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으로 나온 태극기…다 똑같은 태극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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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으로 나온 태극기…다 똑같은 태극기는 아니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0.03.04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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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중 기획 - 오해와 이해 : 나는 '보수 기독교인' 입니다 ② 그들은 왜 태극기를 흔드나

지난해와 올해를 돌아보면서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갈등이 일어난 지점을 꼽으라면 역시 정치다. 광화문과 서초동. 그 사이에는 한강보다 넓고 깊은 오해가 자리하고 있다. 

갈등은 오해에서 온다. 오해를 이해로 바꾸는 첫 걸음은 경청이다. 그러나 정작 각자의 소리만 높일 뿐 상대방의 말은 듣지 않는다. 연중기획 ‘오해와 이해’ 첫 번째 주제를 ‘나는 나라를 사랑하는 보수 기독교인입니다’로 정하고 광화문 집회의 한 가운데 서 있는 보수 기독교인들을 만나봤다. 그리고 그들이 ‘극우’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면서까지 광장으로 나오는 까닭을 들어봤다. 
 

온누리교회 오창화 집사는 지난해부터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아이들과 함께 광화문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오 집사는 전광훈 목사를 통해 많은 기독교인들이 광화문에 나오게 된 점은 인정하지만 전 목사의 동의할 수 없는 여러 정치 행보는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온누리교회 오창화 집사는 지난해부터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아이들과 함께 광화문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오 집사는 전광훈 목사를 통해 많은 기독교인들이 광화문에 나오게 된 점은 인정하지만 전 목사의 동의할 수 없는 여러 정치 행보는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는 왜 광화문에 나가나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오창화 집사(온누리교회)는 코로나19 사태가 심각 단계에 접어들기 전까지 가급적 매주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다. 집회에는 오 집사뿐 아니라 다섯 명의 자녀들도 동행한다. 그가 집회에 참석하는 주된 이유 중의 하나는 2012년부터 시행된 입양특례법 때문이다. 오 집사는 입양특례법 사례를 통해 정부의 급진적 페미니즘과 좌경화 정책에 대해 관심과 경각심을 갖게 됐다.

두 자녀를 ‘가슴으로 낳은’ 입양가족의 가장으로서 오 집사는 현재의 입양특례법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2018년 12월 발의한 개정안에 반대한다. 전국입양가족연대 대표이기도 한 오 집사는 “입양특례법은 입양아의 알권리를 위해서 생모가 양육을 포기하고 입양을 보낼 경우 생모의 호적에 출생등록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많은 미혼모들이 아기의 출산보다는 낙태를 하거나 아기를 유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독교 보수신앙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그 모습을 회복하며, 성경의 율례와 법도에 따라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거룩하고 겸손한 양심을 다시 회복하는 것이라고 믿는다”며 “그래서 저는 특별히 동성애 행위와 차별금지법과 낙태를 반대하며, 거룩한 가정 안에서 생육하고 번성하는 것이 우리에게 허락하신 하나님의 복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특히 “미혼모의 70%가 10대인데, 어린 미혼모들이 그런 환경에 빠지지 않도록 사전에 올바로 이끌지 못함을 회개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기의 생명을 지켜준 그들을 응원하고, 그들이 자녀를 건강히 양육할 수 있도록 교회와 사회가 돕기를 기도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정 목사님 때문에 광화문에 나가는 것이 아니다”라며 “물론 하나님께서 전광훈 목사를 사용하셔서 많은 기독교인들을 광화문에 불러주심에 깊이 감사를 드리고 있지만, 동의할 수 없는 여러 정치 행보에는 지지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오 집사는 단순히 광장에 나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삶을 통해 기독교인으로서 이웃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는 “고아와 과부를 환난 중에 돌보고 자기를 지켜 세속에 물들지 말라”는 야고보서 1장을 언급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사람은 부모 없이 시설에서 자라는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육원을 후원하고 매달 정기 모임을 갖는다. 2018년부터는 고아권익연대의 이사로도 섬기고 있다. 또한 자신이 경영하는 회사를 통해 명절에 미혼모들을 위한 응원의 메시지와 과일 바구니를 정기 전달하고 있다. 그는 모범 납세자로도 주변에 인정을 받고 있다. 지난 2018년 3월 국세청장으로부터 성실납세의무상을 수상했다.

 

좌파에서 전향한 우파 운동의 지도자 서경석 목사를 만나 광화문 집회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물었다.
좌파에서 전향한 우파 운동의 지도자 서경석 목사를 만나 광화문 집회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물었다.

나는 종북좌파였습니다

서경석 목사(나눔과기쁨 이사장)는 광화문 집회를 초창기부터 주도해 왔지만 정작 광장의 모든 주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서 목사는 전광훈 목사가 구속된 상황 가운데 광화문 집회를 이끌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로 꼽힌다.

그는 “태극기 집회에서 주장하는 모든 것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현 정부에 반대하기에 그 쪽으로 힘을 모으고 있다. 생각이 다름에도 편을 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광훈 목사에 대해서도 “생각을 달리 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전 목사가 스스로를 선지자라고 이야기 하는 데 대해서는 “참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런 성향이 말실수를 초래했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광훈 목사에 대해 공개적 반대를 하지 않는 이유는 “전 목사가 우파 운동을 하나로 결집시켜서 보수의 목소리로 정부와 맞서 싸우는 공이 훨씬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 목사는 반대자들로부터 ‘꼴통 보수’로 불리곤 한다. 하지만 그는 젊은 시절 운동권에서 활동하다 감옥을 세 차례나 다녀왔기에 누구보다 현재의 진보진영을 이루고 있는 운동권의 생리를 잘 안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좌파 운동권 저변에 주체사상이 있다고 지목했다. 그는 유학 시절 북한에 다녀온 지인으로부터 북한의 실상을 듣고는 운동권에서 배운 이야기가 거짓말임을 깨닫고 현실 사회주의에 대해 천착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훗날 그가 한국에 들어와 경제정의실천연합을 창립하는 기초가 됐다. 

문재인 정권에 대해서도 솔직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그는 “문재인 정권이 이 나라를 공산주의로 만들 것 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과연 대한민국의 번영과 자유를 송두리째 쓰레기통에 넣는 짓을 할 정도로 문재인 대통령이 엉망인 사람일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공수처 도입, 소득주도 성장,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현 정부가 추진하는 일들을 보면 사회주의로 가려는 것이 아닌지 오해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큰정부’를 지향하는 현 정권의 기조에 반대한다. 그는 기업이 잘 돼야 일자리가 창출되고 일하는 사람의 봉급이 올라 분배가 개선된다고 믿는다. 그러면서도 보유세와 상속세를 늘리는 작업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균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자본주의가 빈부 양극화를 시킨다는 것은 현실에서 맞지 않는다”며 “오히려 얼치기 사회주의가 양극화를 심화시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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