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소통과 화합’ 이끌고 ‘상식과 공감’의 정치 격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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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소통과 화합’ 이끌고 ‘상식과 공감’의 정치 격려해야”
  • 이인창
  • 승인 2020.04.21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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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대 총선이 한국교회에 주는 교훈은 무엇?

코로나19 사태 속 66.2% 높은 투표율 나타내
지역주의·이념몰이 등 교회 내 구태 현상 여전
성숙한 민주주의 구현한 총선, 앞으로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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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유권자들의 선택에 따라 마무리됐다. 우리 사회와 한국교회가 민주주의를 더 성숙하게 발전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주는 공포가 온 나라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월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마무리 됐다. 이번 총선은 20대 총선보다 더 큰 국민적 관심 속에 진행됐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자가격리 등 여러 난관 속에서도 투표율은 무려 66.2%에 달했다. 1992년 14대 총선에서 71.9%를 기록한 이래 20여년 만에 가장 높은 투표율을 나타낸 것이다. 코로나19 감염증 공포도 성숙한 민주시민들의 투표 열정을 막을 수 없었다.

이번 총선 성적표를 보면 180석 규모의 거대 여당이 만들어졌고, 이에 맞서는 또 하나의 거대 야당은 참패했다. ‘위성정당’이라는  꼼수 속에서 대부분 소수 정당들도 사실상 패배했다. 4전5기의 도전을 했던 기독자유통일당도 고배를 마셨다. 거대 여당과 야당의 묵은 갈등은 국민을 두 패로 갈랐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선거개혁이 무색하게 군소정당은 설 자리를 잃었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선거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총선은 끝났다. 대대적인 승리를 거둔 더불어민주당은 겸손하게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하고, 처참하게 패배한 미래한국당은 국민의 뜻을 인정하고 민의에 귀를 기울여 쇄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만  다음 총선을 도모할 수 있다. 

한국교회와 기독 유권자 역시 대한민국 공동체 일원으로서 이번 총선에 참여했다. 이번 4.15 총선을 되짚어보면서, 우리나라와 교회가 안고 가야할 교훈과 과제가 무엇인지 살펴본다.  

지역주의 강화, 교회가 화합 나서야
안타깝게도 이번 총선에서는 과거 공고했던 지역주의가 부활하는 결과를 낳았다. 호남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싹쓸이했고, 대구 경북에서는 미래통합당이 몰표를 받았다. 부산·울산·경남 지역도 대다수 미래통합당 후보자들이 당선됐다. 

4년 전 열린 20대 총선에서는 호남에서 새누리당, 영남에서 더민주당 당선자들이 나오며 지역구도를 깰 수 있다는 희망을 던졌지만, 이번 총선은 달랐다. 물론 서울·수도권의 지역구가 많아 전체 의석수는 더불어민주당이 월등히 앞서지만, 영호남으로 구분해 보면 동서 간 색깔이 너무나도 극명하다. 여전히 사람이 아닌 지역구도로 치러지는 선거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지역구도 타파는 이번 선거의 최대 과제라 할 수 있다. 

4년 후에는 단순히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선호하는 정당에 몰표를 주는 것이 아니라 인물과 정책을 보고 투표하는 성숙한 유권자의 자세가 요청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에서는 작은 희망도 발견됐다. 경상대학교 백종국 명예교수(정치외교학과)는 “지역주의라는 결과가 만들어졌다는 측면에서는 아쉽지만, 단순히 편협한 지역주의라기보다 견제와 균형을 살리고 싶어 하는 유권자들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미세한 표차의 선거구가 많았던 것은 지역감정을 버리고 분별력을 갖고 판단하려는 유권자들이 많아진 것을 의미한다”며 장기적으로는 긍정적 신호라고 분석했다. 

지역주의가 두드러진 총선 결과 앞에서 교회는 두말할 나위가 없이 지역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실천에 나서야 한다. 일부 교회와 교인들이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일에 편승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것이야말로 복음 전파를 막는 길이다. 교회는 교회다운 모습으로 원칙을 지키고 지역을 화합시키고 우리 사회를 통합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오히려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국회의원이 있다면, 한국교회가 퇴출에 앞장서는 정의를 보여주어야 한다. 

백종국 교수는 “민주 시민의식을 고양하기 위해 한국교회가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가짜뉴스와 지역감정에 휩쓸려 분별을 잃게 된다면 오히려 전도의 문이 막히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책에 무관심해지지 않아야
21대 총선을 치르면서 한국교회 안에서는 정책 제안이 거의 실종되다시피 했다. 지난 18대 총선부터 기독교계에서는 교계 현안과 주요 이슈를 성경적 가치관으로 바라보며 각 정당에 적극적인 정책 제안을 해온 바 있다. 공명선거 캠페인과 투표 독려도 교회가 앞장 선 부분이다. 

특히 세계성시화운동본부와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가 종교계에서는 유일하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아름다운 선거 추진 협업사업’ 단체로 지정됐다.  

각 정당에 기독교계 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안한 곳도 이번 21대 총선에서는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가 유일했다. 4년 전만에도 진보와 보수 교계가 연대하고 경쟁하며 정책을 발굴해 각 정당들 앞으로 공식 정책제안 문서를 보냈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물론 교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여·야 정치권에서도 정책을 찾아보기 어려운 선거였다. 예년에도 정책 공약집이 늦게 나오는 경우는 있었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는 특히나 정책 대결을 찾기 어려웠다. 코로나19에 대한 방역과 그 책임 소재, 각종 흑색선전, 신천지 논란 등으로 정작 중요한 정책과 관심사는 뒷전으로 밀렸다. 선거 막판에는 선심성 퍼주기 정책을 각 정당들이 앞 다퉈 내세우기에 급급했다. 

각 정당이 기공협에 전달한 기독교 정책제안서에 대한 반응에서도 정책적 무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안서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만이 답변서를 보내왔을 뿐, 원내 의석을 가지고 있는 다른 정당들은 아예 답변조차하지 않았다. 보내온 정당의 답변도 내용적으로 부실했다.  

기공협 김철영 사무총장은 “20대 국회는 막말을 일삼고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 ‘망치국회’였다. 그만큼 정책은 뒷전이고 이전투구에만 매몰된 모습이었다. 21대 총선이 끝난 지금 국민들은 20대 국회가 재현되지 않도록 감시자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교회는 기독교적 관점에서 정책이 실제적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살펴야 하고, 자유와 민주, 생평, 평화, 정의 등 성경적 가치관을 실현하는 정치인을 적극 응원하고 그들에게 힘을 모아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념’으로만 판단, 이제 그만!!
총선 직전까지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이데올로기는 상대방을 공격하는 유력한 수단이었다. 유권자들은 유튜브를 타고 넘나드는 가짜뉴스에 빠져들었다. 한국교회 안에서 유통되는 ‘가짜뉴스’ 대부분도 ‘좌 아니면 우’라는 편협한 시각을 전제하고 있었다. 

북한기독교총연합회 후원이사장 김종욱 목사는 “목사와 장로 같은 교회 리더그룹이  균형을 잃고 극단으로 치우칠 때 세상은 교회를 점점 더 멀리하고 교회는 외딴 섬이 될 수 있다”며 “정치권 역시 국민을 두 동강이로 갈라놓는 편 가르기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화된 선거법으로 인해 설교 중 정치인이나 정당에 대해 지지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회자들이 우회적으로 선거의 방향을 이끄는 모습도 종종 나타났다. 

교계 한 목회자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체제를 선택하는 선거라고 발언해 구설수에 오른 것이 대표적이다. 더 극단적으로는 “선거에서 지면 공산주의, 사회주의 국가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순수한 애국심에서 나온 발언이라 해도, 지나치게 극단적인 면만 부각시켰다는 의도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런 교회의 모습에 대해 일각에서는 “상식과 공감을 얻지 못하는 정치는 지지를 얻지 못하고, 말씀보다 이념을 앞세운 설교는 성도들의 외면을 불러온다”고 지적한다. 

특별히 목회자들이 강단에서 설교할 때는 더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조성돈 교수는 “이번 선거에서 거친 말을 했던 후보자들은 모두 낙선했다. 사람들이 막말에 환호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환호하지 않은 다수가 있었던 것”이라면서 “설교자는 자신의 이야기가 합리적인지, 다수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살펴야 한다. 설교가 거북스러워서, 심지어 대표기도가 시험이 되어서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이 없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장 최이우 목사(종교교회)는 “교회는 특정 정파를 지지하는 입장에 서지 않아야 한다”며 “오히려 정당들이 국민들의 뜻을 잘 헤아리고 나라를 위해 힘을 쏟는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은 없는지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네거티브가 고착화 된 한국 정치. 21대 국회는 싸움보다 화합이, 비방보다 칭찬이 많아지면 좋겠다. 중요한 것은 건강한 국민이 건강한 정치를 이끈다는 사실이다. 21대 국회를 맞이할 한국교회와 성도들은 보다 수준 높은 시민의식으로 정치와 정치인들을 바른 길로 이끌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회가 먼저 상식과 공감의 자리로 나아가야 한다. 교계 지도자부터 성도까지 성숙한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선거철이 아닌, 일상의 정치에서 성경적 가치를 찾아 조언을 구하는 정치인들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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