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살고 싶어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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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살고 싶어 했을 것이다!
  • 노경실 작가
  • 승인 2019.04.02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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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실 작가의 영성 노트 “하나님, 오늘은 이겼습니다!”-78

고린도후서10:7>여러분은 겉모양만 봅니다. 누구든지 자기가 그리스도께 속한 사람이라고 확신한다면, 자기가 그리스도께 속한 사람인 것과 같이, 우리도 그리스도께 속한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스스로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새번역)

2주 전, 길튼교회의 임진혁 목사님의 설교 “영혼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를 듣고 나서 회개의 시간을 가졌었다. 설교를 통해서 영혼을 살리는 전도나 기도조차 내 마음대로, 내 뜻과 판단에 따라 한 것이 번쩍 생각났기 때문이다.

40대 초반의 편집자인 그는 1년 전, 경제적 문제로 어려움이 오자 한 달도 안 되어서 아예 하나님을 떠났다. 나의 간절한 조언과 기도도 무참하게 거절당했다. 나는 분노했다. 아무리 한 가정의 가장이지만 하나님을 원망하며, 하나님을 향해 내뱉는 독설에 나는 마음 속으로 관계를 끊었다. ‘네 앞에는 하나님 심판이 있다.’라며 정죄까지 했다. 그러나 겉으로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소식을 주고 받았다. 이렇게 지내다가 설교를 듣고 ‘그러니까 더 기도해야 함’을 깨닫고, 아예 작정기도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주였다. 서울의 한 대형교회에 출석하며 40대 초반 그룹의 셀리더를 맡고 있는 후배의 연락을 받았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셀의 한 형제가 자살을 했다. 사흘 전까지도 만났다. 나는 평생 흘릴 눈물을 다 쏟은 것 같다. 그런데 장례식이 모두 끝난 뒤, 충격적인 일이 밝혀졌다. 이 형제가 죽기 몇 시간 전에 셀 식구들 중 평소에 가까이 지낸 형제들에게 그동안 고마웠다. 잘 지내라는 문자를 보냈는데, 그것을 받은 사람들 중 단 한 명도 그 형제에게 전화를 하거나 답장을 안 한 사실이 드러났다. 더 무서운 것은 그들이 모두 장례식장에 와서 대성통곡을 하고 울면서도 그 이야기만 속 빼놓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후배의 목소리는 덜덜 떨렸다.

내가 물었다. ‘죽은 그 형제가 세상적으로 내세울 게 별로 없는 사람이었는가?’ 그렇다고 했다. 나는 생각했다. 만약 그 형제가 물질이나 학벌이나 부모배경이나 직업 등등 뭐 하나라도 번듯하면 그런 메시지를 보냈는데도 그가 숨질 때까지, 아니 죽었다는 연락이 갈 때까지 모두 답장이나 전화를 안했을까? 하지만 죽은 그 형제의 스마트폰에는 그 누구의 연락이 온 흔적이 없었다고 한다.

나는 후배와의 대화 중에 아이러니한 점을 알게 되었다. ‘우리 셀 식구들은 모두 하나가 되어 북한어린이돕기 선교, 해외선교, 그외 다른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이해가 안 돼요.’

하지만 정답(?)은 너무 뻔한 게 아닌가. ‘사역은 있지만 사랑이 없는 공동체’ ‘외모로 사람을 보고 겉으로는 형제자매이지만 실상은 전혀 관심없는!’ 그러나 그 청년은 너무나 살고 싶어서 내 손을 잡아달라고 소리친 것인데…

나는 이 두 형제(한 편집자와 목숨을 끊은 청년, 우연히도 두 사람 모두 마흔 초반의 남성이라니!)의 일 속에서 나의 마음과 기도 자리, 전도의 태도를 다시 점검하게 되었다. 

편집자의 경우는 우리가 너무도 흔하게 저지르는 오판과 실수이다. 당장 그 사람이 하나님 보시기에(실상은 내가 보기에) 악하다하여 전도와 기도의 시간을 멈춰버리는 것은 얼마나 큰 죄인가. 오히려 그를 향해 더 크게 복음을 외치고, 그를 위해 더 울부짖어야 하는데 말이다.

그리고 자살한 청년의 예는 우리들의 깊숙이 숨겨진 위선과 치졸하기 짝이 없는 우월감, 그리고 사역조차 포장지가 되어버리고 있는 교회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나님은 정말 지겹지 않으실까?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날마다 햇살을 주시고, 잠을 잘 수 있게 해주신다. 새벽기도 한 나한테만 비쳐주시는 태양이 아니다. 부자에게만 오는 안락한 밤이 아니다. 선교사들에게만 물을 주시지 않는다. 강도에게도 밥을 주신다. 음란물을 배포하는 자에게도 시원한 바람을 불어주신다. 형제를 속이는 자도 하얀 눈을 맞게 해주신다. 이 모든 게 오직 하나님의 자녀이기에 다 회개하고 돌아오는 시간을 주시려는 게 아닌가? 그런데 우리는 지금도 자꾸 겉사람에 홀려 내가 사람을 살리고 죽이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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