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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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기도
  • 박노훈 목사
  • 승인 2019.11.0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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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훈 목사/신촌성결교회

“내가 바라는 것은 그리스도를 알고 그분의 부활의 능력을 깨닫고 그분의 고난에 동참하여 그분의 죽으심을 본받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나는 어떻게 해서든지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살아나는 부활에 이르고 싶습니다” (빌 3:10∼11, 새번역)

사도 바울은 죽음을 통해 부활에 이르려 한다고 말합니다. 부활에 이르기 위해서는 먼저 죽음이 있어야 합니다. 죽음은 곧 자기 부인을 의미합니다. 예수님은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라”고 하셨습니다(마 16:24)

목회 일선에서 은퇴하고 충북 보은에 내려가 사과 과수원을 하시는 이규정 목사님이 계십니다. 이 목사님은 고등학교 시절 갑자기 가세가 기울어 사료판매, 신문배달 등 안 해본 일이 없었고, 대학을 마친 후에는 20여 년간 제철회사에서 근무했습니다. 그 후 신학교를 마치고 47세에 교회를 개척해 20여년을 목회자로 섬겼습니다. 그리고 은퇴 후에는 직접 농사지은 사과로 아프리카 케냐의 빈곤 아동을 후원하고, 우간다에 식수 펌프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이 목사님께서 ‘샘과 그늘’이라는 책을 냈는데, 그 책의 서문에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결혼 후 사회 20년, 목회 20년 그리고 은퇴 후 지금 장애에 시달리고 있는 아내에게 그동안 함께 십자가를 져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이제는 내가 당신의 고통에 함께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이 책을 드린다. 은퇴 후의 삶이 예수께서 가신 ‘비아 돌로로사’ 곧 슬픔의 길인 갈보리 언덕길이건만 십자가 없이 올라가는 등산길이 될 뻔했기 때문이다.”

이 목사님은 은퇴 후의 삶이 십자가 없는 편한 등산길이 될 뻔했는데 뜻밖에 장애를 갖게 된 사모님으로 인해 힘에 부친 삶을 살게 된 것을 하나님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길을 올라가지만 슬프지만은 않습니다. 왜냐하면 십자가 없이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믿는다고 말하지만 십자가를 지려 하지 않습니다. 자기 부인이 없고, 죽기를 거부합니다. 그 결과 죽지 못해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죽으면 삽니다. 살기 위해 우리는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죽음의 길을 걸어야 합니다.

바울은 몇 해 동안 로마의 감옥에 투옥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죽음 뒤의 부활을 보고 있기에 죽음이 두렵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은 오늘도 성도를 죽음의 자리로 보내십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뜻에 의해 보내지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그곳에서 죽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어두움을 밝히는 생명의 빛으로 나타나야 합니다.

이 가을 기도하듯이 윤동주의 시를 읽습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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