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통일을 꿈꾸며, “꽃피는 봄날, DMZ로 소풍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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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의 통일을 꿈꾸며, “꽃피는 봄날, DMZ로 소풍가자”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9.04.15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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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감리회 본부 ‘DMZ 평화순례’ 동행취재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미세먼지 없는 화창한 봄날, 거센 바람이 불어오는 강원도 철원 땅에도 따사로운 햇빛을 따라 서서히 봄의 기운이 찾아들고 있었다. 우리나라 최북단이자 민족사의 비극이 서려있는 비무장지대(DMZ)가 있는 이곳 철원에서 분단의 아픔을 노래하고,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바라는 평화순례의 발걸음이 시작됐다.

6.25전쟁의 참혹함이 느껴지는 철원읍 관저리에 있는 노동당사 앞에서 모인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전명구) 감독회장과 본부 직원들은 섹소포니스트 다니엘고의 ‘고향의 봄’을 들으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조용히 묵념에 임했다.

▲ 노동당사 앞에서 모인 감리회 감독회장과 본부 직원들은 섹소포니스트 다니엘고의 ‘고향의 봄’을 들으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조용히 묵념에 임했다.

지난 3일 감리회 전명구 감독회장을 비롯한 직원들은 사순절 기간, 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맞아 강원도 철원 DMZ 일대를 둘러보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를 심었다. 민족의 아픔인 DMZ 방문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 십자가의 고난을 묵상하고,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기도를 심어 진정한 부활의 아침을 준비하자는 것.

이날 감리회 본부 직원 일행은 오전 한탄강이 내려다보이는 고석정 유원지를 시작으로 노동당사에서부터 국경선 평화학교와 평화전망대, 철원제일교회에 이르는 순례의 여정을 내딛었다.

▲ 노동당사 앞에는 이러한 비극이 다시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며 민족의 화합과 통일을 염원하는 조형물과 시비가 세워져있었다.

‘평화의 바람’이 시작되는 곳

노동당사는 평양 노동당사 다음으로 큰 공산당 건물로 전쟁의 비극을 엿볼 수 있는 건물이다. 검게 그을려 뼈대만 남은 3층 건물 외벽에는 포탄과 총탄 자국이 아직까지 촘촘히 남아있었다. 1945년 해방직후 한반도가 소련과 미국에 의해 38선으로 나뉘었을 당시 철원은 북한에 속했다.

공산 치하(1945~1950) 당시 반공운동을 벌이던 많은 사람들이 잡혀와 무자비한 학살과 고문을 당한 곳으로 스산한 기운이 감도는 건물은 전쟁의 참혹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노동당사 앞에는 이러한 비극이 다시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며 민족의 화합과 통일을 염원하는 조형물과 시비가 세워져있었다.

안타까운 마음을 안고 다음으로 삼엄한 경비의 검문소를 지나 다음코스인 비무장지대(DMZ)에 위치한 평화문화광장에 도달했다. 평화문화광장은 철원의 DMZ 남쪽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안에 설립되어 남북한 평화통일의 확고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상징적 장소다. 향후 통일시대의 중심이 될 철원에 화해와 협력, 평화공존의 정신을 드러내기 위해 조성된 광장이다.

이곳에서 지난 2013년 3월 강원도청과 협력 하에 남북한 평화통일의 일꾼을 육성하는 국경선평화학교가 개교했다. 건물은 평화통일교육과 문화예술축제, 철원의 생태관을 함께 운영하고 있으며, 국경선 평화학교는 ‘평화활동가(Peace maker)’를 양성해 한반도 분단현실을 짚고 미래 통일을 준비하기 위한 일꾼을 세우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다.

감리교 본부 직원들은 이날 국경선평화학교를 설립한 정지석 목사의 평화통일 강의를 들으며, 평화통일 운동의 주역이 될 것을 다짐했다. “저는 평화통일을 준비하는 평화의 일꾼이 되고 싶었습니다. 이를 위해 기도를 하던 중에 성경 속 슬기로운 다섯 처녀와 같은 마음으로 통일을 준비하라는 하나님의 강력한 메시지를 듣고 평화학교를 열게 된 것입니다. 부디 민족분단의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통일운동에 한 마음으로 동참해 주십시오.”

그는 평화통일학교를 통해 ‘피스메이커’를 양성하는 훈련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총 3년의 과정으로 먼저는 믿는 사람들이 통일의 불씨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통일의 비전을 심어주고 있다. 국경선평화학교가 개교한 이래로 지난 7년간 2만 5천여 명이 이곳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 감리회 감독회장과 본부 직원들은 섹소포니스트 다니엘고의 ‘고향의 봄’을 들으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조용히 묵념에 임했다.

또한 정 목사는 4.27 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맞아 오는 4월 27일 열리는 ‘DMZ민(民)+평화 손잡기’ 행사에도 적극 참여해줄 것을 권유했다. 그는 “강화에서 고성에 이르는 민통선 500km를 손에 손을 잡고 평화의 만세운동을 일어날 것”이라며, “기독교인과 교회가 주체가 되어 4월 27일 강원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도록 적극적인 통일운동에 나서자”고 독려했다.

강의를 들은 후 평화학교 앞 문화광장에 모인 직원들은 손을 손에 잡고 함께 평화통일을 위한 통성기도를 시작했다. 북한과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는 이곳 철원에서 통일을 위한 간절한 기도를 심으며,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의 열매가 맺어지기를 소망했다.

통일은 전적인 ‘하나님의 선물’

다음으로 철원군 중부전선의 비무장지대와 북한 지역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평화전망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제2땅굴과 군 막사, 검문소를 재현한 전시물과 비무장지대 사진 등이 갖춰져 있었으며, 태봉국의 옛 성터와 철원 평야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설치돼 있었다.

▲ 철원군 중부전선의 비무장지대와 북한 지역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DMZ 철원평화전망대.

이날은 다행히 날이 미세먼지 없이 맑아 2층 전망대에 마련된 쌍안경을 통해 북한 땅을 선명하게 조망할 수 있었다. 황량한 벌판 위로 철새만이 삼엄한 경비를 뚫고 북녘과 남녘 하늘을 자유롭게 오가고 있었다. 이렇게 가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고갈 수 없는 금단의 땅을 바라보니, 민족 분단의 아픔과 비극이 무거운 현실로 다가오는 듯하다.

DMZ 평화순례의 여정을 마치고, 본부 일행은 일제강점기 고난의 역사와 6.25 남북 분단의 비극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철원제일교회(담임:이상욱 목사)로 향했다. 110여년 역사의 철원제일교회는 6.25 전쟁을 겪으며 폐허가 됐으며, 60여년 만에 교회 터 바로 옆에 새로운 예배당을 건축했다.

이곳에서 ‘평화의기도회’를 열고 메시지를 전한 전명구 감독회장은 “사순절 기간, 동족상잔의 비극이 있는 곳에서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길 기대한다. 통일은 우리나라의 민족적 과제이자 하나님이 주시는 선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십자가 끝에는 늘 부활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며, “하나님이 정한 때에, 마침에 하나님이 ‘내 손에서 통일을 이루실 것’이라는 믿음으로 부활의 아침, 하나님이 주실 선물을 기대하자”고 전했다.

전 감독회장은 끝으로 “그리스도인은 통일운동에서 늘 선두에 있어야 한다. 감리교회가 이 곳에 온 것은 통일의 앞잡이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리더십을 따라가자”고 당부했다.

사순절 기간, DMZ 평화의 순례는 그동안 통일에 무관심했던 감리회 직원들에게도 통일을 향한 새로운 기대와 꿈을 갖는 시간이 됐다. 이번 기도회에 참여한 행정기획실 소속 김슬기 직원(새샘교회)은 “황량한 북녘땅을 보며, 감리교회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먼저 행동하길 기도했다”며, “민족의 오랜 아픔을 끝내고 오늘 밟은 철원 땅에 진정한 부활과 통일의 아침이 오기를 기도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감리회 본부 직원들은 꽃피는 봄날, 부활의 아침을 맞아 DMZ땅에서 다시 한 번 손을 맞잡고 한반도 통일을 외칠 것을 기대하며, 이번 평화순례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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