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과 영성으로 무장한 신학교육…한국교회 살릴 마중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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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과 영성으로 무장한 신학교육…한국교회 살릴 마중물”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9.05.2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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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위기 속 지식 자랑하는 학문 아닌, 실천하는 믿음 보여야
교수진 등 참지도자들의 회개 필요…한국교회도 수수방관 말아야

오늘날 한국교회의 위기를 두고 거론되는 여러 요인 중 하나는 ‘목회자’의 자질 문제다. 그들의 걷잡을 수 없는 영적·도덕적 타락은 우리 사회에서 기독교를 지탄받게 하는 지름길이다. 따라서 오직 성경에 답이 있음을 깨닫고 주님 앞에 무릎 꿇는 예비 주의 종을 길러내는 신학대학교들의 역할은 너무도 중요하다. 신학교가 올바르게 바뀌어야 목회자가 바로 서고 궁극적으로 침체된 교회가 회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개혁주의생명신학회와 한국개혁신학회가 주최한 ‘공동학술대회’ 제1세션에서도 바로 이 같은 사실이 강조됐다. 특히 이날 학술대회에선 ‘신학은 학문이 아닌 생명을 살리는 복음’이란 개혁주의생명신학의 노선을 따라야할 국내 신학교들의 개혁방안이 논의됐다. 여기에는 △말씀과 영성으로 무장한 목회자 배출 △기관·교수진 등 교육주체의 변화 △한국교회와의 연합 등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인 방안들이 제시돼 눈길을 끌었다.

유충국 박사 오직 ‘성경’을 따라 영성으로 무장하라

“신학교의 교육과정이 학문(學文) 위주로 편성되다 보니, 신학생들의 삶과 영성은 소홀히 여기는 불균형이 발생했다. 그러나 신학교육은 ‘성경’을 올바르게 보고 해석하는데 중점을 둬서 학자가 아닌 좋은 목회자를 양성하는데 힘써야 한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장 유충국 박사는 이론에 머물고 지식을 자랑하는 기존의 신학교육에서 벗어나 행함이 있는 믿음을 가진 목회자로 거듭날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신학교의 커리큘럼은 ‘학문’과 ‘영성’ 그리고 ‘현장’을 모두 담아내야 한다면서 그 예로 개혁주의생명신학을 기치로 내건 백석대 신대원이 매년 입학 전 모든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개최하는 2주 간 영성수련회를 소개했다. 유 박사는 “영성수련회서 진행되는 새벽·저녁 집회를 비롯해 성경일독과 하루 3시간씩의 기도훈련 등을 통해 목회 준비생들이 가장 먼저 탄탄한 영성을 갖추도록 한다. 본격적으로 신학을 공부하기에 앞서 기본을 다지는 셈”이라고 했다.

아울러 백석대 신대원은 성경과의 연결고리를 강화하고자 조직신학·역사신학·실천신학 등의 과목명 앞에 ‘성경’을 붙여 사용하고 있다. 또 1~2학기 때는 동기들과 사역의 비전을 나눌 수 있는 ‘소그룹 모임’을, 3~4학기 때는 각 교회 및 사회단체와 연계한 인턴십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5~6학기 차 학생들은 담당목사가 배정돼 결혼·장례 등의 집례를 직접 배우고 예배인도·심방 등 목회 실습도 나간다.

유 박사는 “일련의 커리큘럼들의 핵심은 학문과 영성, 현장성을 동시에 적용한 것”이라고 재차 언급하면서 “신학생들이 성경을 바르게 이해하고 전달해야 함은 물론이고, 스스로가 치열한 영적 전투의 최전선에 있음을 기억하되 두려움 없이 복음 전하는 일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전도와 양육에 대한 실제적인 교육이 수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훌륭한 목회자를 양성해 한국교회를 살리는 데는 개혁주의생명신학 이외에 방도가 없다”고 전했다.

한상화 박사 개혁의 시작은 교육주체의 각성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한상화 박사는 진정한 신학교육의 개혁은 교육주체들의 각성과 회개에서 시작된다며 신학교뿐만 아니라 종합대학 내 기독교학부 등 국내 신학 관련 교육기관들이 각자의 설립 취지와 정체성을 되찾아야 한다고 했다. 한 박사는 “그간 개혁과제에 대한 수많은 연구들이 있었지만 교육기관들이 타성에 젖어 안주하기 급급했다”며 “서로 견제하고 헐뜯고 권력과 명예에 사로잡혀 금권주의로 흐르진 않았는지 돌아볼 때”라고 지적했다.

한 박사는 무엇보다 제자들에게 전인격적으로 모범이 되지 못한 지도자들, 즉 신학교 교수진들에게 큰 잘못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23년간 신학교육계에 몸담으며 느낀 바, 소위 ‘개독교’를 만들고 한국교계의 품격을 저해한 근원은 경건의 본을 보이지 못한 신학교수들의 영성교육 실패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신학과 경건, 다시 말해 학문과 영성 어느 한 쪽에만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는 게 오늘날 참지도자에게 요구되는 과제”라고 부연했다.

그렇다면 작금의 신학교육은 과연 어떤 지도자상을 추구해야 할까. 이 물음에 한 박사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자신의 것을 내려놓는 종”이라고 단언하며 레바논에 위치한 아랍침례신학교(Arab Baptist Theological Seminary·ABTS)의 사례를 들었다. ABTS 교수진은 자신들의 비전과 학교가 추구하는 가치들을 명문화하고 이를 이루기 위한 다양한 실천단계들을 손수 고안해냈다. 이 과정에서 동문과 재학생들, 지역 목회자들의 피드백도 수렴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그렇게 2008년 한해를 오롯이 ‘자체 훈련의 시간’으로 보낸 ABTS 교수진은 전문가들로부터 강의도 듣고 커리큘럼 개혁을 위한 워크숍을 갖는 등 각고의 노력을 들였다. 한 박사는 “ABTS 교수진들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되 우리 상황에 맞게 반영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해볼만 하다”며 “부패한 목사들을 손가락질하기 이전에 신학교육자들이 먼저 책임을 통감하고 교수법부터 행정운영 방식까지 전반적인 혁신을 꾀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오현철 박사 신학교의 ‘한계’ 인정하고 교회가 짐 분담해야

한편 제1세션에서 마지막 발제를 맡은 성결대학교 오현철 박사는 신학교 자체의 내부쇄신은 당연하고 반드시 한국교회의 협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먼저 신학교에 대한 제안으로 신학의 실천성 강화를 꼽은 그는 “실천신학 교과목 수를 늘리는 게 아니라 신학과 실제 목회의 접촉점을 확대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가령 본인이 작성한 설교문을 섬기는 교회에서 수행해보고 이를 영상으로 녹화해 제출토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박사는 개인과 목회를 통합한 전인적 관리가 요구된다고도 했다. 목회 소명이나 은사, 성격, 재정, 성(性) 등의 이슈들에 대해 신학생 개개인의 이해수준과 상태를 진단하고 교육을 통해 성장 또는 치유해줘야 한다는 것. 그는 “성격 검증이나 달란트 체크 등은 전문기관을 통해 실시하는 것이 좋다”며 “이때 나온 결과는 당사자가 졸업 후에도 언제든지 열람하고 지속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놔야 한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소그룹 멘토링 및 신학대학 간 연합영성훈련을 통한 공동체성 함양도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그는 “학습은 관찰과 모방을 통해 일어나기 때문에 바람직한 ‘모델’을 정립하는 것은 중요하다. 소그룹 공동체는 물론 몇몇 대학들이 연대한 수련회나 사회봉사 프로그램 등 교수와 학생 사이 혹은 또래들 간 인격적·정서적·지적·영적 교류가 일어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오 박사는 교회를 향해서도 당부를 잊지 않았다. 그는 “신학교와 더불어 한국교회는 우리나라에서 기독교를 쇠퇴하게 만든 ‘공범’이다. 신학교와 교회에서 가르치는 신앙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짚었다. 이에 신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해 학업에만 전념하도록 배려해주거나, 신학생들을 그저 아르바이트 혹은 담임목회자를 보조하는 위치로 바라보는 현실 속에서 보다 알찬 목회경험을 쌓도록 교회가 협조해줘야 한다고 했다.

반면 카페·도서관 등 지역사회에서 선교의 소명을 다하는 교회들에게 신학교가 인적자원을 공급하는 것 역시 신학교와 교회가 상생할 수 있는 길 중 하나다. 오 박사는 “교회는 괜찮은 사역자가 없다고, 학생들은 마땅한 교회가 없다고 아우성인 상황에서 교회와 신학교가 손을 맞잡는다면 갈등의 상당부분이 해소될 것”이라며 “신학교육이 전부가 될 수 없다는 한계를 인정하고 교회가 짐을 나눠 질 때 부흥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낙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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