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과 이별하는 생명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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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과 이별하는 생명 세상
  • 유미호 센터장
  • 승인 2019.10.2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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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호 센터장/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후쿠시마현 다무라시에 쌓여있던 방사성 폐기물 자루가 태풍 하비비스로 강에 흘러들어갔다. 그 양이 얼마나 되고, 또 어디로 흘러갔는지 제대로 알려진 바 없다. 빈 자루만 회수되는 장면을 보니 그 안에 담겨 있던 방사성폐기물이 외부로 방출된 듯하다. 그 안에 든 나무와 풀 등의 폐기물은 육안으로는 오염된 것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kg당 수백Bq의 방사능을 배출하고 있을 것인데, 일본정부는 ‘안전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이번 태풍이 아니어도 일본은 방사능 오염수 문제해결이 급한 상황이다. 후쿠시마사고로 노출된 핵연료를 냉각시키면서 나오는 오염수가 매주 2~4천 톤씩 나와 현재 100만 톤이나 저장탱크에 쌓여있는 상태다. 그러다보니 방사능오염수를 방류할 생각을 하고 있기까지 하다. 아니 이미 후쿠시마현 등 인근 바닷물이 우리 해역에 지속적으로 대거 반입·배출되었다는 보고도 있다.

방사능오염이 이토록 심각한데, 일본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지원금을 끊는 방식으로 사고 당시 기준 20킬로미터 이내의 지역주민들을 강제 귀환시키고 있다. 원전 재가동을 노린 것이겠지만, 원전사고 후 8년밖에 안된 상황에서 할 일은 아니다. 사고 후 후쿠시마 현에 있는 어린이들의 갑상선암이 이미 수십 배나 증가했고, 여전히 방사성물질이 바다와 토양, 지하수를 통해 먹이사슬을 거쳐 우리 몸을 위협하고 있다. 그런데도 후쿠시마에서 올림픽 경기를 하려 한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우리나라에 있는 원전 상황은 어떤가? 얼마 전 26번째 신고리 4호기(1400MW)가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우리 땅에는 폐로절차를 밟고 있는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를 빼고도 24기가 있다. 2017년 고리 1호기 폐쇄선언 이후 탈원전을 천명하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원전에 의한 전력 생산량이 계속 늘고 있다.

더구나 방사성물질은 원전 사고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가동되고 있는 원전에서도 기체뿐 아니라 폐기물로도 나온다. 때로 원전 주변에서 요오드나 세슘과 같은 방사성물질이 검출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과거보다 줄었다고 하지만, 지역주민들은 여전히 방사능오염에 방치되어 있는 상태다. 계속 쌓이고 있는 사용후핵연료, 즉 고준위폐기물 문제를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멈추는 것이 급하다. 만일 사고라도 난다면 수습은 불가능하다. 미국의 드리마일, 구 소련의 체르노빌, 그리고 무수한 군소 고장사고와 더불어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방사성 물질은 지금도 계속 나오고 있다.

방사능오염 문제는 지금의 상황을 깊이 들여다보는 가운데 해결할 수 있다. 원전 사고나 방사성물질로 인해 깊이 신음하고 있는 이들의 소리에 민감해지지 않는다면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고통에 둔감한 채 에너지를 낭비하면서 원전과 이별하지 않는다면 모두의 삶의 터전은 파괴되고 죽음에 이르게 될 것이다. 생명을 주고 또 그 생명을 풍성히 누리게 하신 주님의 눈으로 다시보자. 원전과 이별하는 생명 세상, 의지만 분명하다면 그 세상은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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