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지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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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지금’입니다
  • 송용현 목사
  • 승인 2019.12.1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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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현 목사/안성중앙교회

서울대 사범대 명예교수인 이형식 교수의 ‘정염의 맥박’(부제: 프랑스 문학, 그 천 년의 몽상)머릿말에 이런 글이 있다.

“‘사랑’이라는 말이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그 한계를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넓은 의미 폭을 갖게 되어, 그 말을 사용하기가 주저된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정이 ‘사랑’의 원의인데, 이제는 식욕이나 기타 물욕 내지 정복욕 등과 구별되지 않는 탐욕에 이끌려 도달하는 심정적 경개(景槪)나 행위마저 ‘사랑’이라는 말로 지칭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누가 ‘우리 서로 사랑합시다’라고 근엄한 음성으로 말하면, 그것이 음란한 농담으로 들리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그 말이 특정 집단이나 유사 집단에 속한 사람들에 의해 너무 헤프게 사용되다 보니, 그 말 속에 있던 의미적 절박성과 곡진함이 약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그 말이 거짓과 위선의 냄새마저 풍기게 되었다. 지극히 아끼고 애틋하게 근심하며 그리워하는 마음을 가리키던 말이, 음욕이나 기타 야욕까지도 지칭하게 되었으니, 진정한 연인들이나 개결한 벗들, 이웃들, 우애 깊은 혈연들은 오히려 그 말을 사용함에 머뭇거리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요컨대 ‘사랑’이라는 말의 의미가 모호해진 것이다…”

에릭 프롬에 따르면 사랑도 밥과 같은 것이라 계속 충족되지 못하면 결핍으로 인한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부모님의 사랑, 친구들과의 우정, 연인간의 사랑을 많이 할수록 좋은 밥을 많이 먹는 것처럼 정신적으로 건강해질 수 있다고 한다.

고린도전서 13장 사랑장에는 믿음, 소망, 사랑 중 사랑을 제일로 친다. 시제적으로 보면 믿음은 과거이며 소망은 미래이지만 사랑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극작가 C.S. Lewis는 인간이라는 존재는 에로스의 사랑으로 태어나 필레아의 사랑으로 양육되어지며 스토로게의 사랑으로 성숙되며 아가페의 사랑으로 완성되는 존재라고 정의하였다. 대강절을 보내면서 우리는 이 땅에 사랑의 화신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다시금 반추해 보아야 한다. 이형식 교수의 말대로 ‘특정 집단이나 유사 집단에 속한 사람들에 의해 너무 헤프게 사용되다 보니, 그 말 속에 있던 의미적 절박성과 곡진함이 약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그 말이 거짓과 위선의 냄새마저 풍기게 되었다’는 말처럼 기독교가 ‘사랑! 사랑!’을 말하고 아니 목사들의 설교의 메시지가 대부분 사랑을 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랑이 메마른 삶이 되어가고 있는 현실은 우리를 자괴감에 빠지게 한다.

올 한해 이런 저런 부족함이 공사장 널빤지처럼 널부러진 우리의 삶이지만 예수님의 사랑이 우리 가슴 한구석에 불씨처럼 존재하는 한 결코 꺼지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바로 지금이며,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이며,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다”라는 톨스토이의 말처럼 각자에게 주어진 현재, 지금 이대로의 모습에 감사하며 사랑을 이루어 가는 길이 가장 복된 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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