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옹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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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의 힘
  • 박노훈 목사
  • 승인 2020.02.18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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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훈 목사/신촌성결교회

1996년 타임지는 한 인큐베이터 속에 있는 두 신생아의 사진을 게재했습니다. 예정일보다 석 달이나 빨리 세상에 태어난 쌍둥이 아기들은 각각 다른 인큐베이터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언니는 비교적 잘 자랐지만 동생의 상태는 점점 더 나빠졌고, 출생 후 한 달 정도 지났을 때 동생의 호흡과 맥박이 흐트러지면서 위독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심장 박동이 갈수록 나빠졌고 얼굴빛도 창백하게 변해갔습니다. 그때 병원의 한 간호사가 두 아이를 같이 옆에 두자는 놀라운 제안을 했습니다. 태어나기 전부터 엄마의 양수 속에서 서로 접촉하고 있었던 두 아이를 함께 있도록 하는 것이 안정감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 일은 병원 방침에 어긋나기에 관계자들은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아기들을 살리기 위해 어떤 방법이라도 써보자고 하는 아기 엄마의 간곡한 요청으로 결국 두 아기를 한 인큐베이터 안에 눕혔습니다.

그때부터 불가사의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자기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던 아기들이었지만 언니가 동생에게 손을 뻗어서 포옹하듯 끌어안았고, 그 순간 불규칙했던 동생의 심장 박동이 안정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 오래지 않아 두 아기의 혈압과 체온도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생명을 구한 포옹’으로 두 아기 모두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포옹에는 이처럼 신비한 생명의 능력이 있습니다.

렘브란트는 탕자의 비유를 주제로 4점의 성서화를 남겼는데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작품이 ‘탕자의 귀향’입니다. 그림에는 집을 나간 아들이 정처 없이 방황하다 마침내 아버지께 돌아와 포옹을 나누는 순간이 담겨 있습니다. 탕자는 아버지 품에 안겨 흐느끼고, 아버지는 우는 아들을 두 팔로 감싸 안고 있습니다. 그들 위로는 밝은 빛이 비치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포옹으로 탕자인 아들은 회복돼 다시금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을 것입니다. 포옹은 서로 안아주는 행위입니다. 그것은 내가 타인을 안는 행위이자 내가 타인에게 안기는 행위입니다. 포옹의 신비는 내가 상대를 포옹하고 위로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나 또한 포옹을 받으며 위로를 받습니다. 포옹을 통해 우리는 서로의 역할을 번갈아 공감하게 됩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교감하고 안도합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팔을 벌리셨습니다. 온 인류를 포옹하기 위해 양팔을 넓게 벌리셨습니다. 이때 우리는 예수님의 품 안에 들어가고, 예수님은 우리 품 안에 들어오십니다. 내가 그에게 들어가고, 그가 내게로 들어오는 것입니다. 이 한 번의 포옹이 우리에게 생명과 평화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갈등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이 갈등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포옹이 이 갈등을 해결할 것입니다. 십자가의 포옹을 경험한 우리가 두 팔을 벌리고 세상을 안아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주님의 손과 발이 되어 나아갈 때 세상은 주님의 품에 안겨 참 사랑과 평안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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