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는 커피에나 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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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는 커피에나 쓰라
  • 김학중 목사
  • 승인 2019.07.1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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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중 목사/꿈의교회

교회를 세우고 얼마 안 되었을 때, 꼭 모시고 싶었던 분이 있었다. 이분은 이 당시 엄청난 명성을 가진 ‘부흥사’였다. 교회 성장이 절박했던 필자는 삼고초려해서 이분을 모시고 며칠 간 부흥회를 열었다. 집회가 이어질수록, 필자는 ‘정말 잘 모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회 기간 동안 감동을 받은 사람들이 교회에 등록해서, 교회의 새로운 동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젠가, 한 언론의 기사를 보다가 우연히 그분의 이름을 보았다. 하지만 반가운 마음으로 볼 수 없었다. 이 기사에 의하면, 선을 넘어선 정치적 행보로 교회 내부에서 비난을 받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필자가 주목한 것은 맨 마지막이었다. 마지막에 나온 인터뷰에서, 자신은 ‘주의 종’이기 때문에 세상의 기준으로 판단을 받을 수 없으며, 오히려 ‘주의 종’에게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불신앙의 문제를 갖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었다.

필자는 이 기사에, 말할 수 없는 씁쓸함을 느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해서 사역하셨던 분이다. 그런데 왜, 박수가 아닌 비난을 받고 있을까?

20~30년 전만 해도 목회자는 ‘주의 종’으로서, 권위를 인정받았다. 목회자가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하고 무엇을 명령하든지, ‘다 뜻이 있겠지’라고 이해하고 따르는 것이 교인들의 미덕이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을 리더십의 손상으로 생각했고, 오히려 더 잘못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것이 진정한 리더십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소위 ‘풀뿌리 계층’들은 상하관계를 넘어선 평등의식을 깨닫기 시작한다. 1990년대 소위 개성이 강조되고 문화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면서, 우리 사회는 개인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이제 그 영향을 받은 세대가 우리 사회의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그 결과 지도자를 바라보는 시선도 많이 달라졌다. 물론 여전히 많은 일이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것도 명령이 아닌 합리적인 설득으로 진행해야 되는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잘못한 것은 솔직하게 인정할 수 있는 지도자를 원하기 시작했다.

그런 점에서 마지막에 나온 그분의 반박은 어땠는가? 그분의 시계는 여전히 30년 전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세대가 바뀌었고, 의식이 바뀌었고, 정신이 바뀌었다. 당연히 교인들의 의식도 자연스럽게 달라졌다. 그런데 그 교인들과 세상을 대해야 하는 그분은 옛날에 머무르며 ‘나 때는 말이야’ 훈계하고 있는 것이다. 차라리 ‘나는 하나님 앞에 떳떳하다’고 말하든지, ‘어쨌든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다’고 말했다면, 교인들의 마음이 더 열리지 않았을까?

전 세계의 미래학자들이 이제는 ‘4차 산업혁명’, 즉 인공지능이 산업의 중심이 되는 시대를 준비해야 된다고 말한다. 2016년에 있었던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대결’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인공지능의 시대를 준비해야 된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인문학은 인문학대로, 자연과학은 자연과학대로, 우리 사회는 이미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길에 들어섰다.

그런데 정작 우리 한국교회는 어느 시대에 있는가? 부흥하던 ‘2차 산업혁명’ 시기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가? ‘나 때는 말이야’ 외치며, 왕년의 부흥담만 추억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지난 2000년 미국 버클리 대학교의 연구팀은 지난 30만년동안 만든 정보량이 이제 2~3년 안에 쏟아진다고 발표했다. 지금은 그 속도가 더할 것이다. 이제 30~40년 전은 수백 년 전과 다를 바 없는 옛날이 되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루하루 맨땅에서 시작한다. 이제 과거의 좋았던 경험을 버리자. ‘나때(라떼)’는 커피에나 쓰면 된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새 시대의 비전을 선포할 교회를 찾고 있다. 새롭게 고민하고 비전을 전하는 한국교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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