섞여야 건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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섞여야 건강하다
  • 김학중 목사
  • 승인 2019.05.08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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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중 목사/꿈의교회

현지시간으로 5월 3일 밤 9시 40분경, 미국 플로리다의 해군 항공기지에서 한 여객기가 착륙을 시도하다가 활주로를 넘어서 근처 강에 빠져들었다. 사고 당시 천둥, 번개가 치고 있었고, 착륙 시 기체가 심하게 요동치면서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말 다행스럽게도 승객과 승무원 143명이 모두 구조되었다. 심지어 중상자조차 없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강의 얕은 부분에 빠졌고, 또 승객과 승무원들이 매뉴얼대로 대처했기 때문에, 조금은 더 안전할 수 있었다.

그런데 과연 그뿐일까?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던 한 가지가 또 있다. 이 비행기는 미국 해군기지에서 일하는 군인과 민간인을 위해, 미 국방부에서 제공한 단독 비행기이다. 그런데 그곳에 타고 있던 어떤 장교가 ‘내가 누군데 감히 저 보통 사람들과 섞여서 행동하게 하냐?’고 주장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촌각을 다투어야 할 상황에서, 매우 곤란한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다.

우스운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5년 전 4월 16일 ‘우리가 어떻게 승객들과 동급인가?’ 생각하며 먼저 도망친 선장과 선원들의 이기적인 ‘끼리끼리 문화’에 모두가 분노했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분노를 넘어 자성을 했는가? 아니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명목으로, 더 ‘끼리끼리’에 집착하게 되었다.

소위 ‘수준 떨어진다’는 이유로, 일반 아파트 주민들이 임대아파트 사람들을 상종하지 않는다. 같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고가분양’파와 ‘저가분양’파가 갈라졌다. 이러한 분위기는 심지어 어린 아이들에게 전염되었다. 소위 ‘맹모삼천지교’를 이유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수준 낮은 것들하고 놀지 말라’고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학교에 가면 아이들이 벌써부터 ‘진품’이니 ‘짝퉁’이니 구분하고, ‘진품’은 진품끼리 ‘짝퉁’은 짝퉁끼리 ‘끼리끼리’ 모여서 놀고 있다. 그뿐인가? 정치를 보라. 우익은 우익대로 좌익은 좌익대로 모이면서, 서로 대화조차 하지 않는다.

물론 그렇게 ‘끼리끼리’ 모여서 놀면서 건강할 수 있으면, 적극 권장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건강할까? 지난 몇 달 전부터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일부 연예인들을 보라. 자기들의 SNS 방에서 불법으로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들을 돌려보면서, 웃고 떠들었다. 법적으로도 말이 안 될 뿐만 아니라, 윤리적으로도 말이 안 되는 이런 일을 어떻게 서슴없이 했단 말인가? 이유는 하나이다. 대중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대접을 받다보니, 언젠가부터 자기들을 일반인과는 다른 특권층이자 초법적인 인물로 생각했던 것이다.

소위 ‘순수함을 지킨다’는 이유로 끼리끼리 뭉치면, 사회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건강하지 못하게 한다. 우리 사회나 개인이 건강하려면 오히려 ‘불순물’이 섞여야 한다. 오늘날 많은 분들이 살균 제품을 많이 찾는다. 그런데 옛날 흙바닥에서 맨바닥으로 뛰어놀던 우리들보다 많이 건강해졌을까? 아니다. 오히려 약해졌다. 뜻밖의 불순물을 이겨낼 힘이 없기 때문이다.

교회도, 우리 사회도 그렇다. 언젠가부터 교회 안에서도 ‘우리끼리’ 끼리끼리 문화가 만연하고 있음을 본다. 그러나 교회도 부자와 가난한 자, 동서남북의 다양한 출신, 다양한 전공과 기질과 재능의 사람들이 섞여야 건강하다. 서로의 약점을 채워줄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상황을 만나도 더 생존할 수 있는 확률이 커진다. 그래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나를 당부하셨다. “서로 사랑하라.” 오늘도 두 패로 갈라져서 전쟁 중인 교회의 이야기가 신문에 나왔다. 끼리끼리 문화가 교인들을 떠나게 하는데도, 그들은 계속 전쟁 중이다. 두 팔을 벌려서 함께 섞일 수는 없을까? 무엇을 하든 그들의 선택이겠지만, 결론은 하나다. 섞여야 건강하다. 생존을 원한다면, 사랑만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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