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예수님처럼 한알의 밀알로 자라길 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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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예수님처럼 한알의 밀알로 자라길 원해요”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9.08.27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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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대안교육 선구자 ‘밀알두레학교 정기원 교장’

서울교대를 졸업한 한 명의 교사가 기독대안학교의 꿈을 가졌다. 정확히 10년 만에 두레학교를 설립했다. 두레교회 김진홍 목사와 1995년 처음 비전을 나누고도 한참 지나서였다.  

현재 밀알두레학교를 이끌고 있는 정기원 교장은 언젠가 봤던 “한 사람이 꿈꾸면 꿈에 불과하지만 열 사람이 꿈을 꾸면 현실이 된다”는 문구를 당시 마침내 이뤘다. 2005년 개교하면서 후배교사 4명과 함께 대안학교의 문을 열었다. 15년 교사생활, 연금조건을 20년은 채우라는 권유가 많았지만 아쉬웠던 적은 없다. 지금 밀알두레학교를 돌아보면 시련은 많았지만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다는 정기원 교장. 그를 지난 22일 서울 명동의 한 회의장에서 만났다.

▲ "기독대안학교를 하며 하나님께 원망도 했지만, 모두 하나님의 뜻이었고 은혜였습니다."

“단 한명의 학생이라도 최선을”

2004년 10월 첫 입학설명회를 할 때 무려 학부모 300명이 몰렸다. 기독대안학교의 비전은 휼륭했다. 커리큘럼 만족도 역시 높았다. 

“그런데 학교 건물은 어디인가요? 운동장은 어디인가요”하고 질문할 때 정기원 교장은 “컨테이너 교실을 준비할 수 있다, 교회 앞 아차산이 놀이터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학부모들의 질문은 끊겼다. 자녀교육을 두고 모험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10일 동안 원서를 접수하는데 7일 동안 우리 아들 한명만 등록했습니다. 저와 함께 후배교사 4명이 곧 사직서를 쓰고 합류할 예정인데, 한명 등록금 40만원 전액을 급여로 지급한다고 해도 한사람당 8만원 밖에 안되잖아요. 그래서 학교 설립을 취소하자고 했어요."

고맙게도 후배 교사들은 '우리가 언제 돈보고 교육하자고 했냐'고, ‘단 한명이라도 최선을 다해서 교육하면 입소문이 나서 그 다음에는 몰려오지 않겠냐'고 했다. '우리는 퇴직금이 있으니 그 때까지 버틸 힘이 있다'고 말해주는 것이었다. 

하나님 앞에서 결단 하자 기적처럼 다음날부터 원서가 폭주했다. 면접을 거친 60명과 이듬해 3월, 1~4학년으로 개교했다. 매년 학생 수가 늘어나서 2010년에는 학생이 253명이 되고, 5명이었던 교사는 28명이 되었다. 

승승장구 할 것만 같았던 학교와 정기원 교장에게 큰 시련이 다가왔다. 두레교회가 목회 승계를 하는 과정에서 갈등 상황이 생겨 그가 학교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억울한 생각도 들었지만, 2010년 11월 사직서를 쓰고 홀로 학교를 나올 수밖에 없었다. 

‘밀알두레학교’, 무모한 도전과 은혜
예상치 못했는데 교사 20명, 아이들 85명이 다시 학교를 하자고 나왔다. 고마우면서도 부담이 정말 컸다. 돈도 없고 학교도 아무 것도 없는데 부모들과 대책회의를 거듭한 끝에 학교 부지를 매입하고 건축을 하기로 결정했다.

학부모들은 “강남에서는 한달에 수백만원 사교육비를 쓴다는데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다면 돈을 한번 모아보자”고 했다. 집을 담보로 대출받고 적금도 깼다. 적잖은 돈을 모아서 남양주에 땅을 샀다. 문 닫은 학원 건물을 임차해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임시로 사용했다. ‘밀알두레학교’의 시작이었다. 문제는 학교 건물이었다. 다시 학부모들이 뭉쳤고 어떤 건물이어야 하냐고 학부모들은 교장에게 물었다. 

“골조를 세우면 30억, 조립식 건물 10억이라고 했어요. 아이들에게 하나님이 주신 건물이라고 가르쳐야 하는데, 조립식보다는 화려하지 않아도 튼튼하게 잘 짓고 싶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어차피 10억이나 30억이나 우리 수준을 넘는 돈인데, 하나님만 믿고 추진한 거죠.”

누가 들으면 도시락을 싸들고 말릴 일이다. 돈을 버는 회사도 아니고 돈을 써야 하는 학교를 세우는 일이다. 2억2천8백만원 계약금도 없었다. 초기에는 건축사기를 당하기도 했다. 검찰에서 수차례 조사를 받았고, 하도급 근로자들이 업체에서 임금을 못 받아 6개월이나 교장실을 점거하기도 했다. 

“다 하나님 계획이었던 것 같습니다. 왜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하나님께 원망도 했고, 조사를 앞두고 사흘 전부터 밥도 못 먹었어요. 이제는 눈 하나 깜짝 안할 정도로 담대해졌습니다. 학교를 하면 더한 일도 있습니다. 이런 경험은 지금 다른 학교를 돕는데 쓰고 있습니다.”

사실 정기원 교장은 그때까지 떠나온 전임 학교와 사람들에 대한 서운함이 남아 있었다고 했다. 어느 날 기도하는 중에 예수님께서 남을 용서하지 않으면 내 죄도 용서하지 않는다고 하신 주기도문이 생각났다. 두려웠다. 일단 스스로 용서를 선포했다. 그때부터 막혀있는 문제들이 해결되는 것을 그는 느꼈다. 

가장 큰 골칫거리는 3월 4일 입학식 날짜를 잡았는데 준공 허가가 나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입학식 2시간 전에 허가가 떨어졌다. 개교는 했지만 학교 운영금이 없어 교사 월급을 제대로 주지 못할 때도 있었다. 도망가고 싶기도 했다.

하나님은 늘 돕는 손길을 준비해주셨다. 대안학교를 준비하며 교류했던 일본의 공립학교 선생님들이 갑자기 연락해 1억원을 빌려준다고 제안한 것이다. 교사 3명이 퇴직금을 모은 귀한 돈이었다. 지금까지 절반을 갚았고 올해 안에 다 갚을 수 있다고 정기원 교장은 흐뭇해했다. 

▲ 밀알두레학교 정기원 교장과 교사들은 세상에 심길 한알의 밀알들을 가르치고 있다.

“교사가 행복해야 학교가 행복합니다”
밀알두레학교는 ‘하나님의 말씀과 기도로 다음세대를 양육하는 것’이 교육의 최대 목표이다. 예수님이 한알의 밀알로 오신 것처럼 학생들을 이 세상을 위한 밀알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교사와 학생들은 모두 자신을 한알의 밀알로 생각하고, 실제 학교에서 이름 뒤에 ‘밀알’이라는 호칭을 붙이기도 한다. 
정기원 교장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학교 운영원칙 한가지가 흥미롭다. 

“선생님이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 

대안학교 교사는 보람도 크지만 부족한 여건 때문에 격무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는 재작년부터 매해 3천만원 예산을 만들어 강사까지 포함해 교직원 62명 전원이 일년동안 각자 50만원을 가족과 쓸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다. 가족의 뒷받침 때문에 우리 교육도 가능하다는 자부심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작년부터는 5시가 되면 퇴근하도록 적극 장려하고 있다. 

“학교를 사랑하는 교사가 퇴근이 늦다는 생각을 바꿨습니다. 늦게 퇴근하면 교사 가정이 힘들어지고 교육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가정이 행복해야 다음날 행복한 마음으로 남의 아이도 사랑할 수 있거든요.”

현재 밀알두레학교는 325명이 재학 중이다. 사교육은 절대 불가이다. 다행히 놀면서 공부했던 학생들이 가고 싶은 대학에 진학해 공부하고 있다. 학부모들의 신뢰도 그만큼 쌓여가고 있다. 

▲ 밀알두레학교는 성경적 가치관에 따른 대안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사교육을 배제하고 학생들이 즐기면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진=밀알두레학교

신장이식 거부, “하나님이 살려주심”
정기원 교장에게는 또 하나의 직함이 있다. 성경적 가치관에 따른 교육을 비전으로 삼고 있는 전국 대안학교 협의체 ‘한국기독교대안학교연맹’의 이사장이다. 올해 9월 정기국회에서 오랫동안 공들였던 대안학교 법제화 법안이 상정될 수 있도록 이곳저곳을 뛰어다니고 있다. 

그러나 엄밀하게 정기원 교장은 절대 무리해서는 안 되는 건강을 가지고 있다. 신장이 좋지 않아 일주일에 세 차례나 4시간씩 투석을 해야 하는 환자이다. 

2011년 누님으로부터 신장이식을 받기 위해 날짜까지 잡았지만 수술 직전 결정을 돌이켰다. 다들 제 정신이 아니라고 했다. 

“이식 적합도가 99%라고 했습니다. 집도의는 일주일 전 입학한 학생의 아버지였습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생각하며 병원에서 기도하는 데 문득 아이들이 생각났습니다.”

혹시 사춘기 비판의식 있는 아이들이 하나님이 고쳐주시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 그에게는 그것이 이유가 됐다. 치료하시는 하나님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겠다는 것. 의사는 하나님이 다 고쳐도 신장은 안 된다고 설득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아내도 결단에 기꺼이 동의해 이식수술비 1,100만원은 교회 헌금과 선교사 후원금으로 하나님께 드렸다. 기자 역시 다른 의견을 말하고 싶었지만 말할 수 없었다. 그것이 정기원 교장의 믿음이었기 때문이다. 

2011년 첫 투석을 받은 후 지금까지 쇠골뼈 근처 혈관으로만 투석을 받고 있다. 병원에서는 일 년도 못쓴다고 했는데 8년이 다 되어간다. 삶 자체에서 작은 기적들이 일어나고 있다. 투석관이 막힐 때 기도하면 뚫린다. 이제는 간호사들이 빨리 가서 기도하라고도 한다. 

세상의 눈으로는 도저히 못 말리는 사람이 정기원 교장이다. 그의 밀알두레학교 임기는 이제 1년 6개월 남았다. 이제 54세, 더 일해야 한다고 했더니 약속이라고 했다. 

“학교를 시작하면서 10년 이상 근무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독재할 수 있거든요. 교장직을 마치면 대안학교 교사를 길러내고 싶고, 제2의 밀알두레학교를 설립하고도 싶습니다. 하나님이 길을 열어주실 것을 기도하고 또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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