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가 코로나 확산의 주범?”…누가 ‘왜곡된 프레임’을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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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가 코로나 확산의 주범?”…누가 ‘왜곡된 프레임’을 만드나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0.03.24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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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사태로 본 한국교회 과제 / ① 예배 금지와 종교의 자유

대통령까지 나서 “예배중단” 촉구하며 교회의 예배가 ‘감염의 온상’ 인식 심어
예배 강행한 서울시 2천 여 교회 중 단 한곳만 강제 행정명령, 예방수칙 철저

“왜 교회에만 구상권 청구하나” 대중교통도 2미터 간격 못 지키고 밀접 접촉
코로나19 빠른 종식에는 마음 모아야 하지만 ‘종교 자유 침해’ 선례될까 우려
정부는 마스크 착용과 2미터 거리두기를 권고했지만, 지난 22일 주일 이미 많은 교회들은 정부의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었다.
정부는 마스크 착용과 2미터 거리두기를 권고했지만, 지난 22일 주일 이미 많은 교회들은 정부의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었다.

경기도와 서울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 수장들과 정치권 인사들이 최근 주일예배를 드리는 교회에 대해 강력한 행정력을 동원하겠다고 발언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감염 확산에 대한 책임을 교회로 향하게 하는 듯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실제 이런 영향으로 “교회가 신천지와 다름없다”는 비난 일색의 글들이 온라인과 SNS에 넘쳐나고 있다. 한국교회와 교인들을 향한 혐오와 반대가 향후 더 증가할 것에 대한 염려가 커지는 실정이다. 

교회 향한 강제 행정력 시사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3월초 수원과 부천지역 교회에서 감염자가 발생하자 ‘종교집회 전면금지 긴급명령’을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성남의 한 교회에서 대거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발언에 힘이 실렸다. 

코로나19의 폭발적 감염을 만든 신천지 교인과 교주 이만희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했던 이재명 지사였기 때문에, 종교집회 전면금지와 관련한 일반인들의 호응은 커 보였다. 이재명 지사에 대한 호응이 높아질수록 교회 전체와 예배에 참여한 성도들을 향한 반감은 더 거세게 일었다. 방역지침을 잘 준수해온 수많은 교회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지난 20일 종교집회를 강행할 경우 행정명령을 집행하고, 준수하지 않을 경우 방역과 치료비용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대국민 담화로 종교집회 제한과 구상권 청구 가능성에 대해 발표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종교집회 행정력 발동에 대해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물론 정부와 지자체, 방역 당국이 집단 감염에 대한 가능성을 염려하고 국민의 안전을 위해 행정적 대처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미 대다수의 교회가 적극 협력하는 데도 불구하고, 마치 전체 교회가 예방수칙을 지키지 않아 강제력을 동원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여론을 몰아가는데는 아쉬움이 크다는 지적이다. 

지난 11일 이재명 도지사를 만나 종교집회 전면금지 긴급명령에 대해 반대 입장을 피력한 바 있는 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는 최근 “교회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이 큰 충격과 부정적 파문을 일으킨 것은 한국교회 목사의 한 사람으로 너무나 송구하게 생각하지만, 지금까지 한국교회는 어느 단체나 기관보다 정부 시책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그런데 대통령까지 나서서 예배를 강력히 저지하겠다는 의도를 시사했다는 점은 심히 유감스럽다”고 피력했다. 

교회는 집단감염 근원이 아니다
소강석 목사의 말대로 상당수 교회는 역사상 유례없이 예배를 중단하고 방역대책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 현장 예배를 드리더라도 방역지침을 준수하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일부 작은 교회들의 경우 현실적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가지고 있는 여건 속에서 방법을 찾고 있다. 

실제로 교회가 방역 당국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는 것은 수치에서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 조사 기준으로 경기도에는 1만3천 개가 넘는 교회가 존재하지만, 경기도 각 시·구가 파악한 교회는 6,578곳이다. 경기도는 “이 중 60%(3,943교회)가 온라인 예배를 드리고 있고, 예배를 실제로 드린 2,635교회는 7대 감염수칙을 잘 준수하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137개 교회가 지침 일부를 이행하지 않아 행정지도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미 기존 행정조치만으로도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과연 기자회견까지 개최해 교회를 향한 강제 행정력 발동을 시사했어야 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서울시 발표 역시 지역 소재 2,209개 교회를 전수조사한 결과 282개 교회에서 위반사항이 나왔지만 공무원 시정조치를 현장에서 바로 이행했고, 문제가 발생해 행정명령을 발동한 곳은 ‘사랑제일교회’ 단 한 곳 뿐이라고 했다. 

세간의 비난과 달리 교회가 집단 발병의 근원은 아니라는 것은 정부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자료에 따르면, 신천지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감염자가 나온 곳은 ‘의료기관’(34.1%)이었다. 그리고 직장(25.3%), 종교시설(12.1%), 사회복지시설(11%), 다중이용시설(5.5%) 순이었다. 종교시설 감염에는 온천교회와 같이 정부가 “코로나 종식” 발언을 할 무렵 수련회를 가진 곳도 포함됐다. 당시에는 행정지도가 아예 없었던 것. 

대규모 확진자가 나온 교회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확진자가 나온 기성교회 수는 10여곳 정도이다. 특히 최근에는 오히려 해외 유입자 중에서 감염자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물론 종교시설이 적지 않은 수치이긴 하지만, 분명 강제력 동원 입장은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문제가 있다. 

지난 23일에 발표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 따르면, 당국이 확인한 전국의 교회 45,420개소 중 26,104개소가 예배를 중단하거나 온라인 예배로 전환했으며, 나머지 예배를 진행한 곳은 대부분 방역수칙을 준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구나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와 광주 양림교회와 같이 본인 또는 접촉자 모두가 음성으로 나온 곳도 있다. 온천교회와 동안교회, 은혜의강교회 등을 제외하고 실제 예배를 통해 감염된 사례는 미미한 수준이다.

벌금부과 및 구상권 청구 발언에 대해서는 전면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교계의 강경한 입장도 감지된다. 

수원중앙침례교회 고명진 목사는 “카페, 마트, 지하철 등 대중교통, 마스크 판매처까지 (지침대로 하지 않았다면) 모두 구상권을 청구해야 형평에 맞지 않겠냐”면서 “협조를 구하거나 제안하는 것은 이해되고 설득력도 있지만, 협박성 짙은 행정명령에 대한 실효성이 의심되고 더 큰 분란과 반대에 부딪힐 개연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각 지자체들은 ‘벌금 부과’ 공문을 냈다가 법적 근거를 대라는 교회들에 답변하지 못하고 이를 삭제한 후 공문을 다시 보내는 해프닝도 있었다. 

“명령 대신 대화와 협력이 우선”
교회들은 정부의 예배 중단 발언을 다분히 정치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 오히려 정부와 지자체가 신천지 전수조사에 집중한 나머지 요양병원과 콜센터 같은 취약시설에 대한 점검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코로나 종식이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도 애초 종교집회 전면금지를 발표할 당시, PC방, 노래방, 클럽 등에 대한 전면금지 조치를 발표하지 않았다. 밀접 접촉에 따른 집단감염은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주점, 쇼핑센터 등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차라리 국가의 전면적인 셧다운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배가 코로나 확산의 온상인 것처럼 거론하는 것은 ‘정치적 프레임’이자 ‘종교의 자유’를 대놓고 침해하는 것이라는 반감이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 

물론 우리 방역당국이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인하는 것처럼,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모범적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또 교회 역시 사회적 책임을 국민들과 같이 지고, 교회의 신뢰도를 높이는 차원에서 적극 협력하는 것이 당연하다. 동시에 책임 있는 정치 지도자들이 역시 국민들을 위해 ‘신앙의 자유’를 배려해야 한다. 

단 한 명도 없었다면 좋았겠지만, 교회 안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에 대한 책임감과 국민들에게 송구한 마음을 교회가 가져야 한다. 교회 안에 떠도는 가짜뉴스가 교회 내 집단감염을 일으킨 것에 대한 반성도 필요하다. 

하지만 지난 22일 주일 행정감독을 통해 철저한 예방 속에 예배가 드려짐을 확인한 만큼, 정부와 지자체가 교회를 여론몰이 수단으로 악용하며 종교의 자유를 침범하는 행위를 그냥 넘길 교회는 없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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