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성만찬 없는 고난주간’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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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성만찬 없는 고난주간’ 만드나
  • 공종은 기자
  • 승인 2020.03.30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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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교회 온라인 예배로 고난주간 성만찬 갖지 않아
성찬에 참여하지 못해 죄송하고 죽을 것 같은 심정 가져야
 
 
“내가 너희에게 전한 것은 주께 받은 것이니, 곧 주 예수께서 잡히시던 밤에 떡을 가지사 축사하시고 떼어 이르시되, 이것은 너희를 위하는 내 몸이니,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념하라 하시고, 식후에 또한 그와 같이 잔을 가지시고 이르시되, 이 잔은 내 피로 세운 새 언약이니 이것을 행하여 마실 때마다 나를 기념하라 하셨으니, 너희가 이 떡을 먹으며 이 잔을 마실 때마다 주의 죽으심을 그가 오실 때까지 전하는 것이니라”(고전 11:23~25).
 
코로나19의 기세가 무섭다. 예배의 자리를 온라인으로 내몰고, 교인들의 교제마저 끊어버리더니, 이제 주의 죽으심을 기념하는 고난주간 성만찬까지 위태롭게 한다. 주께서 잡히시기 전날 밤, 제자들에게 떡을 떼고 잔을 나누며 친히 제정하신 성만찬. 하지만, 올해 고난주간에는 과연 온전한 성만찬에 참여할 수 있을까? 상황에 따라 ‘성만찬 없는 고난주간’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짙다. 최근 미국의 한 교회에서는 빵과 포도주를 개인별 비닐로 포장해 나누는 일이 있었고, 영국성공회는 감기나 독감 증상이 있는 신도는 성찬식에서의 포도주 음용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온라인 예배를 드리는 대부분의 교회가 올해 고난주간 성만찬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세계적으로 성만찬 없는 고난주간이 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온라인 예배를 드리는 대부분의 교회가 올해 고난주간 성만찬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세계적으로 성만찬 없는 고난주간이 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 교회 전체가 회개하며 ‘수찬 금지’ 징계

목회자들에게 “고난주간 성 금요일에, 그리고 고난주일에 성만찬을 가질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자신 있게 대답하는 목회자는 거의 없었다. 이승구 교수(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는 “대부분의 교회들이 올해 고난주간 성만찬을 갖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예배에 참여한 일부 교인들만의 성찬에 대해서도 온전한 성만찬이 아니라고 했다. 모든 교인들이 한 떡을 떼고 마시면서 주님을 기념하고 교제하는 것이 주께서 제정하신 성만찬의 의미라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교회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게, 이번에는 성만찬을 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이라며 우려했다. “성만찬에 참여하지 않아도 마음에 거리낌이 없는 교인과 목회자들이 많고, 성만찬을 생명처럼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 현실. 이 교수는 “우리가 성찬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죽을 것 같은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가 협동목사로 사역하는 언약교회 당회는 고난주간 성만찬과 관련한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수찬 금지’. “교회 전체가 회개하는 마음으로, 이번 성찬은 모두 수찬 금지의 징계를 받기로 했다”고 밝힌 이 교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한 원인 중의 하나가 우리들이 하나님 앞에서 교회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죄 때문임을 인정하면서, 참으로 회개하고, 성찬을 한다고 해도 온 교우들이 다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니 그 또한 심각한 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회가 수찬 금지를 결정하거나, 성찬을 하지 않는 결정을 하더라도 꼭 유념해야 할 부분은 교인들의 자세. “성찬에 참여하지 못하는 일에 대해 매우 두려워하면서 죄송하고 참으로 죽을 것 같은 심정을 가져야 한다. 모든 징계는 이렇게 무서운 마음으로 받아야 한다. 이것이 징계를 받는 자세”라고 강조한다. 이와 함께 “주의 만찬에 속히 참여하고 싶은 열망이 모든 교인들의 마음에 있어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 ‘찾아가는 성만찬’과 성찬의 분산
 
벧엘성서침례교회 현상웅 목사는 ‘찾아가는 성만찬’을 계획 중이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예배를 드리는 상황인 데다, 오프라인 예배로 모인다고 해도 온전한 성만찬이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

“고난주간 동안 교인들의 가정을 일일이 방문해 일상에서 떡을 떼고 잔을 마시면서 성찬을 나누고 신앙의 고백을 듣고 교제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이 모습은 영상으로 기록해 온라인 예배 때 함께 나누면서 신앙 공동체의 의미를 되새기려고 합니다.”

현 목사는 온라인 예배를 진행했던 3월 한 달 동안 교인들이 활용할 성경묵상집을 일일이 찾아가 나눠주었고, 고난주간에 실시할 예정인 찾아가는 성만찬에 대해서도 “우리 교회처럼 작은 교회에서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체로서의 의미도 놓쳐서는 안 되는 부분. 이승구 교수는 “한 덩어리의 빵을 떼서 먹고, 하나의 잔으로 나누어 마심으로써 우리가 한 떡과 잔에 참여하는 공동체라는 인식, 성찬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부활에 동참하는 것, 예수 그리스도만이 우리의 양식이시고 매일 그리스도로 인해 산다는 세 가지가 성만찬이 주는 의미”라면서 성찬의 공동체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난주간 성만찬의 대안으로는 ‘성찬의 분산’을 제시했다. 한 번 드리던 주일 예배를 여러 번 나누어 드리면서 성만찬을 갖는 것. 10~20명 정도의 인원으로 분산해 예배를 드리면서 성찬에 참여하는 방법으로, 예배와 성찬이 여러 번 반복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정부가 권고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의 범주도 지킬 수 있어서 한시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 하지만 “각 가정에서 목회자 없이 가족끼리 나누는 성찬은 복음의 내용이 바르게 가르쳐지지 않고 왜곡될 수 있다”는 문제점을 들었다.
 
# 본 회퍼의 ‘상상의 성만찬’
 
이승구 교수는 디트리히 본 회퍼 목사가 강제수용소에 투옥됐을 당시 행했던 ‘상상의 성만찬’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떡과 포도주가 없는 상황에서 옥중 성만찬을 해야 할 상황이었던 본 회퍼 목사는, 마치 떡과 포도주가 있는 것처럼 서로가 떡을 떼고 포도주를 나누는 성만찬을 진행했다”고 설명하고, “코로나19 상황이지만 성만찬에 참여하려는 이런 간절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성만찬을 일반화시켜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방식은 호주연합교회(UCA)에서도 코로나19 대응 지침으로 제안한 것으로, 감리회 목사이면서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됐던 토머스 페티피에스 목사도 감옥에서 이 방식을 사용했다.

이 교수는 국내와 국외의 경우를 보더라도 고난주간에 성만찬을 갖지 못하는 상황은 처음이며, 설령 성만찬을 한다고 해도 모두가 참석하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은 그냥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모두 참여하는 것”이라고 했다. ‘수찬 금지의 징계’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성찬이 있을 때 교회의 회원들 모두가 참여해야 하며, 지금까지 제대로 성만찬을 하지 않은 것을 반성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성만찬은 ‘한솥밥을 먹는 가족’
 
이승구 교수는 성만찬을 ‘한솥밥을 먹는 가족’이라고 표현했다. 하나의 떡을 떼고 하나의 잔을 마시는 것에 대한 한국식 표현. 교회에서의 성만찬이 중요한 것은, 교회가 신앙과 사랑으로 뭉친 공동체이며, 이런 의미에서 교인들 모두가 한가족이라는 이유다.

이 교수는 한국 교회가 이 시기를 어렵게만 보내고 교훈을 받지 못하고 지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전하면서, 고난주간에 성만찬을 갖지 못하거나 수찬 금지를 결정한 이유가 의미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수찬 금지의 징계를 받는 상황을 통해 십자가의 빛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그럼에도 우리를 받아주시는 것을 고마워하며 다음 성찬에는 꼭 참여한다는 신앙적 결단을 해야 한다. 이 기회에 우리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드러내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죄를 회개하며, 더 온전한 섬김과 예배를 위한 마음으로 징계를 기꺼이 받아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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