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보다 ‘선교’가 우선…한인 장애인들 위한 ‘밀알’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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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보다 ‘선교’가 우선…한인 장애인들 위한 ‘밀알’이 되겠습니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9.09.23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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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틀랜타 밀알선교단 단장 최재휴 목사

 

미국 조지아 주()에서 한인 장애인들을 돌보는 단체로 정평이 난 애틀랜타 밀알선교단. 이곳의 중심에는 2,000년도 출범 이래로 한 결 같이 봉사·계몽·전도 등 3대 모토를 실천해온 초대단장 최재휴(54) 목사가 있다. 미국은 비교적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덜한 나라지만, 그 안의 한인사회에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가운데 19년째 구슬땀을 흘리는 최 목사를 만나 귀한 소명을 들어봤다.

성령으로 거듭난 삶
제가 장애인 사역에 발을 들여놓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애틀랜타 밀알선교단이 지역 내 유일한 장애인 사역단체임을 감안할 때, 겸손과 솔직함이 담긴 최 목사의 고백은 다소 의외였다. 그도 그럴 것이 모태신앙인은 아니었지만 어려서부터 교회가 그냥좋아서 나갔다는 그는 훗날 자신이 특수목회를 하리라고는 쉬이 짐작할 수 없었을 터다. 이런 그가 주의 종을 결단한 연유는 중학생 시절 수련회에서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면서다.

스스로 죄인임을 깨닫고, 구원의 확신이 들었어요. 그래서였는지 모르겠지만 자꾸 눈물이 났죠. 그렇게 앉은 자리에서 5~10분쯤 기도했나 싶어 눈을 떴는데 어느덧 2시간이 훌쩍 지나있는 거예요. 바로 성령의 역사를 체험한 겁니다. 그 때부터 제 삶은 180도 완전히 달라졌어요. 세상이 전부 아름다워 보이고 늘 기쁨이 넘쳤죠. 결국은 주님께 오직 목회의 길만 걷겠노라서원하고 신학대학교로 진학했습니다.”

이후 석사과정을 공부하고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그는 학비를 조달하기 위해 일하던 주유소에서 어느 장애인과 운명적인 만남을 가졌다. 추운 겨울날 하루는 하반신이 없는 한 젊은이가 스케이트보드에 몸을 묶어 고정한 채 두꺼운 장갑을 낀 손으로 바닥을 밀면서 카운터로 다가왔어요. 그 짧은 순간 하나님은 무슨 뜻이 있어서 저 사람을 저렇게 만드셨을까?’ 궁금했어요. 동시에 할 수 있다면 그와 뭐라도 함께 나누고픈 마음이 솟구쳤습니다.”

비록 그 뒤로 그 청년을 다시 보진 못했지만, 이를 계기로 최 목사는 1996년 시카고 밀알선교단 간사로 섬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막상 사역에 뛰어든 그는 초반부터 적성에 맞지 않아 수없는 난관들에 부딪혀야 했다. 비위가 약한 최 목사는 반찬을 여기저기 흘리고 먹는 장애인들과의 식사가 곤혹스러웠고, 시간 엄수를 철칙으로 삼았기에 장애인들을 자동차로 픽업하다가 예배에 늦는 걸 용납하기 어려웠다. 장애인 선교에 대한 의욕은 있었지만 정작 이를 감당하기엔 준비가 한참 모자란 탓이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가 이쯤에서 사역을 그만두도록 허락하지 않으셨다. 세계밀알연합 이재서 총재를 통해 2,000년도 창립하는 애틀랜타 밀알선교단의 단장을 맡아달라는 제의가 들어온 것. 최 목사는 당연히 머릿속으로는 ‘No’를 외쳤지만 2주간 기도 끝에 결국 ‘Yes’로 순종했다. 주님의 부르심에 가고 싶다고 가고,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는 게 사역자의 숙명이란 걸 누구보다도 잘 알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성경 말씀까지 주시면서 이끄시는데 어찌 안 한다고 버틸 수 있겠습니까. 물론 지금도 실수투성이지만 그 당시엔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더 부족했어요. 예배시간만 해도, 조금 늦을지언정 주님은 당신을 사랑하는 자녀들의 찬양을 기쁘게 받으셨을 텐데 그걸 몰랐죠. 하지만 이제는 아이들이 남긴 음식도 아무렇지 않게 먹을 만큼 사랑해요. 주님이 인도하신 발자취를 돌아보면 다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한인 장애인 향한 전 방위 지원
현재 최 목사가 애틀랜타 밀알선교단을 통해 가장 주력하는 바는 우선 장애인들의 예배 훈련이다. 매주 토요일 열리는 사랑의 교실에서 어린이부터 중장년에 이르는 장애인들은 한데모여 하나님과 교제하는 법을 익혀나간다. 
장애인들도 예배 전 준비작업이 필요해요. 만약 이들이 가족과 다투고 교회에 왔다면 화를 다스리는 등 감정을 조절해줘야 하죠. 그러다보면 예배 때 소리 지르고 뛰쳐나가던 친구들이 점차 기도와 말씀에 집중하는 변화를 보입니다.”

이때 최 목사는 부모들을 위한 모임도 꾸린다. 정상이라고 여겼던 내 자녀가 남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소식을 접할 때 부모들의 가슴은 무너져 내린다며 그들의 아픔을 미처 다 헤아려주지 못하는 게 가장 미안하다는 그다장애인 부모들은 세상적인 기준에 빗대 내 아이는 성공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빠질 수 있어요. 그렇지만 본인들이 하나님의 도구로 사용되기에 충분한 파워가 있다는 걸 꼭 깨달으면 좋겠습니다. 주님 안에서 장애인 부모들은 도리어 남들이 못 하는 사역을 더 잘 감당할 능력이 있거든요.”

나아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딱히 갈 곳이 없는 성인 장애인들에게 지속적인 자기계발과 자립의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도 최 목사의 몫이다. 그는 40여명의 봉사자들과 주중 밀알아카데미를 오픈해, 의무교육을 마치고도 대학진학이나 취업이 힘든 이들에게 미술치료·음악치료·체육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는 장애인들이 상처를 치유하고 세상에서 제 역할을 다하는 일꾼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돕는 발판이 된다.

이 밖에도 최 목사는 해마다 전국에 흩어져있는 한인 장애인들의 연합 캠프일일찻집등 선교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다채로운 행사들을 선보인다. 또 지역교회 성도들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간증콘서트 밀알의 밤을 기획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거두고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한다. “장애는 장애인과 그 가족들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인식이 필요해요. 누구도 예외 없이 불의의 사고 위험에 노출된 예비 장애인들이기 때문이죠.

구원, 오직 주께 달린 은혜
그러나 최 목사의 이 같은 열정적인 헌신 뒤에는 갖은 고초가 숨어있다. 장애인들에게 뺨을 맞고, 침 뱉음을 당하고, 욕을 얻어먹는 건 예삿일이고 장애인들이 사고로 다치는 등 심적으로 부담되는 일도 한둘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목사는 은혜안에 있기에 힘들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하나님이 연약한 우리를 책망하지 않고 기다려주신 것처럼 악의가 없는 장애인들의 행동도 참고 한 번 더 기회를 준다면, 더디지만 분명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이런 주님의 은혜가 정말 크기에 아무리 큰 고통도 결국은 다 덮이죠.”

무엇보다도 최 목사에게는 장애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영접하는 것만큼 감격스런 은혜가 없다. 장애인 친구들이 구원받았음을 확신한 6년 전 일은 아직도 생생하다평소에는 까불까불 활동적이던 친구가 하루는 유독 예배 내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더라고요. 나중에 그 친구에게 이유를 물었지만 모르겠대요. 그런데 문득 제가 중학생 때 예수님을 처음 인격적으로 만난 게 떠오르면서 그 눈물의 의미는 곧 성령의 임재임을 알겠더라고요. 그러면서 이 친구에게 복음이 전해졌다는 걸 확신했습니다.”

이렇듯 구원은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에 달려있음을 뼈저리게 체험한 최 목사는 복지보다 선교가 우선이라는 장애인 사역의 신념을 확고히 굳혔다장애인들을 위한 주거·교육 등 물질적 지원은 당연히 필요하죠. 그런데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돼라는 주님의 지상명령에는 장애인 사역도 포함돼 있잖아요. 그래서 혼자서는 말씀의 자리로 나가기 어려운 그들에게도 복음을 전할 의무가 있습니다. 더욱이 사람인 제가 장애인 친구들을 보살피는 데는 한계가 있어도 예수님이 그들을 만나주시면 무한한 가능성을 꽃피우니 걱정이 없죠.”

이를 위해 최 목사는 언제까지고 하나님이 물러나라고 하시지만 않는다면 지속해서 장애인과 그 가족들을 위해 밀알선교단을 일궈나갈 계획이다. 한 명이라도 많은 장애인들이 주님께 돌아오길 바라는 간절함으로 말이다.

밀알의 속성은 땅에 떨어지는 동안 계속 낮아지고, 엎드리고, 고개를 숙이는 거예요. 이러한 고된 훈련을 통해 내 자아가 죽어야 비로소 하나님의 크신 영광이 드러나니까요. 그렇다고 제가 마냥 힘들다고 투정부릴만한 처지도 못 됩니다. 오지에서 신분도 밝히지 못한 채 저보다도 훨씬 힘겹게 사역하는 목회자들도 많거든요. 다만, 각 도처에 흩어진 우리 밀알 사역자들의 힘이 한데 모여 주님 안에서 미션이란 과업을 달성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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