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가 말하는 수능 후 신앙점검…“라떼는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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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가 말하는 수능 후 신앙점검…“라떼는 말야”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9.11.19 0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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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집 좌담- 한 학년 선배들이 말하는 신앙 수호 비결

수능 뒤 많이 풀어져…좋은 만남이 신앙 좌우한다
요즘 대학은 술 강요 안 해…기독교 동아리 ‘큰 힘’
수능 이후 신앙을 지킬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지난 1년간 대학 신입생활을 한 스무 살 청년들에게 물어봤다.
수능 이후 신앙을 지킬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지난 1년간 대학 신입생활을 한 스무 살 청년들에게 물어봤다. 왼쪽부터 김 솔, 이동주, 박지현, 김범서 학생.

수능이 끝났다. 오랜 시간 수능만을 바라보며 달려왔던 수험생들에게는 잠시나마 해방감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최근에는 입시에서 수능의 비중이 줄어들면서 예전만 못하지만 수능이 지니고 있는 상징성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 많은 전문가들은 수능을 비롯한 입시가 마무리 되는 이 즈음을 ‘탈선’의 시기로 꼽는다. 신앙에서도 마찬가지다. 간절하게 바라왔던 것에 결론이 나면서 기도는 줄어들고 갑자기 찾아온 자유를 제어하지 못해 교회를 떠나기도 한다는 것. 입시를 마치고 대학 신입생 생활을 마무리하고 있는 20살 청년들은 어떤 1년을 보냈을까. 이제 후배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 ‘무서운 한 학년 선배들’로부터 수능 뒤 생활과 리얼한 대학생활, 그리고 신앙을 지킬 수 있었던 비결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사회 : 손동준 기자
패널 : 김범서(명지대 일어일문학과 1학년)
              박지현(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1학년)
              이동주(명지대 경영학과 1학년) 
              김 솔(명지대 영어영문학과 1학년)
일시 : 2019년 11월 15일
장소 : 명지대학교 인문캠퍼스 강의실

 

사회자: 수능 이후 신앙생활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고자 한다. 신앙과 관련해서 당시 이야기들을 들려 달라.
 

김범서(이하 김): 수능이 끝난 뒤에 신앙심이 많이 풀어졌다. 면접이 많이 남아있었지만 헤이해졌다. 고등학교 때 아침기도를 인도했었지만 수능 후에는 잘 안나갔다. 수시와 수능이 끝나고 밑바닥을 친 케이스다. 고등학생 때 수요일 점심 예배가 있는데 3학년은 집에 빨리 보내주니까 예배에 안가고 집에 갔다. 일요일에도 교회가기가 너무 싫어졌다. 하나님과의 거리가 멀어져 있었다. 
명지대 발표 전까지 제 신앙은 계속 상승세였다. 그런데 발표가 나고 붙으니까 떨어지기 시작했다. 안심이 되니까 그랬던 것 같다. 지금 고3 친구들도 수능이 끝났으니 풀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특히 대학을 붙으면 마음이 안심되니 신앙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있지 않을까.

박지현(이하 박): 수시를 수능 이틀 전에 합격했다. 수능 전에 수시 합격이 나면 수능으로 대학을 못 간다. 수능 이틀 뒤가 명지대 면접이어서 수능 날 새벽부터 시험 보러 가는 대신 친구들 위해서 기도하고 응원문자 보내고 집에서 도시락을 먹었다. 12년을 수능을 바라보고 학교생활을 하지 않나. 근데 딱 수능이 지나니 학교도 잘 안 나오고. 아 정말 끝났구나 생각이 들더라. 
중3부터 교회를 나갔다. 가족 중에 저만 교회를 다니는데 고2때 하나님을 만났다. 고3때 한 번도 안 빠지고 교회를 가고 기도회를 갔다. 그래도 확실히 흔들리는 건 있었던 것 같다. 

이동주(이하 이): 실기 위주로 예대를 준비했다. 수능 전에 1차 발표가 나고 수능 끝나고 2차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다. 한예종을 목표했는데 그때 좀 더 신앙심으로 매달렸던 것 같다. 근데 남들은 다 노는데 전 입시준비를 계속해야 된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어쨌든 목사님 딸이니 교회는 나가야 했지만 진심으로 나가기보단 기계적으로 나갔던 것 같다. 

김 솔(이하 솔): 고등학교 때는 교회에서 반주를 해서 의무적으로 나갔다. 수능 끝나고도 신앙이 없었는데 겨울 수련회 때 하나님을 깊이 만났다. 오빠의 권유로 수련회를 참석했다. 수련회를 2주 동안 하는데 거기 가면 하나님을 안 만날 수가 없는 시간이었다. 수능 끝나고 할 일도 크게 없었고 제가 잘 순종하는 편이라 오빠를 따라 수련회를 갔다. 

사회자: 후배들한테도 수련회나 하나님을 만날 기회를 권해주고 싶나?

솔: 인생에 있어서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근데 그게 팩트인게 수능 끝나고 진짜 할 일이 잘 없다. 

사회자: 현재 여러분의 신앙상태는?

김: 명지대 입학하고 예사랑(명지대 교목실 산하 기독교동아리)에 들어오고 신앙의 선배들을 보며 배울 점과 예배를 통해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사회자: 그 말은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신앙이 정립된다는 것을 의미하나?

김: 고등학교 친구 중에 교회를 다니면서도 대학에서 술 담배를 하는 친구가 있다. 어느 날 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하는 말이 자기의 이런 모습이 싫고 고치고 싶은데 너의 신앙생활을 보며 자신을 되돌아봤다는 것이다. 나보고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럼 자신도 따라갈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얘기를 하더라. 

사회자: 반대의 경우도 있을 것 같다. 고등학교 때까지 신앙생활 잘 했는데 지금은 안 나오는 친구가 주변에 있는가.

이: 제가 좀 그랬다. 대학 와서 두 달 동안 방황을 심하게 했다. 교회에서 싱어로 섬기고 있었는데 집에서 교회까지 한 40분 걸린다. 예배를 드리고 알바를 가야 하는 상황이라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연습도 토요일에 있고 알바도 주말에 있다 보니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었다. 그래서 토요일 연습을 알바 때문에 못나간다고 하고 빠졌다. 그러다가 기독교동아리에서 동기 모임을 가졌는데 비슷한 고민을 가진 친구가 있더라. 다른 목회자 자녀 친구가 많아서 “너도 그랬구나” 하며 나눔을 많이 했다.

사회자: 실제로 수능 이후 교회를 많이 떠나는지. 주위 친구들을 보면 어떤지 궁금하다. 

솔: 많이 떠난다. 제 룸메이트도 엄마 품을 벗어나 해방되었다고 하면서 대학 1학년 때부터 교회를 안 나오기 시작했다. 스무 살이면 부모의 품을 벗어나 사회로 나가는 거니까 이럴 때일수록 부모님들이 신앙 길잡이가 되어 주셨으면 좋겠다. 짧은 시기 동안 아이의 신앙을 정립할 수 있게 도와주면 좋을 것 같다. 그래야 스무 살 때 안 흔들리고 신앙생활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회자: 술 얘기를 안 할 수 없을 것 같다. 실제로 그런 유혹을 많이 받는 시기 아닌가. 궁금함이나 거부할 수 없는 분위기는 없었는지. 그것이 신앙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어떻게 이겨냈는지 말해 달라.

박: 스무살이 되면 사실 예전보다 열리는 게 많지 않나. 1월 1일 친구들을 만나 고깃집을 갔다. 두 테이블을 잡고 한쪽은 마시는 테이블 한쪽은 안 마시는 테이블로 나눠 앉았다. 전 기독교가 아니어도 마실 생각이 없었다. 건강에도 안 좋고. 요즘엔 강요하는 분위기도 잘 없다. 강요하면 꼰대로 취급하는 분위기다. 이제 과 MT에 가면 손목에 팔찌를 채워 준다. 술 안 마신다는 팔찌. 그래서 선배들이 팔찌를 보면 술을 주지 않는다. 팔찌가 세 가지가 있다.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술을 조금만 마실게요’/‘저는 오늘 달립니다’. 그렇게 하고 있으면 선배들이 챙겨준다. 제가 학생회를 하고 있는데 뒤풀이 3차까지 가도 술을 주지 않는다. 

김: 친구들끼리 만나면 그런 분위기가 좀 있다. 스무 살 되고서 술을 안마셔야지라는 생각을 했지만 어쩌다보니 소주는 안 마시는데 맥주는 마시는 편이다. 개강총회를 할 땐 안 마셔도 되니 그냥 오라고 학생회장 형이 말하더라. 친구들끼리 있을 땐 분위기 때문에 맥주는 마시는데 소주는 마시는 척만 한다. 친구들이 그걸 보면 ‘왜 빼냐’ ‘왜 안마시냐’라고 얘기하긴 한다. 

사회자: 대학 술 문화가 많이 변한 것 같아 격세지감을 느낀다.

이: 과마다 분위기가 조금씩 다르다. 우리 과는 술을 많이 마시는 편이다. 동기 MT때 소주 3짝을 가져가더라. 학회를 처음에 들어갔는데 술자리에서 기독교인이어서 안마시겠다고 얘기를 해도 사람이 너무 많으니 일일이 얘기하기 힘들었다. 처음엔 소주를 받다가 물을 따라서 마시는 척이라도 했다. 

사회자: 나는 이렇게 이겨냈다. 조언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솔: 고3 겨울까지 신앙이 없다보니 교회 다니는 친구가 없었다. 술 마시는 친구가 있으면 따라가기도 했다. 겨울수련회 이후 바뀐 케이스다. 신입생 환영회 때 기독교라 술을 안 마신다고 했더니 의아해하더라. 어떤 선배는 ‘나도 기독교인인데 술을 마신다’고 하고. 그래도 굳건히 안 마셨다. 하나님 만나면서 안 마시게 됐는데 저라고 왜 유혹이 없겠나. 친구들이 다 마시다보니 자리는 가게 된다. 그럴 때마다 유혹이 온다. 나도 술을 마시면 즐거운 분위기를 즐길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안 마시는 건 기도와 성경말씀을 보면서 오는 거룩한 부담감 때문인 것 같다.

사회자: 술 안 마셔도 재밌게 노는 비결이 있을까?

이: 친구가 기독교 동아리는 술 안마시고도 엠티가면 재밌게 노느냐고 물어본다. 그런데 우리 영상을 보면 거의 소주 한 병 마신 것 마냥 잘 논다고 놀란다. 대학교 마다 CCC 같은 기독교 동아리가 있으니 그런 곳을 찾아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학기 초에는 친구한테 ‘나 아싸(아웃사이더, 외톨이)될 것 같다’고 얘기를 했다. 그런데 동아리 활동을 하니까 문제없었다. 기독교 동아리는 부담 없이 들어와서 활동하기에 좋은 것 같다. 

 

사회자: 교회에서 수능이 끝난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이: 수련회가 좋다고 생각한다. 저희 교회는 고3들을 위한 수련회를 따로 한다. 정동진 이런 곳에 가서 해돋이도 보고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1박 2일동안 수험생들끼리 어떤 게 어려웠는지 나누고 1년 선배들이 대학생활 팁들을 조언해준다. 

사회자: 마지막으로 내년에 입학을 앞둔, 혹은 재수를 앞둔 후배들에게 자유롭게 조언해준다면?

김: 힘든 길 끝에는 언제나 주님이 기다리고 계시더라. 고생 많았다. 남은 과정들도 잘 견뎌냈으면 좋겠다. 그 길이 사람마다 다르더라도 하나님이 계획하고 계신 일들이 있으니 의지하며 걸어가면 좋겠다. 

박: 잘 견뎌왔고 앞으로도 잘할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재수를 하는 친구들에게는 잠깐의 시련이 될 수도 있지만 분명히 잘할 거라고 격려하고 싶다. ‘너의 행사를 여호와께 맡기라 그리하면 네가 경영하는 것이 이뤄어지리라’는 잠언 16장 3절 말씀처럼 분명 디자인하신 분이 있으니 주께 맡기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인간관계에 있어 너무 얽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도 관계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는데 기독교동아리를 만나고 친구들을 붙여주셔서 즐거운 대학생활을 하고 있다. 술을 안마시면 친구를 못 만나지 않을까 걱정한다면 걱정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솔: 신앙이 있는 친구라면 신앙을 잘 지켜나갔으면 좋겠고 힘든 상황에서도 남들에게 말 못할 것을 주님께서 아신다는 것을 믿고 기억했으면 좋겠다. 일단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고 그때 힘든 것은 돌아보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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