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그래도 예배는 ‘양방향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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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그래도 예배는 ‘양방향 소통’
  • 공종은 기자
  • 승인 2020.03.03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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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예배-신천지’ 처음 겪은 김관성 목사
온라인 교회와 예배 큰 흐름 형성 가능성
신천지, 쉽게 변하지 않고 회심 가능성은 ‘1’
 
“지난 주일, 텅 빈 예배당, 빈 의자를 보며 설교했다. 교회란, 예배당 건물이 아닌 ‘나’이고 ‘우리’라 고백했다. 각오와 다짐을 넘어 실제를 누리는 큰 은혜가 있었다. 그래도 마음이 너무 아파 울어 버렸다. 작은 손전화기, 컴퓨터 낯선 화면을 뚫어져라 보고 있을 성도들 얼굴이 떠올랐다. 빈 의자, 한 줄 한 줄 성도들이 앉아 있었다. 눈을 맞추고, 입 벌려 찬송하는 그들이 보였다. 다시 주일을 기다린다. 또 한 번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한다. ‘주님, 우리를, 교회를 위로해 주십시오.’ 그저 기도한다.”

전주온누리교회 박희정 목사는 코로나 19로 빈 예배당에서 홀로 예배한 심정을 이렇게 말했다. 카메라 앞에 처음 서 본, 그리고 아무도 없는 회중석을 바라보며 교인들이 아닌 카메라를 보고 설교해야 했던 목회자들. 어떤 느낌이었고,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리고 신천지로 곤욕을 치렀던 기억이 다시 떠오르는 목회자도 있었다.
 
# 반응도 코이노니아도 없는 막막함
“벽을 보고 이야기하는 기분이었어요.” 코로나 19로 인해 난생처음 온라인 설교를 했던 경기도 고양시 행신침례교회 김관성 목사는 지난 주일의 기억을 떠올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텅 빈 교회, 청중들이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설교했어요. 삼각대에 고정해 놓은 휴대폰을 보고 설교를 하니까, 평소 말하는 습관이나 설교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져 버렸어요. 너무 막막했고,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죠. 불편하고, 갑갑하고, 보통 힘든 게 아니었어요.”

방송에도 여러 번 출연했던 경험이 있어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익숙한 편인 김 목사도 “온라인 설교를 해보니 청중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카메라에 익숙한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었고, “설교하는 중간에 ‘뭔가 잘못 가고 있다’는 잔상이 지배하면서 설교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설교가 그냥 꼬여버렸다. 원고를 보지 않고 해야 하는 지점이 어딘지, 원고를 어디서 보아야 하는지, 그리고 카메라는 언제 봐야 하는지 등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김 목사는 온라인 예배를 경험한 후 “‘이런 예배는 해서는 안 된다. 비상사태 때가 아니면 공교회가 예배의 방법으로 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했다.

“특정 공간에서 예배하는 것만이 거룩하고 하나님을 기쁘게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성경도, 신학적 정당성을 주는 근거는 없지만, 제가 예배해 본 경험으로는, 예배는 함께 모여 드리고 메시지도 그런 방식으로 전달되는 것이 맞습니다. 확실히 설교는, 예배는 양방향 소통입니다.”

‘성도의 교제’의 필요성도 절실했다. 아무도 없는 예배당, 설교와 예배가 끝났는데도 함께하는 마음으로 코이노니아를 나눌 교인들이 없다는 그 허전함과 막막함이란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었다. “속히 이 모든 시기가 지나고 성도들과 만나 함께 하나님을 예배하는 날이 오기를 사모하고 또 사모한다”는 마음 간절하다.
 
코로나 19로 난생처음 온라인 설교를 했던 김관성 목사는, 벽을 보고 이야기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리고 찬성 여부를 떠나 온라인 교회와 예배가 큰 흐름을 형성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전망했다.
코로나 19로 난생처음 온라인 설교를 했던 김관성 목사는, 벽을 보고 이야기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리고 찬성 여부를 떠나 온라인 교회와 예배가 큰 흐름을 형성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전망했다.

# 새로운 형태의 교회가 생기게 될 분기점

온라인 예배 후 김 목사는 다른 목회자들과도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 한국 교회의 신학적 내용과 예배 방식으로는 다가오는 시대의 흐름과 요구를 담아낼 수 없다. 새로운 뭔가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목회자들이 많았고, 김 목사도 ‘새로운 형태의 교회가 생기게 될 분기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온라인 교회가 등장했고, 온라인 예배 또한 확산 추세. “온라인 교회와 예배에 부정적이기는 하지만, 이미 시작한 교회와 목회자들이 힘을 받을 것 같다”고 말한 김 목사는, “찬성 여부를 떠나 온라인 교회와 예배가 큰 흐름을 형성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제 전통적인 주일성수에 대한 이해가 수면 아래에서는 흔들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리 세대에서는 반드시 교회에 와서 예배를 드려야 한다는 의식, 어떤 일이 있어도 주일은 지켜야 한다는 의식이 강한데, 이번에 온라인 예배를 드리면서 젊은 세대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것을 보며 ‘온라인 예배에 대한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온라인 예배를 드린 교인들의 반응은 의외로 좋았다. “솔직히 저는 설교를 망쳤다고 생각했고, 이렇게 예배를 드리면 이상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설교와 예배에 더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예배당에서의 예배를 더 사모하고, 예배와 모임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는 반응이었다.
 
# 신천지는 변화되기 위해 오지 않는다
행신침례교회와 김관성 목사는 신천지 때문에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페이스북 팔로워가 꽤 되는 김관성 목사는 언젠가 ‘신천지야, 오라. 변론하자’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썼다가 곤욕을 치렀다. 신천지에게 큰 빌미를 제공했고, 교회에도 잠입해 활동했었다고 했다. ‘신천지라고 해봐야 뭐 그렇게 특별한 것 있겠나. 진짜로 찾아오면 성경을 펼쳐서 치열하게 토론하면 되지. 그 과정에서 신천지에 빠진 사람들이 빠져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고 당황스러웠다. 매주 신천지 20여 명이 찾아와 함께 예배를 드리겠다고 했고, 이 소란은 한 달 동안 이어졌다.

“예배당 앞에서 이들을 막으면서 ‘동일한 신앙고백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예배하는 것이 맞다. 대화를 진지하게 하려면 평일에 오라’고 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도 내 말이 궁색했어요.”

김 목사는 “낭만적 객기를 부린 내 잘못으로 시작된 일”이었다고 부끄러워했다. 그리고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말이 나오고 나서야 신천지는 물러갔다. 그렇다고 끝이 아니었다. 자신의 글이 각색돼 전국에 뿌려졌고, 졸지에 신천지를 옹호하는 사람이 돼버렸다. 그리고 지속적인 신천지의 침투가 이어졌고, 교회 개척 후 4년 동안 9명의 신천지를 찾아서 쫓아냈다. 2년 전에 일곱 명, 지난해 1월에도 2명을 더 쫓아냈다.

김 목사는 “1년 넘게 새가족 영접반을 맡았고, 운영위원회(장로교단의 당회 개념)까지 그들이 들어왔으니, 나는 어리석었고 그들은 참으로 집요했다”고 털어놓았다. ‘교회에서 성경공부를 하면서 계속 신앙지도를 하면 신천지라도 변화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생각하는 목회자들에겐 “그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굉장히 낭만적인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리고 “꿈에서 깨라. 전문 사역자들이 아닌 이상 힘들다”고 충고했다.

“분명한 것은 그들은 쉽게 변하거나, 우리의 환대에 감동하거나, 와서 대화하자고 하면 순수한 동기로 찾아올 사람들이 결코 아닙니다. ‘신천지여, 오라. 이런 복음도 들어보라’고 말하는 목회자들의 중심이 어떻다는 것은 압니다. 그러나 신천지는 목회자가 생각하는 그런 마음으로 교회에 오지 않습니다. 조금의 여지나 기회가 주어지면 바로 침투합니다. 그다음의 결과는 뻔합니다. 우리 가족들이 그들에게로 넘어갈 가능성이 100이라면 그들이 회심하고 돌아올 가능성은 1입니다.”

김관성 목사는 “신천지는 변화되기 위해 오지 않는다. 교회를 무너뜨리기 위해서 온다. 무조건 막아야 한다. 이것이 신천지에 대한 적절한 태도”라고 강조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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