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노인’은 교회의 중요자원… 거동 불편한 노인은 찾아가는 ‘심방’ 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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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노인’은 교회의 중요자원… 거동 불편한 노인은 찾아가는 ‘심방’ 사역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9.03.2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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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노동 가동연한 상향으로 살펴본 노년 목회 (하)
▲ [사진=아이클릭아트]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13%가량인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060년이 되면 전체의 37.1%를 차지하게 될 전망이다. 그만큼 오래 사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이야기다. 이미 우리 주변에서 90세나 100세 장수노인을 보는 것은 그렇게 낯선 일이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100세시대의 도래가 당사자인 노인들에게 희소식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흔히 노인들이 겪는다는 어려움을 ‘4고’라고 한다. 가난이 주는 ‘빈고’와 병에서 기인하는 ‘병고’, 역할을 잃어버린 ‘무의고’ 외로움에서 오는 ‘고독고’를 말한다. 

이 ‘4고’의 문제는 사회경제적 이슈이기도 하지만 동시의 교회의 목회적 과제이기도 하다. 어쩌면 교회는 사회보다 더 먼저 이 문제에 주목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이미 65세 인구가 한국교회 신자의 60%를 넘어섰다는 분석까지 나오는 상황이니 말이다. 또한 100세 시대를 불안하게 만드는 ‘빈곤’과 ‘고독’, ‘역할상실’ 등의 키워드는 단순 복지 차원을 넘어 신학적 접근이 필요한 주제들이다. 이런 이해의 연장선상에서 갈수록 커져가는 노년목회의 중요성과 변화하는 사역 패러다임들을 살펴봤다.

사회복지의 대안 차원의 목회
경기도 구리시에 위치한 제자교회(담임:유충국 목사)는 교인 가운데 상당수가 3040의 젊은 층들로 구성돼 있다. 주변에서 부러워하는 ‘젊은 교회’지만 이 교회 담임인 유충국 목사의 머릿속에는 ‘노인들’에 대한 관심이 끊이지 않는다. 그래서 유 목사는 강단 위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젊어서 열심히 일하고, 나이 들어서 섬김 받는 교회를 만들어 가자”고 성도들을 독려한다. 유 목사 스스로가 노년기를 향해가는 한 사람인 탓도 있지만 지역사회 어르신들을 책임지기에는 현재의 사회 보장 시스템이 턱 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회는 이미 수년 전부터 교회 안의 어르신 뿐 아니라 지역사회 어르신들을 섬기기 위한 노인 복지관 및 요양센터 건립을 두고 함께 기도하며 계획을 세우고 있다. 유 목사는 이와 관련해 “우리세대는 부모님을 모셨지만 자녀들에게 섬김을 못 받는 첫 번째 세대가 될 것”이라며 “돈 있고 딸 있는 사람이야 걱정이 없겠지만 돈 없고 아들 둔 사람은 요양원도 못 간다는 우스갯소리가 더 이상 우습지만은 않은 것이 곧 다가올 우리의 현실”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유 목사는 “지역의 단체가 해당 지역의 노인들을 책임지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이 일은 사회의 어느 단위보다 교회가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기독교연구단체인 새세대아카데미의 이상훈 박사는 “우리 사회 경제의 중심축을 형성해온 714만 베이비붐세대는 저축이나 연금 같은 노후준비가 부족하여 은퇴 전과 같이 지출은 계속되지만 은퇴 후 소득 감소로 인해 경제적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하며 “고령화가 심화됨에도 법이나 사회제도는 여전히 과거의 기준과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다. 고령화 사회와 100세 시대에서 비롯되는 사회경제적 이슈에 교회가 관심을 갖고 책임감 있는 응답을 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노년’ 이미지 다각화 필요
이 박사는 노년에 대한 목회적 접근이 경제적 안정과 육체적 건강 같은 ‘웰빙’차원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교회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노인을 조명하고 이들이 영적인 돌봄의 대상일 뿐만 아니라, 장성한 분량에 이르기까지 성장해야 할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그동안의 노년 목회가 대상자들의 ‘빈곤’과 ‘질병’ 문제에 주로 집중해왔던 것을 탈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젊은 노인’의 가속적인 증가를 고려할 때 노화에 대한 기준의 상향조정과 이를 위한 사역적 인식과 개념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런 점에서 경기도 분당구 정자동에 위치한 예수소망교회(담임:곽요셉 목사)는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교회에서 지난 2004년 첫 모임을 가진 ‘샬롬 공동체’는 노년을 ‘천국을 소망하며 이 땅에서의 순례자의 삶을 완성해가야 할 시기’로 보고, 신앙적인 측면에서 더욱 깊고 높은 영적인 안목을 갖출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사역공동체 △배움공동체 △친교공동체의 3가지 영역으로 대표되는 샬롬 공동체는 학기마다 400명에 가까운 어르신들이 등록하고 평균 330명이 활동한다. 성별로는 남성이 22%, 여성이 78%이며 연령별로는 65세 이상이 6%, 70대가 69%, 80대가 25%를 차지한다.한 학기는 약 14주의 일정으로 1년에 두 차례 실시되며, 매주 금요일 모임을 갖는다.

이런 모임이 15년간 이어질 수 있었던 건 ‘분당’이라는 지역적 특성이 한 몫을 했다. 타 지역에 비해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건강한 노인들이 많은 까닭이다. 

샬롬 공동체를 오랫동안 섬겨온 이 교회의 박인조 목사는 “샬롬 공동체의 가장 큰 특징은 노인 회원들이 교회의 인적도움을 받기보다 스스로 주체가 되어 활동한다는 점”이라며 “회원들이 자체적으로 충분히 높은 수준의 모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좀 더 젊은 노인이 더 나이든 노인을 섬기고 돕는다”고 설명했다. 

박 목사는 또 “노인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여가선용적 측면만 부각되거나 복지적 차원에서의 지원이 주가 되는 프로그램은 교회 내 프로그램으로 적절하지 않다”면서 “노년의 필요와 특성, 특히 현대의 변화된 노년에 대한 이해를 반영한 프로그램이 체계적으로 구성되어야 교회 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서의 노년에 대한 존중과 함께 노인 개인의 성장, 나아가 교회공동체의 성숙이 이뤄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노년목회는 열매가 많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의 10%를 차지하는 전라북도 군산에서 드물게 성장하는 교회가 있다. 중동에 위치한 군산중동교회(담임:서종표 목사) 이야기다. 이 지역은 최근 현대중공업 철수와 ‘GM-쉐보레’ 사태를 겪으면서 여러 가지 의미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사람이 많이 떠나는 지역이며 군산에서도 낙후된 변두리 지역이다. 이런 곳에서 중동교회는 부흥을 경험하고 있다. 서 목사는 그 비결을 ‘심방’과 ‘노년목회’에서 찾는다.

그는 “노인사역에서 심방은 매우 중요하다”며 “요즘 도시에서 젊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거주 공간을 보여준 것을 꺼린다고 하지만 여전히 농어촌지역에서는 심방이 목회의 핵심사역”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심방시 △노인들에게 반드시 스킨십을 해줄 것 △손 잡아주고 같이 울어 드리고 안아줄 것 △ 가능하다면 노인들에게 역할을 줄 것을 조언했다.

교회는 요양원에 가는 노인들 80~90세 노인들을 위한 ‘요양원 대심방’을 별도로 진행한다. 현재 교회에서 요양원 입원중인 성도만 63명이다. 이밖에 집에서 요양하고 있는 어르신 가운데 몸이 약해서 교회에 못 오는 성도들을 직접 찾아 가는 ‘가정요양대심방’도 금년부터 도입했다. 

서 목사는 “그분들은 평생 교회 다니다가 수족이 불편하니까 교회에 오실 수가 없다. 그런 분들에게 직접 찾아가서 손잡아드리고 안아드리고 함께 예배드리고 온다. 물론 담임목사가 직접 다 찾아 간다”고 밝혔다. 

서 목사는 “흔히들 노년목회는 열매가 적은 사역이라고 한다. 어린이 사역과 비교하면 전도의 성공 확률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렇게 말하는 분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아이들은 전도는 쉬워도 정착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노인들은 정착률, 다른 말로 결실률이 좋다”며 “노인이 노인을 전도하는 일도 상당히 많고, 가족을 전도하는 일도 많다. 노인사역은 교회를 새롭게 하기에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노인 사역에 열매가 없다고 말할 수 없는 까닭”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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