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와 과부를 도우라’는 가르침…경영에 도입한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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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와 과부를 도우라’는 가르침…경영에 도입한 회사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0.04.06 2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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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여성친화적인 성경적 기업 ‘리다아알앤씨’

출산 독려하고 기업문화 바꾸는 선두주자입소문 자자

맨바닥에서 시작해 38명 중소기업으로 성장 입지전적

기독교기업 표방 하지 않지만 여느 단체보다 성경적

리디아알앤씨의 대표 임미숙 권사. 임 권사는 회사를 통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직원들의 낮은 퇴사율과 이직률은 이 회사의 문화가 얼마나 건강한지를 증명한다.
리디아알앤씨의 대표 임미숙 권사. 임 권사는 회사를 통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직원들의 낮은 퇴사율과 이직률은 이 회사의 문화가 얼마나 건강한지를 증명한다.

고양시에 위치한 ()리디아알앤씨. 침구와 유아전문 용품을 판매하는 이 회사는 38명의 직원들이 근무하는 중소기업이지만 기업문화는 삼성 부럽지 않다. 직원들의 투표로 신입사원을 뽑고, 사내 MBA코스를 운영하는 등 직원들이 성장하며 스스로의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한다. 리디아알앤씨의 직원들은 자녀를 낳은 것과 커리어를 이어가는 것 사이에서 고민하지 않는다. 육아휴직은 기본이고 육아 스케쥴에 맞춰 출퇴근 시간을 정한다. 심지어 학교의 녹색어머니회 활동을 위한 시간도 공식적으로 인정해준다. 리디아알앤씨의 대표 임미숙 권사(일산은혜교회)는 일터야말로 하나님나라를 이룰 장소라며 리디아알앤씨를 한국 중소기업의 교과서로 세워나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기독교 정신을 내세우지 않지만 여느 공동체보다 기독교적인 기업을 이루고 있는 리디아알앤씨를 찾아가 봤다.

 

성경에서 따온 이름 리디아

임미숙 대표는 맨바닥에서 시작해 현재의 회사를 이룬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상고 졸업 후 삼성물산에 취직한 그는 중국의 잠재력을 일찌감치 알아봤다. 대학에 들어가 중국학을 공부한 뒤 글로벌 기업에 취직해 직접 중국시장을 개척했다.

그의 직장 커리어는 말 그대로 탄탄대로였지만 많은 한국 여성이 그렇듯 결혼과 출산이 발목을 잡았다. 가정을 위해 퇴사할 무렵 거래처 사람들로부터 프리랜서전환을 권유받았다. 이를 계기로 소호(SOHO) ‘리디아가 탄생했다. 일을 그만두려 할 때 등 떠밀려서 회사를 차리게 됐고, 방 한쪽에 팩스를 놓고 휴대폰이랑 삐삐만 가지고 리디아를 시작했습니다.”

원단 거래가 주업인 회사 리디아알앤씨는 성경 속 인물 리디아(루디아)에서 이름을 따왔다. 모태신앙으로 자란 그의 머릿속에서 옷감 장수 리디아가 떠오른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임 대표의 신앙인생에서 초반기는 어린 시절 다녔던 한국중앙교회가 큰 영향을 끼쳤다. 당시 담임이던 최복규 목사는 비전 설교를 즐겨 했는데 임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면서 최 목사님 설교에 영향을 받아 당시 기도를 할 때면 비전을 달라는 내용이 빠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후 대학에서 기독교단체 IVF에 가입했고, 그곳에서 훈련을 받으면서 오늘날의 신앙을 확립했다.

회사는 계속 성장했고 어렸을 때는 상상도 못했던 큰돈도 만져봤다. 그는 스스로를 기득권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기득권처럼 살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한다고 했다. 그리고 회사를 통해 하나님나라를 이루며 자신에게 주어진 고아와 과부를 돌보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내게 주어진 고아와 과부

임 대표가 말하는 고아와 과부는 문자적인 개념이 아니다. 그는 먼저 그에게 주어진 고아로 오늘날의 청년들을 꼽았다.

현실적으로 취업을 못하는 청년들이 오늘날의 고아라고 제 나름대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대학생 시절 진로를 검토해줄 멘토가 없었기에 무식하게 열심히만 했습니다. 누군가 원포인트 레슨을 해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죠. 그래서 교회 청년부 부장으로 10년간 섬기며 멘토링에 힘썼습니다. 제가 경험한 것들을 아이들에게 주고 싶었습니다. 돈이 있으니까 밥 사주면서 만나고 진로를 점검했습니다. 저 때문에 학교를 자퇴한 아이들, 해외로 나간 아이들이 많습니다. 그 친구들이 저더러 권사님 때문에 인생이 변했다고 할 때 가장 기뻐요.”

그렇다면 과부는 누구일까. 경력이 단절되어서 일할 수 없는 여성들이다. 그가 경험한 중국과 유럽 국가들은 임신과 출산 때문에 여성들의 경력이 단절되는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임 대표는 내가 피고용인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고용인이기에 반드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적어도 우리 회사에서는 출산과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두는 일이 없도록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소개했다. 리디아알앤씨에서는 결혼과 임신, 출산하는 직원에게 특별선물을 지급하고 첫째 출산 후에는 둘째 출산을 장려하여 셋째까지 낳는 직원도 있다. 직원을 뽑을 때도 아이 엄마에게 가산점을 준다. 그래서인지 이 회사에서는 매년 육아휴직자가 나온다. 12년째다. 올해는 최대 3명이 육아휴직을 기다리고 있다. 업무공백도 있고 추가 고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도 크다. 그러나 육아휴직을 다녀온 직원들은 어김없이 높은 성과로 보답했다.

육아가 끝날 때까지 회사가 참아주기만 한다면 직원들은 훨씬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줍니다. 단기간에 성과를 보기는 어려운 일이기에 처음에는 큰 부담이었지만 이제는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정착됐습니다.”

가족 초청 할로윈 파티.
가족 초청 할로윈 파티.

 

일터는 하나님 나라 이루는 장소

리디아알앤씨는 직장인 동시에 가족 같은 공동체를 지향한다. 임 대표는 눈 떠서 가장 많이 보는 사람이 직장 동료라며 여기가 불행하면 인생이 불행해진다. 같이 밥 먹고 싶고, 쉬는 날도 생각나고, 휴가를 같이 떠나고 싶은 사람이 동료가 된다면 얼마나 좋은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직장이야말로 하나님 나라를 이룰 장소이고, 이곳에서 하나님 나라의 원형을 살려내고 싶다고 말했다.

리디아알앤씨에서는 채용 과정에서 종교를 묻지 않는다. 임 대표 스스로도 리디아알앤씨는 크리스천 기업은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회사 내에 신실한 크리스천들은 꽤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믿는 사람들끼리 함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세상으로 나가야 한다특히 저의 24시간을 직원들이 가장 잘 알고 있기에 그들이 저를 보고 예수 믿는 사람 괜찮구나라고 생각하면 좋겠다고 했다.

요즘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너무나 많은 욕을 먹고 있습니다. 리디아알앤씨는 그 인식을 바꾸는 곳이 되면 좋겠습니다. 사도행전에서 초대교회 사람들이 세상으로부터 다르다는 뜻에서 크리스천으로 불렸듯이 리디아 역시 고객과 거래처 사람들로부터 긍정적으로 뭔가 다르다는 인식을 갖게 하면 좋겠습니다.”

리디아알앤씨에서는 서로의 이름이 아닌 ‘닉네임’을 부른다. 권위주의적인 문화를 탈피하고 소통의 폭을 넓히면서 직원들 스스로 업무의 효율을 높이고 있다. 이곳에는 신입직원 교육부터 사내MBA 코스까지 배움의 기회가 항상 열려있다. 사진은 사내 독서모임 ‘수다’를 마치고.
리디아알앤씨에서는 서로의 이름이 아닌 ‘닉네임’을 부른다. 권위주의적인 문화를 탈피하고 소통의 폭을 넓히면서 직원들 스스로 업무의 효율을 높이고 있다. 이곳에는 신입직원 교육부터 사내MBA 코스까지 배움의 기회가 항상 열려있다. 사진은 사내 독서모임 ‘수다’를 마치고.

중소기업의 교과서 되고 싶다

임 대표는 사업은 매일이 기적을 맛보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사업이라는 것이 계단식으로 발전을 하는데 한번 점핑해서 올라가기 직전이 가장 힘듭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그때마다 돕는 손길을 붙여주셨고 오늘날까지 인도하셨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저더러 하나님이 너만 사랑하는 것 같다고 합니다.”

그러나 임 대표는 중소기업이라는 것이 언제든지 망할 수 있는 곳이라며 위기감은 항상 있다고 했다. 특히 최근의 코로나19같은 통제 불가능한 변수는 아무리 준비를 많이 해도 막아내기가 어렵다. 그는 하나님이 그만하라고 하면 그날이 그만하는 날이라며 내가 최선을 다했는가는 부차적인 이야기라고 했다.

그에게는 이런 척박한 한국의 중소기업 문화를 선도하고 싶은 꿈이 있다. 그리고 청년들이 다니고 싶은 중소기업의 모델을 만들고 싶다는 각오다.

회사가 커지면서 조직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소개되는 예시들이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등 전혀 따라할 수 없는 것들뿐이었습니다. 중소기업들이 볼만한 경영학 교과서가 없더라고요. 우리 회사가 좋은 중소기업’, ‘선한기업으로 이렇게 하면 된다는 교과서가 되면 좋겠습니다.”

임 대표는 이 일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몇 년 전부터는 중소기업 성공 사례를 수집정리하고 있다. 타 중소기업 사장들을 대상으로 멘토링을 하고 다른 회사 직원들에게까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함께 더불어 성장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많은 중소기업 사장들이 배움에 목마른데 마땅히 배울 곳이 없다고 토로합니다. 그런데 배움이 경영학 수업을 듣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거든요. 깊게 들어가서 누군가 도와줘야 합니다. 마라톤을 뛸 때 처음에 누군가 신기록을 세우면 뒤에서도 우르르 기록이 좋아지듯이 누군가 한명은 장벽을 뛰어 넘어야 합니다. 그게 리디아알앤씨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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