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할수록 ‘함께’를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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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할수록 ‘함께’를 기억하라
  • 김학중 목사
  • 승인 2019.02.12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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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중 목사/꿈의교회

지난 4일 오후,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더 안타까운 것은, 가족들은 뒤늦게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고인은 ‘응급의료센터장’으로 자신의 일생을 헌신했으며, 남겨진 사람들에게 응급의료 분야에 있어서는 가장 최선을 다했던 사람으로 기억된다. 항상 응급 상황에 대비해야하기 때문에 체력전을 펼쳐야 하는 그 일을 일주일에 5~6일 가량을 밤낮없이 일해 왔다고 한다. 결국 몸이 버텨내지 못한 것일까. 과로로 인해 급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어떻게든 환자를 살리기 위한 일념으로 쉼 없이 걸어왔던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 앞에서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아무리 그래도 미련하게 일해 온 것은 아닌가? 조금이라도 더 응급의료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서 자신을 돌봐가면서 건강하게 일해야 한 것은 아닌가?’ 생각하건대, 고인은 이전부터 자신의 몸이 이상한 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고인이 자신의 몸을 돌보지 못하고 일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지금 대처하지 않으면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불안 때문일 것이다.
서점에 가면 언젠가부터 자기계발서보다 미래에 대한 책 앞에 더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본다. 왜 그런가? ‘우리가 예측한 미래가 언제라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알아야 한다’는 불안을 느꼈기 때문이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욕을 하면서도 매일 뉴스를 본다. 피부로 직접 와 닿을 수밖에 없는 경제, 사회 뉴스는 물론이고, 정말 극소수만 직접적으로 연관된 문제인 대북문제와 해외 뉴스도 주의 깊게 본다. 왜 그런가? ‘지금은 멀게 느껴지지만, 나비효과처럼 돌아와서 생존을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알아야 한다’는 불안 때문이다.

그뿐인가? 故 신해철 씨는 1992년에 도시인들의 삶을 ‘아침엔 우유한잔 점심엔 패스트푸드’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27년이 지난 지금 많은 도시인들이 ‘아침엔 금식 점심엔 컵라면’으로 산다. 왜 그런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1분1초도 아껴야 한다’는 불안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한국교회는 어떤가? 지난 몇 년간, 그동안 곪아 터졌던 문제들이 여기저기서 속출하여 수습이 어려울 지경에 이르렀다. 교회 내에서 교인이 교인을 공격하고, 교회 밖의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이기적인 모습으로, 한국 교회는 신뢰를 잃었다. 더 이상 나빠질 수 없는 상황에 왔다.이제 우리는 불안을 느끼고 있다. 언제 어떤 일이 터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적당한 불안과 긴박감은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우리는 이미 앞에서 본 것처럼 몸이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제는 줄여야 한다.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우리나라 시간으로 지난 6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국정연설을 했다. 수많은 박수가 쏟아졌고, 다양한 해프닝이 있었지만, 필자의 귀에 분명히 들린 한 단어가 있었다. “Together(투게더)” 함께 하자는 말을 11번이나 썼다. 물론 그의 연설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지만, 하나는 분명하다. 이 연설을 통해서 그는 ‘함께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2천 년 전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기에’ 불안해했던 초대교회는 예수님께서 유언처럼 남기신 한 말씀을 기억하며 버텼다. “서로 사랑하라.” 이 말을 더 쉽게 이렇지 않을까? “서로 함께 하라.” 그 예수님의 말씀이 이제는 우리 안에서 재현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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