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국내 첫 ‘중장년 쉼터’ 만든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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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국내 첫 ‘중장년 쉼터’ 만든 이유는?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9.08.05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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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교회 저런 목회 ③ 대조동루터교회
▲ 대조동루터교회는 지난 8년간 이어온 중장년쉼터를 이제는 은평구청 등 관공서와 함께하며, 지난달 30일 공식 개소식을 가졌다.

최태성 목사, 8년 전부터 지역사회 중장년 돌봄
지역사회 섬김 사역으로 교인과 재정 두배 성장

지하철 6호선 역촌역에서 내려 10여분 정도 걸어 도착한 대조동루터교회(담임:최태성 목사)에는 중장년 쉼터가 있었다. 그것도 50~60대 중장년 남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쉼터다. 지난달 30일 찾아간 교회는 한껏 들떠 있었다. 이날은 ‘대조동 중장년 쉼터’ 개소식과 현판식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행사는 대조동루터교회가 8년 동안 펼쳐온 중장년 쉼터사역을 대조동주민센터와 은평구청이 함께 확장해가겠다는 자리였다. 앞서 대조동루터교회와 주민센터,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중장년쉼터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도 맺었다. 뜻을 모아 사회적 고립가구를 위한 안전망 확충에 더 힘쓰겠다는 선언이었다. 개소식은 그야말로 마을축제로 진행됐다.

대조동루터교회가 중장년 쉼터 사역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독교한국루터회 총회본부에서 사역하던 최태성 목사는 2011년 이곳 교회에 부임하며 교회 문턱을 낮추는 일부터 시작했다. 우선 교회 공간을 개방했다. 중장년층이 찾아오며 자연스럽게 쉼터로 면모를 갖췄다. 최태성 목사의 설명을 더 구체적으로 듣다 보면 왜 대조동에 중장년 쉼터가 필요했는지 더욱 이해가 된다. 

“대조동의 많은 50~60대 남성들이 고시원이나 지하실 단칸방에 삽니다. 명문대 법대를 나오고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명예퇴직 했지만, 두 번의 사업실패를 한 후 가족과 단절돼 사는 분도 만났습니다. 이런 분들이 실패자라는 시선 때문에 세상으로 나오지 못합니다. 이 분들이 언제든 쉴 수 있는 공간을 우리 교회가 조금 내어준 것입니다.” 

우리나라 고독사 인구의 84%가 남성이고 그 중 중장년층(45~64세) 비율은 62%에 달한다. 실제 대조동은 은평구 관내 18개 동 중 1인 가구 비율이 44.7%로 가장 높다. 그것도 50세 이상 중장년 및 노인비율이 39.6%에 달할 정도로 높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보통 지역사회에서 노인들은 복지관 등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많지만 중장년 남성들을 위한 시스템은 거의 전무하다시피하다.

대조동루터교회는 이런 중장년들과 함께해 오고 있다. 교회 입구에 들어서면 의자와 탁자가 놓여있고, 그 위에는 바둑판과 장기판이 마련돼 있다. 그 옆에는 커피자판기가 설치되어 있고 게시판에는 구인 구직 정보와 교육안내 등 정보를 볼 수 있다. 거창할 것도 없는 그야말로 쉼터다. 

▲ 교회 입구에는 누구나 찾아와 기도하고 명상할 수 있도록 단아하고 경건한 기도실을 만들어져 있다.

경건하고 단아한 분위기의 작은 기도실이 특별히 눈길을 끈다. 최태성 목사는 새벽예배를 마치면 5시 30분 기도실 문부터 열어둔다. 언젠가부터 교회는 늘 잠겨있는 공간이 되었지만 최 목사는 교회만큼은 주민들에게 늘 열려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300원 하는 자판기 커피 한잔조차 마시기 어려운 분들이 있습니다. 우리 쉼터에는 절대 여유 있는 분들이 오시지 않아요. 홀몸 어르신, 폐휴지를 줍는 분들, 노숙자 분들이 오갑니다. 매달 25만원 커피 값이면 됩니다. 교회는 누구든 눈치 보지 않고 찾아올 수 있어야죠.”

최태성 목사는 그간 지역사회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으로 활동했고, 자살예방 지킴이 교육도 받았다. 대조동 이웃드리미(살피미)로도 위촉돼 활동해왔다. 2016년 7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사랑의 오케스트라’ 프로그램에 10여명 중장년들이 참여하고 있다. 

▲ 최태성 목사(왼쪽 세번째)를 비롯해 김미경 은평구청장(왼쪽 네번째), 강병원 국회의원(맨 오른쪽) 등 지역사회 인사들이 현판식을 함께하며 1인가구를 돌봄을 위해 협력할 것을 다짐했다.

이제 쉼터는 주민센터와 구청 등과 함께 중장년들을 섬길 기회가 더 확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당장 중장년 나들이와 매월 영화상연, 점심식사 제공, 김치 함께 담그기 등을 예정하고 있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공공기관으로만 못하는 일을 교회와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하다. 대조동 50~60대 중장년들이 따뜻한 나눔의 공간에서 위로와 격려를 받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강병원 국회의원은 “공간을 내어주고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대조동루터교회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서로 친구가 되고 의지할 수 있는 쉼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마지막으로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다. 중앙루터교회가 쉼터 사역을 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부흥했다는 것이다. 최 목사가 부임했을 당시 첫 예배 출석인원이 53명이었지만 지난해 평균 102명이 출석했다. 예산도 두 배가 늘었다. 작은 교회가 성장하기 어렵다는 요즘, 대조동루터교회는 교회 본연의 사명과 부흥 성장의 길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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