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의 눈물을 위로한 축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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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의 눈물을 위로한 축구팀
  • 이웅용 목사
  • 승인 2020.04.07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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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용 목사의 스포츠로 읽는 선교 ⑩

한국 축구의 마스터키 기성용 선수가 K리그를 떠나 진출한 해외 축구팀의 이름과 연고지를 아시나요? 바로 스코틀랜드 글래스코의 셀틱FC 입니다. 이 셀틱FC가 속한 리그를 스코틀랜드 프리미어 리그라고 하는 데요. 이 리그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더비가 있습니다. 올드펌(Old firm)이라고 불리는 글래스코 더비인데요. 바로 셀틱FC와 레인저스FC의 더비입니다.

올드펌의 뜻은 ‘오랜 동료’입니다. ‘오랜 동료’라고 부르니까 좋은 배경 같죠? 그러나 실은 세계 최고로 난폭한 더비입니다. 왜냐고요? 사실 글래스코는 스코틀랜드의 도시입니다. 그러면 스코틀랜드의 정신과 지역 기반을 가진 팀이 있겠죠. 그 팀이 바로 레인저스입니다. 그려면 셀틱은요? 셀틱은 스코틀랜드로 이주한 아일랜드 이주민들이 세운 축구팀입니다.

두 팀 사이가 자연히 예상되시죠? 게다가 이 두 팀은 신앙적 배경도 다르게 두고 있습니다. 셀틱 팬인 아일랜드인은 가톨릭 신자이고, 레인저스팬인 스코틀랜드인은 개신교도입니다. 원주민과 이주민, 가톨릭과 개신교, 기득권층과 노동자층의 다른 결이 서로 맞닿아 벌어지는 축구를 빙자한 결투 같기도 합니다. 말이 축구지 실제로는 감정싸움의 한복판이었을 거예요.

그러나 격렬한 대립으로부터 벗어나 다른 면에서 들여다보면, 당시 사회적 약자를 향한 선교적 접근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셀틱은 신부 윌프리드가 아일랜드 이주민의 정체성을 고취하고 위로하고자 창단했습니다. 후에 스코틀랜드 가톨릭 신자 층의 지지까지 업고 성장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두 팀은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더비 역사를 쓰게 되죠.

한 가지 언급하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스포츠가 노동자와 이주민 위로를 넘어 정체성 보존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전 세계적으로 강자와 약자, 식민 지배층과 피지배층 사이에서 벌어진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일제 강점기 우리 민족에게도 나타났죠. 그런 면에서 스포츠는 약자의 울분과 쓰러진 자존감을 일으키는 방법이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 온 영국 축구팀의 역사, 또 오늘 올드펌 더비와 셀틱의 역사를 생각하면, 스포츠가 교회로의 유입을 넘어 지역 사회를 향한 섬김, 이주민과 피지배층의 정신을 고취시키는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스포츠 선교에 대한 얄팍한 수단적 접근을 넘어 민족적, 계급적 저항의 수단으로 활용했던 선교의 면모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이죠. 

과연 스포츠를 선교적 도구로 사용해 지킬 대상과 보존할 가치는 무엇입니까? 약자를 향한 연대와 관심, 그들의 정체성 고취 등에 있습니까? 아니면 교회 안으로의 숫자 채우기에 급급한 것인가요?

이웅용 목사 / 국제스포츠선교사, 선교한국
이웅용 목사 / 국제스포츠선교사, 선교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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