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속 죽음의 문화, 교회가 ‘생명의 문화’로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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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속 죽음의 문화, 교회가 ‘생명의 문화’로 바꿔야”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9.08.30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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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살예방의 날, 생명의 소중함 전하는 ‘라이프호프(Lifehope)’

9월 8일 한국교회 ‘생명보듬주일’ 선포해야
자살자 유가족에 대한 목회적 돌봄 있어야
각 지역에서 교회의 ‘생명네트워크’ 역할 기대

흔히 청소년기를 ‘낙엽만 굴러가도 꺄르르 웃는 나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청소년기에도 웃음을 잃고 심각한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위기의 청소년들이 늘어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청소년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통계를 볼 때 얼마나 많은 10대들이 벼랑 끝에 내몰려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러한 위기에 놓여있는 이들은 비단 청소년뿐 아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 자살자 수는 1만 2463명이며,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수를 의미하는 자살률은 2017년 24.3명으로 확인됐다. 2013년 이후로 자살률은 점차 감소하는 추이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대비 2배 높은 수준으로 여전히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유독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 9월 10일 세계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기독교자살예방센터 라이프호프 조성돈 대표(실천신대 대표)를 지난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라이프호프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우리 사회 깊이 도사리고 있는 죽음의 문화를 막기 위해 기독교계가 나서서 생명의 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9월 10일 세계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기독교자살예방센터 라이프호프 조성돈 대표(실천신대 대표)를 지난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라이프호프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은 우리 사회 깊이 죽음의 문화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를 막기 위해 기독교계가 나서서 생명의 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생명문화와 가치 회복을 위해 2010년 설립된 라이프호프는 기독교 사상과 가치관을 바탕으로 활발한 자살예방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중·고등학교에 ‘생명보듬이교육’을 하며, 한 사람 한 사람이 라이프키퍼(Life Keeper)가 되어 생명지킴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한국의 높은 자살률과 관련해 조성돈 대표는 “본래 우리나라 자살률은 그렇게 높지 않았지만 IMF 금융위기 이후 2002년부터 자살률이 급증해 2011년까지 꾸준히 증가했다”며 “IMF를 기점으로 경쟁과 효율만 앞세우는 문화가 확산되다 보니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살 수 없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이렇듯 우리 사회에 만연한 죽음의 문화를 극복하고 생명의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자살은 ‘생명’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교회 차원의 문제인식과 관심이 절실하다. 그러나 자살을 터부시 여기는 교회 문화로 인해 정작 정서적 어려움이 있는 신앙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못하고 있다. 조 대표는 “안타깝지만 자살률에 있어서는 교인들도 큰 차이가 없다. 교회만큼 생명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좋은 곳이 없는데, 교회가 정작 죽음과 생명에 대해 외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그는 “교회가 교인들을 대상으로 돈이 아니라 ‘생명’이 절대적 가치임을 이야기 해주어야 한다. 특히 삶과 죽음,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해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 사망원인 1위 ‘자살’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2009년 이후 10년째 우리나라 청소년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것이다. 본지가 지난 2014년 중·고등학생 청소년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최근 1년간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30%가 그렇다고 응답한 바 있다. 조 대표는 “한국교회에 정말 당부하고 싶은 것은 ‘주일학교’ 학생들의 의식을 바꿔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의 소그룹 리더들, 이들이 게이트키퍼(Gatekeeper·생명보듬이) 역할을 해서 자살 위험군에 있는 이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만 배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실제로 주변에 자살을 고민하는 친구나 지인이 있다면, 이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먼저는 함께 시간을 보내며 위로해주는 것이며, 다음으로는 전문가와 연계해 상담을 받게 해주는 것이다. 조 대표는 “자살 고위험군에 있는 이들을 혼자 붙잡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의료기관에서 전문가를 만나서 상담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 지난해 9월 9일 라이프호프 주최로 열린 '제5회 생명보듬페스티벌 라이프워킹' 서울대회 현장 모습. (사진:라이프호프 제공)

‘자살자 유가족’ 위로하는 교회가 되길

라이프호프는 자살예방을 위한 주요 사업으로 교육사업과 상담사업, 캠페인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먼저 학교와 교회를 대상으로 ‘생명보듬이 무지개교육’을 실시한다. 지난해만 해도 2만 4천여 명이 수료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 청소년 생명보듬이 무지개교육 및 캠프를 갖고 전문강사의 발굴을 위해 ‘생명보듬이 무지개강사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조 대표는 “기독교 사상과 가치관 바탕의 자살예방교육을 일반학교에서 하는 것 자체가 너무 귀하다. 직접 복음을 전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생명의 가치를 나눌 수 있어 의미있는 시간”이라며 “보건복지부 인증프로그램으로 학교와도 신뢰를 갖고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문화 캠페인사업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 프로그램은 △생명보듬페스티벌(라이프워킹) △벽화그리기 △4050 남성 마음이음콘서트 △특강 및 세미나 △연극 및 공연 등이 있다.

특히 중점을 두고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는 자살자 유가족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마음이음 예배 및 상담’이다. 조 대표는 “자살자 유가족 대부분이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교회에서 배척당한 채 교회를 빠져나오는 경우가 많다. 상처받은 유가족을 위해 라이프호프는 매달 모임을 갖고 이들을 위로하는 예배를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조 대표는 “자살자 유가족은 일반 가족보다 자살 확률이 위험성이 7~8배 더 높다고 한다. 이들이 마음 편하게 예배드리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을 수 있는 교회 분위기가 조성되기 바란다”면서 “교회가 공동체로서 이러한 역할만 해도 우리나라 자살률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회가 자살문제를 구원과 결부시켜 이야기하는 것이 자살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명확한 신학적 근거가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자살은 큰 죄임은 부인할 수 없지만, 개신교에서는 자살자가 한 번도 지옥에 가거나 구원받을 수 없다는 공식적 결의를 한 적이 없다. 루터나 칼뱅 등의 종교개혁자들도 자살을 구원과 연결시켜 정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분명한 것은 우리의 구원은 행위가 아닌 ‘믿음’에 달려있다”며 “누군가의 믿음을 평가하기 전에 이들도 교회의 성도라는 시각에서 바라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국교회가 ‘생명보듬주일’ 선포해야

라이프호프는 매년 9월 둘째 주를 ‘생명보듬주일’로 선포하고 생명존중과 자살 예방을 위한 한국교회 연합주일로 지킬 것을 독려하고 있다. 특히 올해로 7회를 맞는 생명보듬주일은 NCCK, 한교총, 한교봉, 한목협, 전국신학대학협의회 등의 한국교회연합기관과 함께 선포식을 갖고 명실공히 한국교회가 함께 지키는 ‘생명보듬주일’로 확산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라이프호프는 한국교회를 대상으로 모범 설교문과 추모 예식서를 비롯해 청소년 설교문, 공과교재 및 자료 등을 배포한다. 이를 계기로 한국교회가 자살문제를 더 이상 외면하지 않고 함께 고민하고 위로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라이프호프는 전국 7개 지부(전남, 전북, 충남, 충북, 경기남부, 북부, 서울)를 두고 생명문화운동의 전국적인 확산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향후 라이프호프의 활동에 대해 조 대표는 “교회의 돌봄 사각지대에 있는 자살자 유가족을 위한 모임에 신경 쓰고 있다. 특히 훈련받은 이들을 각 가정에 파송해 1년에 한 번씩이라도 예배드리고 싶다. 또 지역 교회와 파트너십을 맺고 각 지역에서 교회가 ‘생명 네트워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생명문화’ 확산을 위한 교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경주 최부자댁의 가훈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을 없게 하라’는 것이죠. 이처럼 지역에 고난당하고 아파하는 이웃을 책임지고 돕는 곳이 교회가 됐으면 합니다. 자살을 고민하는 이들도 교회에 가면 살길이 있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자살예방에 보다 적극적인 교회문화가 조성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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