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교회는 선교 못한다고요? ‘예수님’만 있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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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교회는 선교 못한다고요? ‘예수님’만 있으면 됩니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9.06.04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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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선교는 큰 교회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작은 교회가 할 수 있는 선교는 주변 이웃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선한 영향력을 발하는 것, 그 정도만 해도 최선이라 여겼다. 그랬던 기자의 좁은 생각은 한 번의 단기선교로 뒤집어졌다.

1억 인구와 7천여 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 인구의 80% 이상이 자신의 종교를 가톨릭이라 답하고 어렵지 않게 십자가 첨탑을 발견할 수 있지만 문란함과 부패로 신음하는 아이러니한 나라. 수백 년간의 식민지배 상처를 안고 있는 이곳은 무엇보다 복음이 절실하게 필요한 곳이다.

천안에 자리하고 있는 빛된교회(담임:이장원 목사)는 필리핀에 꾸준히 복음의 씨앗을 뿌려왔다. 2016년부터 지금까지 필리핀 현지에 세운 교회만 해도 벌써 여덟 곳이다. 이들은 성도수가 수천 명을 넘어서는 대형교회도, 화려한 예배당을 가진 부자교회도 아니다. 빛된교회는 충성된 일꾼 100여 명의 성도로 기적 같은 일을 이뤄왔다. 담임 이장원 목사는 “돈이 많고 적고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의 마음 안에 예수 그리스도가 있으면 할 수 있고 없으면 못 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빛된교회는 지난달 20일부터 25일까지 6명의 성도, 그리고 필리핀 복음화 비전을 품은 목회자들과 함께 선교의 열매를 확인하고 돌아왔다. 메마른 땅에 꽃이 피어나고 사막에 강이 흐르는 은혜의 현장을 이들과 동행하며 직접 눈에 담았다.

▲ 빛된교회는 지난달 20~25일 빛된교회에서 건축한 필리핀 현지 교회를 방문해 헌당예배를 드리고 돌아왔다. 필리핀 단기선교팀이 이번에 헌당예배를 드린 모니까요빛된교회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아이따족에게 희망을

지난달 20일 밤 비행기로 새벽하늘을 가로질러 필리핀 클락 공항에 내리자 열대 국가에 도착했음이 피부로 느껴졌다. 습기에 허덕이는 사이 신종균 선교사가 일행을 반갑게 맞았다. 숙소로 이동하며 필리핀 선교 상황과 신 선교사의 사역 이야기들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부산에서 33년간 목회를 하다 적지 않은 나이에 낯선 타국에 뿌리를 내린 신종균 선교사는 현지인 교회 개척에 온 힘을 쏟고 있다. 그가 필리핀에서 15년 동안 세운 교회만도 벌써 35곳에 이른다. 선교사 한 사람이 해냈다고는 믿기 힘든 수치다. 그 중 8개 교회가 빛된교회의 후원으로 예배당이 세워졌다. 신 선교사는 빛된교회와의 동역은 하나님의 인도하심 없이는 불가능했다고 고백했다. 

숙소에서 짧은 잠을 청하고 21일 아침부터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됐다.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비포장도로를 한참 달리자 첫 번째 방문지 모니까요빛된교회가 모습을 드러냈다. 산 속에 둘러싸인 동화 같은 마을 모니까요는 필리핀 원주민 아이따족의 보금자리다.

아름다운 풍광의 이면에는 서글픈 사연이 있다. 원래 아이따족은 필리핀 땅의 주인이었지만 말레이족과 스페인 사람들의 침략으로 산 속으로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 약 2만 2천 명의 아이따족은 지금도 대부분 산지 곳곳에 흩어져 원시적인 수준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생김새도 우리에게 익숙한 동남아 사람보다는 짙은 피부, 곱슬머리를 가진 아프리카계열에 가깝다. 때문에 필리핀 사회 안에서도 차별이 적지 않다고 했다.

아픈 역사를 전해 듣고 안쓰러운 마음을 간직한 채 차에서 내렸다. 하지만 색안경은 금세 벗겨졌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미소와 일행을 환영하는 주민들의 밝은 미소에 마음 속 부담은 사그라들었다. 한국인의 눈엔 열악한 환경에 사는 불쌍한 사람들일지 모르지만 이들이 하나님께 드리는 찬양은 그 어느 한국교회 못지않게 뜨거웠다.

특히 이날은 빛된교회의 후원으로 지난 4월 23일 새 예배당이 완공돼 헌당예배를 드리는 날이었다. 이들이 전심으로 하나님을 예배하며 기뻐하는 모습은 후원자인 빛된교회 성도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이고 보답이었다.

▲ 아이따족 주민들에게 빵과 신발 등 구제물품을 나눠주고 있는 선교팀.

필리핀에 세워지는 다음세대

다음 방문지 밤반빛된교회 역시 아이따족을 위해 세워진 교회였다. 처음보단 비교적 완만한 경사를 지나 교회 근처에 이르자 ‘BAMBAN BITDOIN CHURCH’라는 선명한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빛된’을 영어 철자로 적은 ‘BITDOIN’은 이곳에서 ‘빗두인’이라고 읽힌다. 교회 밖을 서성이는 아이 한 명에게 교회 이름이 무슨 뜻인지 아느냐고 묻자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배당 안으로 들어서자 수십 명의 아이들이 우르르 달려오며 일행을 반겼다. 2017년에 세워진 이곳은 예배당인 동시에 마을 아이들 50여 명이 꿈을 키워가는 학교다. 교회 출석 성도 90명 중 절반이 넘는 수가 아이들로 채워진다. 교회학교가 사라져가는 한국과는 달리 필리핀 교회는 미래의 희망들로 넘쳐났다.

밤반빛된교회를 담임하는 마누엘 만존 목사는 “아이들인 부족의 미래이자 나라의 미래다. 이 교회에서 아이들을 말씀으로 양육해 하나님을 경외하는 지도자들이 필리핀에 세워지길 소망한다”며 “이곳 아이따족 아이들을 모두 책임질 수 있는 학교를 세우는 것이 꿈”이라고 전했다.

까부야오빛된교회(Light Life Baptist Church) 역시 다음세대를 세워가는 교회였다. 특히 말씀으로 무장된 청년들의 헌신이 돋보였다. 청년들은 기타와 건반을 들고 찬양팀으로, 때로는 아이들의 교사이자 멘토로 섬기며 어른 성도와 아이들을 잇는 교회의 중추 역할을 감당하고 있었다.

까부야오에서 사역하는 딕손 발라나 목사와 앙할리따 발라나 사모에게 궂은일을 도맡아하는 청년들은 든든한 지원군이다. 딕손 발라나 목사는 “하나님의 은혜와 빛된교회의 도움, 청년들의 헌신과 모든 성도들의 수고로 이 교회가 세워졌다. 앞으로 교회에서 성경학교를 열고 꾸준히 말씀으로 다음세대를 세워가길 소망한다”는 비전을 밝혔다.

▲ 필리핀 신종균 선교사(왼쪽), 카파스빛된교회 다닐루 우갈리 목사(오른쪽)와 함께한 빛된교회 이장원 목사(가운데)

“선교는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렇듯 빛된교회가 뿌린 씨앗은 필리핀에서 놀라운 열매를 맺고 있었다. 2016년 11월 세워진 까뷔떼빛된교회는 예배당 건축 이후 날로 부흥해 성도수가 150명까지 늘었다. 이젠 새 예배당조차 늘어난 성도들을 수용할 수 없어 2층에 차근차근 벽돌을 쌓고 있을 정도다. 2017년 6월 헌당된 안티폴로빛된교회 역시 성장을 거듭하며 지역사회를 책임지는 교회로 자리잡아가고 있었다.

빛된교회는 예배당을 건축하라고 재정만 후원하는 것에서 관심을 끊지 않는다. 예배당은 필리핀 복음화를 위한 기초일 뿐 그곳에서 이뤄지는 전도와 사역이 선교의 핵심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이장원 목사와 빛된교회 성도들은 약 6개월 주기로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후원한 교회를 찾아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이 목사는 “필리핀에 방문할 때마다 그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머물러 있는 교회는 없었다. 더 발전하고 부흥되고 은혜와 열정이 넘쳐나는 모습을 보는 것이 필리핀 선교의 가장 큰 보람이고 기쁨”이라고 말했다.

빛된교회는 8개 교회에서 만족할 생각이 없다. 힘이 닿는 대로 필리핀에 교회를 더 세워가겠다는 열정으로 가득하다. 결코 크다고 할 수 없는 규모에 넉넉지 않은 재정의 빛된교회가 이렇게 선교할 수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일정의 막바지 방문했던 카파스빛된교회에서 그 이유를 엿볼 수 있었다.

카파스빛된교회는 빛된교회 청년 8명이 약 2천만 원에 달하는 건축비를 모아 헌당한 교회다. 주머니 사정이 여유롭지 않을 사회초년생 청년들이 수천만 원의 재정을 선뜻 선교에 내놓은 것이다. 놀라운 마음에 어떻게 재정을 마련할 수 있었는지 묻자 이장원 목사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돈은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마음 안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살아 계시다면 돈이 많고 적음은 장애물이 될 수 없습니다. 전도와 선교는 주님의 명령이기에 멈출 수 없습니다. 기회와 시간만 주어진다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교회를 세워나가고 복음의 씨앗을 뿌릴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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