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교회 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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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교회 되게!”
  • 강석찬 목사
  • 승인 2019.10.22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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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찬 목사/예따람공동체

1517년 10월 31일, 마르틴 루터는 비텐베르크 교회 정문에 로마가톨릭 교회에 95개 항의 질문서를 게시하였다. 이 질문은 “오직 믿음, 오직 성서, 오직 하나님의 은총으로만”이라는 종교개혁의 3대 주제를 바탕으로, 이 믿음에 위배 되는 그 당시 잘못된 가톨릭교회를 바르게 하려고 던졌던 질문이었다. “교회를 교회 되게” 하려는 열정으로 시도한 용기 있는 행위였다.

이때 가톨릭교회가 루터나 칼빈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잘못을 바꾸려고 노력하였다면, 종교개혁이라는 인류 역사를 전환하는 운동은 들불처럼 번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톨릭교회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요즘 우리나라에는 “개혁(改革)”이라는 단어가 유행어가 되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35일간의 장관직을 사퇴하면서 “검찰 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라 했다. 스스로 자신을 ‘불쏘시개’라고 했는데, 국민분열이라는 큰불을 온 나라에 지른 장본인이 된 것 같다.

그의 장관직 진퇴 문제로 소위 태극기와 촛불 부대로 지칭되는 나뉜 국민의 대규모시위가 있었는데, 각 주최 측의 주장대로라면 몇 번의 시위에 1,000만 명이 넘는 국민이 모인 것이니 대단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도 그가 지른 불은 꺼지지 않고 붙타오르고 있다.

우리나라에 세계적인 K팝 가수, BTS(방탄소년단)가 있다. 7명의 젊은이가 2016년 5월에 발매한 ‘불타오르네’ MV를 2019년 9월 10일에 6억 명이 보았다고 한다. 가사를 발췌하여 보면, “난 뭣도 없지. 손을 들어 소리 질러. 불타오르네. 싹 다 불태워라. 불타오르네.” 무엇을 불태우라고 하나 했더니 “그냥 살아도 돼. 우린 젊기에. 그 말 하는 넌 뭔 수저길래” 하였다. 흙수저 만드는 금수저 세상을 향해 ‘싹 다 불태워라. 우린 괜찮아. 우린 젊으니까.’라며 “잘못된 세상 다 타버려도 젊은 우리는 살 수 있다”고 노래하였다. 시론자에게는 BTS가 “불이야!(Fire!)” 소리치고, 격렬하게 춤을 추고 손을 휘두르며 부르는 노래가 한국교회를 향한 노래로 들렸다.

2018년 8월 12일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총회 산하 7개 신학대학교 교수들이 “한국교회를 위해 목 놓아 우노라!”라는 격문(檄文)을 발표했었다. 명성교회의 불법세습을 용인하는 총회재판국의 판결을 헌법을 위반한 판결로 규정하고,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분연히 일어나 어그러진 판결을 바로잡고 교회다움을 회복하는 일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격문(檄文)이었다. “위 판결일은 하나님에 대하여는 죄악의 날이요, 세상에 대하여는 경술국치에 버금가는 치욕의 날이다”라 했다. “교회의 머리 되신 예수 그리스도는 빌라도의 재판에 넘겨졌다”고도 했다.

다행히 103회 총회는 재판국 판결이 잘못이었다고 결의했는데, 올해 104회 총회는 번복하였고, 명성교회 당회는 총회 결의를 위반하여, 부자(夫子)목사를 대리당회장과 설교목사로 선임하였다. 김삼환 목사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내가 살아있는 동안, 내가 개척하여 세운 나의 명성교회와 10만 교인들을 아들에게 인계하고, 교권과 재산 등 모든 것을 승계하게 한다.” 목 놓아 운 교수들의 울음도, 성빈(聖貧)으로 목회하는 수만의 작은 교회 목회자들의 탄식도 외면한 몰염치이며, 한국교회를 소멸시키려는 불지르기를 행한 것이다.

한국교회들은 수십 년 전부터 10월만 되면 통과의례처럼 개혁(改革)하겠다고 했었다. 그냥 말뿐이었다. 거짓말을 한 셈이다. 피노키오의 기다란 코가 된 교회를 보며, 부끄럽고 창피하다. “이게 교회냐?” 떠나는 가나안 젊은 교인들에게 교회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교회를 교회 되게”하는 길은, 복음을 팔아 성공과 축복을 소유하고 부흥과 성장을 추구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다. 다시 개혁교회가 출발할 때의 믿음이 회복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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