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례자 없는 결혼식’은 세속적? VS 변화의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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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례자 없는 결혼식’은 세속적? VS 변화의 과정?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9.09.19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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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달라지는 결혼식문화, 어떻게 봐야할까?

예장고신 제69회 총회서 “주례자 없는 결혼식은 하나님 없는 결혼식” 꼬집어

최근 결혼식의 동향이 달라지고 있다. 신부와 신랑의 아버지가 미리 써온 편지를 읽으며 당부의 말을 전한다. 신랑과 신부는 미리 준비한 서약서를 읽고 눈물을 흘린다. 의례적으로 당연하게 세웠던 주례자의 주례 없이 신랑과 신부, 가족이 주인공을 이룬 ‘주례 없는 결혼식’의 풍경이다.

여전히 교회 안에서는 목회자를 주례자로 세워 결혼예배를 드리는 것이 일반화돼 있지만 주례자 없이 결혼식을 치르는 크리스천들도 늘어가고 있다. 한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서울권을 기준으로 결혼식의 50~60%가 주례 없이 결혼식을 진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2~3년 내에는 주례없는 결혼식이 70% 이상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과거에는 마땅히 세울만한 주례자가 없을 경우 주례대행업체를 통해 섭외하면서까지 결혼식을 진행했지만, 이제는 과감히 주례를 생략한채 결혼식을 진행하는 청년들이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시대가 변화면서 점차 결혼식과 주례에 대한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여전히 교회 안에서는 목회자를 주례자로 세워 결혼예배를 드리는 것이 일반화돼있지만 주례자 없이 결혼식을 치르는 크리스천들도 늘어가고 있다.
여전히 교회 안에서는 목회자를 주례자로 세워 결혼예배를 드리는 것이 일반화돼있지만 주례자 없이 결혼식을 치르는 크리스천들도 늘어가고 있다.

결혼식 주례자가 ‘하나님의 대리자’?

최근 변화하는 결혼식 문화에 대한 성경적 입장을 요청하는 안건이 고신총회에서 다뤄졌다. 지난 17일 고려신학대학원 강당에서 열린 제69회 고신총회에서는 성경적 결혼식에 대한 지침이 제시됐다.

이를 발표한 고려신학대학원교수회는 성경적 결혼식 지침에서는 혼인식은 ‘하나님께 대한 서약’을 포함하기 때문에 교역자가 주례를 주관해야 하며, 서약이 없거나 주례가 없는 혼인식에 대해서는 하나님이 없는 결혼식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번 총회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7개 지침이 토론 없이 통과됐다.

‘성경적 결혼식 지침’에 대한 논의는 지난해 고신총회에 올라온 헌의안에서 시작됐다. 최근에 청년들 사이에서 성행하고 있는 주례자나 진지한 성혼서약 없이 자유롭게 치러지는 결혼식 문화가 과연 신학적으로 합당한가 하는 물음 때문이었다.

지난해 고신총회에서는 “급변하는 시대에서 결혼문화가 이전과 달라져 신앙인을 혼란스럽게 한다”며, ‘성경적 결혼’의 바른 기준을 제시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이를 1년간 연구한 고려신학대학원교수회는 “혼인식에서 하나님은 단지 구경하는 분이 아니라 신랑과 신부 두 사람을 실제적으로 하나가 되게 한다”며 “혼인의 본질이 근본적으로 신적 성격을 갖기에 하나님의 일을 대신하는 주례자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또한 교수회는 “오늘날 서약 없는, 주례자 없는 결혼식이 늘어가는 이유는 혼인식을 하나님의 일이 아니라 순전히 인간의 일로만 보기 때문”이라며 “주례 없는 결혼식이란 하나님 없는 결혼식을 의미하며, 이를 추구하는 이들은 본질적으로 실천적 무신론자”라고 꼬집었다.

결혼은 단순히 두 사람의 결합이 아닌 영적인 연합이자 하나님 안에서의 언약의 체결과 선포다. 이 점에서 오늘날 세속화된 결혼문화에 대해 크리스천 청년들은 구별된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개혁신학적 관점에서 ‘결혼’의 의미는?

사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결혼식에 대한 인식과 지침이 깊이 있게 와 닿지 않는 실정이다.

이번 결의를 놓고 장로교 소속 교회에 다니는 한 청년은 “주변에서 주례 없는 결혼식에 참여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생소한 분위기라 조금 우려스러웠는데 신랑과 신부측 부모님이 나와 기도하며 편지를 읽고 격려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울컥했다. 무조건 주례 없이 하는 결혼식을 신앙이 없다고 매도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주례 없는 결혼식을 올린 크리스천 청년 A씨는 “이민문제로 다니던 교회를 옮기게 돼 교회 목사님께는 부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우리 부부를 잘 알지 못하는 목사님께 주례를 맡기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며 “가족들이 모여 기도함으로 예식을 잘 치렀는데, 주례자가 없다고 해서 하나님이 없다고 할 수 있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크리스천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결혼식을 통해 하나님 앞에 서약이 이뤄지고, 기도함으로써 성혼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례자 없는 결혼식을 단순히 비성경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개혁신학적 관점에서 주례 없는 결혼식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는 결혼을 가톨릭의 성사 개념이 아닌 그리스도인과 비그리스도인들에게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세속적인’ 일로 보았다.

그렇기에 영생과 무관한 결혼식을 교회당 안에서 하는 것을 반대했으며 교회 뜰이나 바깥에서 결혼식을 진행하도록 했다. 초기 개혁주의 교회에서는 ‘교회 결혼식’이 단순히 교회에서 진행되는 결혼식이 아니라 주일날 교회의 공식 예배시간에 행해졌다는 것이 마틴 루터의 행보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특히 당시 로마 가톨릭교회가 혼인을 구원의 조건인 ‘7성례’ 중 하나로 이해하고 결혼은 사제 앞에서만 거행하도록 규정했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행보였다.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회는 ‘오직 성경’의 원리에 따른 2가지 성례(세례, 성찬식)만을 인정했다. 그렇다고 해서 마틴 루터가 단지 혼인을 두 사람의 계약만으로 이해한 것은 아니었다. 결혼을 하나의 거룩한 언약으로서 사람의 행위가 아닌 하나님 앞에서의 약속으로 보았다는 점은 여전히 유효했다.

‘장로교 결혼예식’, 신학적 연구 선행돼야

고신총회는 현재 헌법 규칙에서 결혼예식에 대해 “결혼예식은 성례는 아니요, 그리스도의 교회에만 있는 것도 아니나 하나님이 세우신 신성한 예법(제6조1항)”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에 내놓은 ‘성경적 결혼식 지침’과 관련해 고려신학대학원교수회는 “여기서 신성한 예법이라는 말은 포괄적인 용어이지만 신자의 혼인식과 세상의 혼인식은 근본적으로 달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또한 교수회는 “혼인식이 ‘하나님께 대한 서약’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그 분의 임재를 대언하는 신실한 설교자의 인도와 선포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혼인서약서에서 목사에 의한 주례가 ‘목회적 돌봄의 행위’임을 강조했다. “결혼을 앞둔 두 사람의 남녀가 영적 지도자인 목사 앞에서 신앙적 삶을 설계하며 함께 상담하고 약속해 가는 과정인 목회적 돌봄의 행위”라는 진단에서다.

이번 결의와 관련해 이은선 교수(안양대 기독교문화학과)는 “웨스터민스터의 신앙고백과 장로교 교회 안 예식서의 전통과 규정에 비추어 본다면 신앙인으로서는 마땅히 따라야 할 지침임이 맞다. 그러나 시대가 변화하는 상황에서 결혼예식에 대한 보다 진일보한 신학적 연구는 필요하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그는 “종교개혁가들이 당시 성례로 여겼던 혼인의 의미를 신학적으로 재정립한 것처럼, 오늘날 결혼문화가 바뀌어가는 상황에서 결혼예식에 대한 학자들의 성경신학적 연구가 먼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단순히 편리함이나 세속적 흐름을 쫓아 결혼식 문화를 바꾸려는 움직임은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교회가 세상의 예식문화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면서 “장로교 신학 안에서 분명한 신학적 검토와 성경적 해석이 내려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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