뭔 상관이고?”

그렇다보니 과속 방지턱 앞에서 차가 턱턱 멈추듯, 독자의 글 읽기에도 자꾸 제동이 걸리게 됩니다.

이는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독자 입장에서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작중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근거가 부족하다 생각되면 여기에 대한 의문 때문에 감상이 방해되곤 합니다. 

‘아니 투명인간이라면서 왜 옷도 투명해져?’  

‘어? 지난 화에서는 아버지가 없다고 했는데, 왜 아버지가 갑자기 나와?’

이처럼, 설득력 없는 근거는 글에 대한 몰입을 크게 떨어뜨립니다. 이와 반대로, 글이 화려한 것도 아니고 딱히 재밌는 것도 아닌데 술술 읽히는 글들을 가만히 곱씹어보면, 주장과 근거 관계가 명확한 경우가 많습니다.

글 초반에 제시한 혼돈스러운 글을 깔끔하게 정리함으로 오늘 강의를 마치겠습니다.

‘거리를 지나는 학생들의 교복이 긴팔로 바뀐 것을 보고 가을이 온 것을 알았다. 이런 시기일수록 일교차로 인해 감기에 걸리기 쉬우므로 꾸준한 운동을 통해 면역력을 높여야 한다.’

차성진 목사 / 임마누엘덕정교회 담임, 글쓰기 강사
차성진 목사 / 임마누엘덕정교회 담임, 글쓰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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