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운동 100주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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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운동 100주년에
  • 조성돈 교수
  • 승인 2019.02.12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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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몇 년 전 전라북도 쪽에서 3.1절 연합예배 설교를 한 적이 있다. 그 지역은 3.1절과 8.15에 지역 연합예배를 드린다고 한다. 특이하기도 하고 특별한 것 같아서 기억에 꽤 오래 남는다. 생각해 보면 어릴 적에는 교회에서 3.1절 예배나 8.15예배가 있었다. 노회에서 연합하여 예배를 드린 것도 같고 다니던 교회에서 자체적으로 드린 것도 같다. 오래전부터 교회를 다니시던 분들은 이런 예배를 기억할 것이다. 어느적부터인가 사라진 전통인 것 같지만 말이다.

이것은 꽤나 특이한 일인 것 같다. 기독교 국가도 아닌데 국가 기념일에 교회에서 예배를 드린다. 그런데 다른 날도 같이 드리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서 설이나 추석과 같은 명절이라고 교회에서 기념하여 예배를 드리지 않는다. 또는 개천절이나 국군의날, 또는 한글날이라고 교회에서 기념하여 예배를 드리지는 않는다. 그런데 특이하게 딱 두 날은 기념한다. 바로 3.1절과 8.15이다.

한국교회는 이 날들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누가 아니라 우리가 했다는 자부심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3.1 운동은 기독교를 빼고서는 이야기할 수 없다. 알다시피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33명 중 기독교인이 16명이나 된다. 전국에서 운동이 일어났는데 교회가 있는 자리들이다. 거기에 구속된 사람들 중에 기독교인이 20% 정도 된다고 한다. 당시 기독교인은 인구대비 1.5% 정도밖에 안 될 때인데 약 10배 이상이 나온 것이다. 기독교인들이 얼마나 열심히 참여했는지를 알 수 있다.

특히 3.1 운동은 비폭력 저항운동이었다. 폭력으로 대응한 것도 아니고 때리면 맞고 잡아가면 끌려가던 운동이었다. 3.1 운동에 참여하는 것은 결국 일제의 폭력에 자신을 내어 놓은 것이었다. 이런 자리에 사람이 서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기독교인들은 바로 그런 자리가 자신들의 희생의 자리요, 순교의 자리라고 생각한 것 같다. 나의 신앙이 조국의 해방이라는 일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이 어려운 자리에 목사가 9인이고 평신도가 7인이었다. 민족을 대표하고 기독교를 대표하는 자리에 교단의 대표나 대단한 교회 목사만 참여한 것이 아니라 평신도들이 상당 수 참여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 당시 기독교를 대표했던 인물은 남강 이승훈 선생이다. 그는 목사가 아니라 장로였다. 그가 기독교를 대표하여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이다. 이 운동을 먼저 기획한 것은 천도교였다. 손병희 선생이 기독교가 참여해야 한다고 하여 만난 것이 바로 이승훈 선생인 것이다. 민족대표가 투표로 뽑은 것이 아니라 이승훈 선생을 중심으로 해서 구성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모인 이들인 목사 9인에 평신도 7인이었던 것이다. 오늘날 어떤 운동이 평신도가 대표가 되고, 평신도가 이렇게 많이 대표하는 것이 있겠는가. 이것은 한국교회의 특별한 일이었던 것 같다.

3.1 운동은 과거의 아름다운 추억이 아니다. 민족의 고난에 교회가 응답했던 자랑스러운 역사이면서 오늘날 우리가 실현해 내야할 현실이다. 그때 우리는 민족을 위해 일어났고, 고난 받았다고 하는 추억이 아니라 오늘날 그 정신을 되살려서 이 사회의 리더십을 세우고 이 나라의 고난에 응답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3.1 운동 100주년에 이 사건이 우리의 기도에서만 메아리 치지 않기를 바란다. 바로 우리의 삶에서 일어났으면 한다.

더 나아가 한국교회가 이 자랑스러운 역사를 안팎으로 새겼으면 한다. 이 땅에 ‘우리가 했소!’하며 자랑하면 좋을 것 같다. 100주년이 되는 올해 우리는 한껏 이 자랑스러운 역사를 드러냈으면 하는 것이다. 교회마다 교단마다 이 날을 기념하여 행사를 하고, 강연회를 열고, 아이들과 함께 퍼포먼스도 하고 놀라운 일을 많이 했으면 한다. 그래서 교회가 부끄럽다고 하는 우리 청년들에게, 우리 청소년들에게 교회가 이러한 일을 했다는 것을 바로 알렸으면 한다. 대한민국 역사가 오늘날 이렇게 일어나기까지 한국교회가 무슨 일을 했는지, 그리고 이 역사의 굴곡 가운데 한국교회가 어떤 역사를 일으켰는지를 바로 알렸으면 한다. 그래서 우리 젊은 세대들에게 자랑스러운 한국교회를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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