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줄이고 아끼고…‘피부 와 닿는’ 사순절 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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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줄이고 아끼고…‘피부 와 닿는’ 사순절 지침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9.03.0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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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천들은 분리수거 등 작은 실천으로 신앙을 '실천'할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묵상하며 고난에 동참하는 ‘사순절’이 돌아왔다. 이 절기는 지은 죄를 참회하고자 머리에 재를 부으며 기도했던 교회전통에 따라 ‘재의 수요일’로 일컫는 첫날로부터 부활절 전날까지 여섯 번의 주일을 제외한 40일간을 뜻한다. 2019년은 3월 6일부터 4월 20일까지의 기간으로 성도들은 예수님을 본 받아 거룩하게 구별된 삶을 살도록 요구된다.

이에 한국교회는 해마다 특별기도회를 여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성도들의 참여를 독려해왔다. 그러나 일련의 거창한 계획들이 작심삼일에 그치고 개인의 큰 변화로 이어지지 못해 아쉽다는 지적이 일면서 갈수록 피부에 와 닿는 ‘생활밀착형’(?) 지침들로 관심이 쏠린다. 과연 금욕과 절제의 시기 크리스천들은 어떻게 예수님을 닮아가는 ‘자기부인’을 실현할 수 있을까.

거룩한 일상이 곧 예배
서울 청파교회는 올해도 전 교인들에게 ‘사순절 달력’을 만들어 나눠줬다. 벌써 20년째 이어진 관습이다. 여기에는 날짜별로 읽을 말씀과 지켜야 할 약속들이 빼곡하게 적혀있다. 이를테면 △난민들을 위해 기도하기 △남북의 화해와 하나 됨을 위해 기도하기 △어려운 이웃이나 NGO 단체에 후원할 목적으로 저금 시작하기 △운전 시 급출발·급정거하지 않기 등으로 평소에는 사소하게 여겨 망각하기 쉬운 사항들로 꾸려져있다.

날마다 ‘경건’이 돋보이는 사순절 달력의 기저에는 ‘평화’와 ‘생명’의 가치를 도모하는 청파교회의 예배철학이 담겨있다. 간혹 어떤 날은 ‘빈칸’으로 처리해 본인이 직접 다짐한 공약으로 채워 넣고 이행하게끔 돕는 센스도 발휘했다. 김기석 담임목사는 “예배는 우리 몸을 하나님께 거룩한 산 제물로 바치는 것으로써 일상과 분리할 수 없다”며 “실행 가능한 현실적인 목록을 만들어 함께 나누고 점검하는 기회를 통해 ‘생활신앙인’으로 거듭나자”고 당부했다.

문화 소비도 건강하게
그런가 하면 사순절 동안만이라도 온전히 예수 그리스도에게만 집중해 자극적·선정적 문화소비를 절제하자는 운동도 있다. 팻머스 문화선교회는 ‘예수가 죽었는데 게임이 웬 말이냐’라는 슬로건 아래 매년 미디어 ‘금식’과 ‘가려먹기’ 등 2대 실천행동을 전국 가정과 주일학교들에 제안한다. 전자는 말 그대로 TV나 인터넷·스마트폰 이용을 줄이자는 것이고 후자는 영화나 음악·책 등을 건전한 콘텐츠로 섭취하자는 것이다. 관련 자료는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이 캠페인은 특히 미디어에 무분별하게 노출돼 중독되기 쉬운 어린이와 청소년들 사이에서 활발히 전개된다. △웹툰 대신 4복음서를 읽을 것 △하루 1시간 휴대폰 전원을 꺼둘 것 △성경구절 필사 등 서약서를 작성한 아이들은 21세기형 금식을 스스로 결단한다. 선교회는 “기독교가 세상과 동떨어진 집단이 아닌 만큼 강압적 ‘금지’는 지양한다. 다만 불편을 감수할 정도의 자발적 참여는 하나님과의 거룩한 관계를 회복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의의를 전했다.

‘절제’는 고난주간의 미덕
한편 하나님이 선물한 창조세계를 보존하고 절제의 미덕을 발휘하자는 ‘탄소금식’도 눈여겨볼만 하다.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은 △전기 사용량 줄이기 △비닐·플라스틱 등 일회용품 사용 억제 △엘리베이터에서 ‘닫힘’ 버튼 누르지 않기 △축산과정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를 줄이고자 고기 먹기(외식) 자제 △대중교통 애용 등 세부 리스트를 꾸려 성도들에게 적극 홍보하고 있다. 환경오염으로 신음하는 지구를 살릴 수 있는 작은 습관들로 채워졌다.

유미호 센터장은 “하루하루 진심을 다해 동참하다보면 늘 편리함만 좇아 ‘보다 많이, 더 빨리!’를 외쳤던 모습을 회개하고 오직 예수님 한 분만으로 만족하다고 고백하게 될 것”이라며 “덩달아 세속주의에 찌들었던 영혼이 정결케 되는 금식(禁食) 효과도 보리라 기대한다. 부디 이런 노력들이 사순절 이후에도 지속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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