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virus)와 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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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virus)와 백신
  • 강석찬 목사
  • 승인 2020.02.1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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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찬 목사/예따람공동체

온 세계가 바이러스로 인해 난리다.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로 거리에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비말’(飛沫, 침방울)이 무서워 마스크를 쓰고, 누가 재채기라도 하면 ‘좀비’를 보는 듯, 토끼 눈을 뜨며 째려본다. 텅 빈 영화관, 생략된 졸업식, 공포의 감옥이 된 크루즈 유람선, 빈 공항, 손님이 없는 식당, 사람이 모이는 장소마다 싸늘한 바람만 날린다.

뉴스는 몇 주일째 ‘우한 폐렴’ 소식으로 도배하고 있다. ‘감염’ 그 자체보다 ‘감염의 공포’가 사람을 두렵게 하고, 경제를 파괴하며, 사회를 망가뜨리고 있다. 교회의 주일예배도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2011년에 개봉된 영화 ‘컨테이젼’(Contagion, 접촉전염병)이 있다. 다국적 기업이 사업확장을 하려고 밀림을 파괴했다. 서식지를 잃고 돼지우리로 옮긴 박쥐가 먹던 과일 조각을 떨어트리자 새끼 돼지가 먹었다. 새끼 돼지는 마카오 카지노 요리사의 손을 거쳐 식탁에 오르는데, 맛있게 먹은 미국에서 온 여성 고객이 손을 씻지 않은 요리사와 악수를 하였다. 귀국한 여성이 발작을 일으키며 사망하게 되고, 그녀와 접촉했던 사람들이 속속 쓰러졌다. 바이러스는 순식간에 전 세계에 창궐(猖獗)하고 인류는 거대한 공포에 빠졌다. 전염병은 사회질서를 파괴하였고, 거짓 정보와 유언비어가 혼란을 가속하였다. 영화의 줄거리이다. 지금 나라들의 상황이 영화의 현실화처럼 보인다.

1898년 네덜란드 토양 미생물학자 베이링크(Martinus Willem Beijerinck)는 세균보다 더 작은 새로운 감염체를 발견하고 ‘바이러스’(virus)라고 불렀다. 세균보다 훨씬 더 작고, DNA와 RNA로 된 유전물질과 이를 둘러싼 단백질 껍질이 전부인 바이러스는, 세포 안에서 기생(寄生)을 통해서만 산다. 바이러스는 세포를 죽이며 살기 때문에 무섭다.

바이러스의 인류 공격은 반복적이다. 1347년에 발병하여 불과 3년 만에 유럽을 휩쓴 페스트(pest, 흑사병)는 유럽 인구의 약 1/3을 사망케 했다. 페스트가 휩쓸고 간 유럽은 처참하게 변했다. 인구가 급격히 줄면서 중세 유럽을 지탱하던 봉건제도가 무너졌다.

그 당시 페스트는 그냥 ‘신이 내린 형벌’로만 인식되었을 뿐, 바이러스의 존재조차도 몰랐다. 중앙아시아의 풍토병이었던 페스트가 어떻게 유럽에 창궐하게 되었을까? 향신료인 후추 때문이라 한다. 무역 중에 페스트로 죽은 동료와 접촉한 사람들이 황급히 귀환하면서 유입되었다고 한다.

15세기 후반부터 18세기 중반까지 유럽 국가들은 새로운 무역로를 개척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마야, 잉카, 아스테카 문명 등 문화유산들이 증명하듯 강력한 전사들을 지닌 아메리카 인디오 원주민 95%가 총과 대포, 갑옷으로 무장한 185명의 스페인 병사들에 의해 사망하고, 찬란했던 문명이 무너지는 참극이 벌어졌다. 어쩌면 인간의 욕망이 바이러스를 확산시키는 근원적인 매개체인지도 모른다.

1918년 스페인 독감으로 5,000만 명, 1957년 아시아 독감은 100만 명, 1968년 홍콩 독감으로 800만 명이 사망했다. 모두 바이러스가 일으킨 전염병이다.

2002년 사스, 2003년 조류 인플루엔자, 2009년 신종 플루, 2014년 아프리카 에볼라, 2015년 낙타 메르스, 2016년 모기 지카 바이러스가 인류에게 공포를 안겨주더니, 이번에는 코로나바이러스로 등장했다.

전염병을 유발한 바이러스가 나타날 때마다 ‘백신’(vaccine)도 만들어졌다. 코로나바이러스도 백신이 곧 개발될 것이 분명하다. 바이러스의 교훈이 무엇일까? 우리는 전염병으로 죽게 하는 것보다 더 무서운 불신, 불의, 죄에 대한 면역 바이러스를 가지고 산다. 죽음을 생명으로 바꾸는 백신, 믿음, 정의, 사랑의 백신으로 무장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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